완경(完經) - 한선향
날마다 내 몸 하구(河口)에선
붉은 꽃이 피었다
물컹한 갯내음 어머니의 몸 냄새
내 몸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내 안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비릿한 풍광은
꽃으로 오기 전 봄 한나절을
누렇게 바래 주고 있었다
내 갈비뼈 사이에서 돌연 서늘해지고, 달아오르고
까닭 없이 웃음 터지는 그 모든 것들이
어머니의 또 그 어머니의 꽃 내림이
내 살집 속에서 시큼해질 무렵부터
꽃향기도 없이 만발한 화원엔
검불처럼 떨어지는 꽃자루 두엄처럼 쌓여
수십 개의 바늘꽃 피워낸다
이제 비릿한 갯내음도 지워진 하구(河口)엔
적멸보궁의 고요, 선정에 든 와불
절 한 채 지어졌다
-시집 『비만한 도시』(2010)
완경(完經) -김선우
수련 열리다
닫히다
열리다
닫히다
닷새를 진분홍 꽃잎 열고 닫은 후
초록 연잎 위에 아주 누워 일어나지 않는다
선정에 든 와불 같다.
수련의 하루를 당신의 십 년이라고 할까
엄마는 쉰 살부터 더는 꽃이 비치지 않았다 했다
피고 지던 팽팽한
적의(赤依)의 화두마저 걷어버린
당신의 중심에 고인 허공
나는 꽃을 거둔 수련에게 속삭인다
폐경이라니, 엄마,
완경이야, 완경!
꽃이 지는 날 -강미옥
눈물 같은 꽃이 있고
꽃 같은 눈물이 있네
때로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날이 있네
첫댓글 마음이 조금 울적한 날인데 여기서 슬프도록 아름다운 작품들 보면서 위안을 얻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