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과 <호흡과 발성> 강의를 시작할 때 알렉산더테크닉을 왜 배워야하는지 이해시키는 게 제일 어려웠다.
알렉산더테크닉이 연기훈련분야에서 유명한 듯 보이지만 그건 외국에서의 일이고,
실제로 한국에서 알렉산더테크닉을 아는 학생들을 만나는 건 쉽지않았다.
10년전 쯤 예일대에서 연기를 전공한 재미교포 교수님이 초빙되어 한국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알렉산더테크닉 수업을 들은 학생을 내 수업때 만나서 물어보니, 한국말이 서툴기도 했지만 학생들도 그다지 큰 관심은 없었다고 한다. 그 분은 연기훈련에 알렉산더테크닉이 꼭 필요하다며 연기과 수업안에 알렉산더테크닉을 포함시키려 많은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결국 모든 노력을 포기하고 다시 미국으로 가시며 선물로 준 미카엘 체홉의 책.
그 책을 읽으며 왜 연기훈련에 알렉산더테크닉이 필수로 들어가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육룡이 나르샤에 출연하고 계신 조영진교수님도 같은 시기 개인레슨을 받으러 오시며 들려준 이런저런 고민들을 접하고 있을때이기도 했고.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알렉산더테크닉을 배운 배우를 찾는 건 어렵다. 여기저기 알렉산더테크닉을 가르친다는 소문은 들리지만, 연기과든 연기학원이든 알렉산더테크닉 교사가 가르치고 있는 곳은 한예종 연기과 <호흡과 발성>수업이 유일하고, 교양과목으로 청강문화산업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들리는 이야기론 책만 읽고 알렉산더테크닉 강의를 하는 분도 있다고 한다.
알렉산더테크닉을 겉으로 보기에 잘 서고, 잘 앉고, 잘 구부리고, 잘 걷고, 위스퍼 아~ 호흡을 하는 정도로 쉽게 생각하나보다.
하지만 AT교사의 입장에서는 알렉산더테크닉은 유명하니까 그냥 배워. 이렇고 저런거야...이렇게 단순하게 가르칠 수는 없다.
베네딕트를 예로 들어봐도 대학교 때부터 알렉산더테크닉을 배웠다면 최소 20년 경험의 소유자다. 영화 <향수>의 벤 위쇼의 경우에는 셜록의 베네딕트와는 전혀 다른 자세와 몸짓과 표현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도 알렉산더테크닉이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 자세가 좋아보이는 연기(셜록의 베네딕트)와 그렇지 않은 연기(영화 향수의 벤위쇼) 안에 알렉산더테크닉이 어떻게 녹여져있고 자기화 하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자세와 좋은 사용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알렉산더테크닉을 자세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기계적으로 흉내만 내다 끝난다.
좋은 사용이란 무엇인가를 깊이있게 다루어야 한다.
<존재감>이란 무엇인가!
최근 영화 레버넌트의 디카프리오의 연기 속에서도 알렉산더테크닉을 배웠기때문에 나올 수 있는 장면들과 연기가 있다.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훈련을 통해 자기화 한 것들도 많은 도움이 된다.
몸에 대해서
우선 기본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가야 한다.
몸은 심리적인 부분, 정신적인 부분과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더 폭넓은 관점으로 나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
처음 알렉산더테크닉을 접하게 되면 호흡과 발성 시간에
왜 그라운딩이 중요한지.
왜 두발로 잘 서있어야하는지
왜 앉을 때 좌골로 앉아야하는지
왜 척추를 구부정하게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펴고 앉아야하는지
왜 호흡은 그동안 배워온 테크닉들과는 전혀 다르게 가르치는지
왜 발성은 힘을 주지말고 하라는지
왜 대사할 때 나를 의식하라고 하는지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한다.
나중엔
알렉산더테크닉이 꼭 필요한걸까? 의문을 제시하기도 한다.
마음대로(습관대로) 서있지도 앉아있지도 걷지도 호흡하지도 못하고
의식을 하고 지시어를 주고 습관을 자제하는 모든 과정들이 귀찮기도 하고 별로 중요해보이지 않아 보일수 있다.
한국에선 알렉산더테크닉을 하지 않아도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많은데 굳이 배워야하나?
미국의 유명한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알렉산더테크닉을 배운 배우와 그렇지 않은 배우는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알렉산더테크닉을 배운 사람들이라면 이 말에 공감을 한다.
간단하게 Primary Control(중추조절)이 되어있나만 봐도 안다.
만약
A라는 역할을 연기하게 됐는데, 평소의 습관들 자세, 몸짓, 표정, 억양, 발성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어떤 역할을 해도 그 습관이 보인다면 연기자가 연기하는 역할이 아닌 그 연기를 하는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만 관심이 가게 된다.
왼쪽발과 오른쪽 발을 다르게 딛으며(약간 뒤뚱거리듯) 걷고 말을 할때마다 턱을 앞으로 내밀고. 머리를 한쪽으로 튕기고.
자기 자신의 무의식적 습관을 자각하지도 자제하지도 못하게 되면 항상 그 배우의 똑같은 몸짓과 표정, 자세와 어투를 반복해서 볼 수 밖에 없다.
알렉산더테크닉에서는 연기 테크닉을 가르치지 않는다. 종이위의 습관들(색깔)을 지우고 하얀 백지위에 새로운 캐릭터(다양한 색깔)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연기자만 여러 캐릭터로 연기하는 건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삶이라는 무대위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하며 살아가고 있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얼굴과 표현과 표정을 보이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가르치고 있는 알렉산더테크닉이 연기훈련에 특히 잘 맞는 것일뿐 그 기본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
드디어 그 유명한 알렉산더테크닉을 배워서 베네딕트처럼 발성하고 연기하고 싶은데
왜 테크닉은 안가르쳐주고
좌골로 앉고 두발로 서고 세미수파인 자세로 위스퍼 아~ 호흡을 하라고 하는지
발성을 할 때에도 힘을 주지 못하게 하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관심과 흥미를 보이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로 나뉘기 시작한다.
알렉산더테크닉을 배워보면 알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 전혀 없다. 심심하다. 재미가 없다. 관찰이 안된다.
AT는 잔잔하고 은밀하게 존재속으로 스며들어가 자기 자신도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 저절로 되어지게 되기때문이다.
그냥 꾸준히 하라는데로 했을 뿐인데 저절로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보며 왜 되는지 뭘 하는지 모를때도 많다.
뭘 관찰해야하는지 부터 알려주자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화면속의 배우들을 예로 들면 더 재밌겠지.
누구나 앉아있을때 등을 구부정하게 하고 있고 Primary Control이라는 것조차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몸을 사용하다보니 그렇지 않은 게 뭔지 보고 배울수가 없었겠구나!
어떤 배우를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면 자주 언급되는 외국배우들.
그 배우들이 뭘 하고 있는지 그 연기가 훈련으로도 가능하다는 걸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셜록 시리즈를 통해 베네딕트 컴버비치의 몸 사용과 발성에 감탄한 적이 있기에,
그가 출연한 영화 스타트렉 다크니스를 예로 들어보기로 했다.
알렉산더테크닉을 가르칠 때 제일 중요한 게 관찰이다.
뭘 관찰해야하는지 하나 하나 자세히 알려주고 직접 해보게 하면 그 다음부터는 학생들도 관찰이 되기 시작한다.
호흡과 발성에서 제일 중요한 Primary Control(중추조절, PC)을 가르치기 위해 의자에 앉기, 의자에서 일어나기, 서기 등을 같이 가르쳐야하기에 그 모든 걸 보여줄 수 있는 4분짜리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냈다.
베네딕트 컴버비치의 스타트렉 다크니스 동영상이다.
한예종 연기과 <호흡과 발성> 강의, 서울대 수업, 개인레슨, 그룹워크숍
알렉산더테크닉 교사과정까지 이 동영상을 얼마나 많이 보여주고 설명을 했는지^^
나한테 알렉산더테크닉을 배운 분들 중 이 동영상을 못 본 분은 거의 드물다^^
위스퍼 아~ 호흡을 관찰하기 좋은 동영상이라는 이유 한가지로 선택된 동영상인데, 다른 카페나 블로그 알렉산더테크닉 글에 이 동영상이 올려져있는 걸 보면 살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영화 <향수>의 알락 릭맨의 발성을 보면서도 감탄을 했었고, 벤 위쇼의 연기를 여러 동영상으로 나눠서 학생들에게 관찰하게 하고, 알렉산더테크닉적인 관찰포인트를 설명해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 동영상들을 찾을 수 없어서 여전히 베네딕트의 동영상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이제는 예전처럼 영화를 그냥 생각없이 보지못한다.
특히 알렉산더테크닉을 배운 배우들의 영화는 꼭 챙겨보게 된다.
AT를 배운 배우들의 동영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학생들의 눈에서 빛이 나기 시작한다.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고...
간절하게 원하는 마음들이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게 만든다.
알렉산더테크닉 교사과정에도 연기를 전공한 분들이 공부를 하고 있고, 개인레슨이나 그룹워크숍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연기전공을 한 분들의 참여도가 많아 지고 있다.
연기과 교수님들과 연기훈련 선생님들이 알렉산더테크닉을 자주 입에 올리며 중요하다고 꼭 배우라고 한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어떤 배우는 알렉산더테크닉이 뭔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연기를 하면서 고민하는 많은 부분들에 대해 한예종 친구들이 알렉산더테크닉이 너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줄거야하고 말해서 배워보고 싶다고 하기도 한다.
그 동안 베네딕트의 동영상만 너무 사용한 듯해서 다른 배우들의 좋은 예의 동영상들도 구해보려 한다.
개인적으론 한국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으로 달려가는 편이고^^, 한국배우들을 더 좋아하는데
AT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알렉산더테크닉이 무엇인지 예를 들자니 찾은 배우들이 외국배우들인 것뿐인데
너무 베네딕트 베네딕트 한다고 핀잔을 듣는다.^^
3월부터 한예종 연기과 예술사, 전문사 1학년들 <호흡과 발성> 강의
시간이 지날수록 선배들의 입소문을 타고 첫 시간부터 관심을 보이기는 하지만
직접 배우게 되면 <이게 뭐지?> 하게 되는 알렉산더테크닉을 처음부터 가르쳐야 한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어떤 내용으로 수업을 할 지 즐거운 마음으로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보게 된다.
올해부터는 일원동 센터에서도 <호흡과발성>을 주제로 알렉산더테크닉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