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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루크라트렉 2일차(Jiri~Bhandar)(2014년 10월 28일)
- 일자 : 2014. 10. 28(화) - 거리/소요시간 : 19.4km/07:44 - 일정 07:20 아침식사 07:45 출발 10:18 도반 10:38 시발라야 점심 및 휴식 13;50 모아빌 14:15 데우랄리 15:34 반다르 쇼바게스트하우스 도착
오전 6시에 일어났다. 닭우는 소리가 기상나팔을 대신하였고, 닭이 합창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도심의 자동차와 빌딩 숲에서 살다가 이렇게 한적하고 고즈넉한 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나니 꿈만 같았다.
이곳에서 한국의 지리산이 겹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한국의 지리와 히말라야의 지리는 영어철자와 한글이 같다. 두번째, 한국의 지리산은 남한에서 세력이 가장 큰 산이고, 가장 높은 산이다. 그것은 모든 산을 품고 있다는 의미이고, 그래서 어머니의 품과 같이 푸근함이 있다. 히말라야 지리는 비록 쿰부 히말라야 고봉에 비하여 턱없이 낮은, 고도 2000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소박한 마을이지만 히말라야와 외부 세계를 연결해주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고, 관문은 양 세계를 포용하지 않고는 연결을 할 수 없기에 무언가 푸근함을 느끼고, 아늑함을 느끼는 것 같다.
아침은 삶은 계란과 밀크티를 시켰고, 그런데 이곳에서 특이한 것은 밀크티 1잔을 주는 것이 아니라 포트병 1병과 잔을 함께 주었다. 쉽게 말하면 더 먹고 싶으면 포트에서 더 따라 먹으란 얘기다. 덕분에 평소에 1잔 마시던 밀크티를 2잔이나 마셨다.
<지리의 아침>
오전 7시 50분에 지리에서 쿰부 히말라야를 대망의 첫발을 내딛었다. 등로는 지리 버스정류장에서 동남방향으로 이어졋고, 30여분 정도 걸어가자 이정표가 보였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Mali와 Shivalaya 방향이고, 등로는 산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포터는 도로를 따라 Thosye 방향으로 계속 진행했다. 나는 "저스터 모우먼트"라고 외치고 포터에게 등로를 물어보니 두길이 다시 만난단다. 조금 더 진행하니 두길이 다시 만났다.
산 중턱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지리 마을을 바라보니 우리나라 시골 마을과 비슷했다. 주택과 숲이 잘 어우러졌고, 계곡을 중심으로 마을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나라 시골 마을과 차이가 있다면 우리나라 시골 주택은 한곳에 밀집되어 있다면 이곳의 주택은 주택과 주택 사이에 공간이 많았다. 그 만큼 여유가 느껴졌다.
<트레킹 도중 바라본 지리>
<포터 피상>
나와 함께 쿰부 트레킹을 함께할 포터는 파상이다. 얼굴이 하얗고, 복장도 단정하여 포터같이 보이지 않았다. 나하고 약 1개월간 쿰부 트레킹을 함께 해야 하기에 호흡을 잘 맞추어야 한다.
<패스에서 바라본 지리>
지리에서 시발라야를 잇는 고개(2,334m)를 넘으니 계속 내리막길로 이어졌다. 계곡을 잇는 철다리가 보이고, 이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마을 주민에게 마을 이름을 물어보니 '도반'이란다.
'Dobhan'이란 2개의 강이나 계곡이 합수되는 지점으로 한국 말로 '두물머리' 정도 되겠다. 이와 비슷한 용어로 Besi와 Beni가 있다. 랑탕의 들머리인 syabrubesi는 Langtang Khola와 Bhote Koshi Nadi가 합수되는 지점이다. 또 안나푸르나 라운딩에 있는 'Beni'는 Kali gandaki Nadi와 Myagdi Khola가 합수되는 지점이다.
도반에서 계곡을 2개 건너 당도한 마을이 시발라야이다. 시발라야는 지리 이후 가장 큰 마을이고, 이곳에서 가우리상카르 퍼밋을 받아야 한다. 퍼밋비는 2000루피이다.
이곳부터 데우랄리까지는 3시간이 걸리고, 중간에 식사를 할 수 있는 마땅한 로지가 없기 때문에 이곳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단다. 이른 시각이지만 할 수 없이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밀크티, 블랙티, 그리고 veg fried potato를 시켰다. 가격은 각각 30루피, 40루피, 150루피이다.
지도를 펴놓고 이후 일정에 대해서 롯지 주인에게 물으니 오늘 '차우라카르카'까지는 가기는 어렵고 반다르까지밖에 못간단다. 그리고 반다르에 자기가 아는 로지가 있다고 하고, 명함을 한장 건넨다.
<시발라야 로지>
점심 후 가우리샹카르 허가증을 발급받기 위해 로지 바로 맞은 편에 있는 체크포스트에 들어갔다. 그런데 허가증에 필요한 사진을 달라고 하였다. 큰 배낭에 사진이 있어 꺼내기 귀찮아 없다고 하니 그냥 허가증을 발급해준다. 네팔은 참으로 좋은 나라이다.
<가우리샹카르 퍼밋>
허가증을 발급 받은 후 바로 위에 있는 파출소에 가서 허가증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럴 땐 네팔은 참으로 귀찮은 나라이다...ㅎㅎ
파출소를 지나 마을 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데우랄리 이정표가 보이고, 이곳에서 조금 더 오르면 급경사 산길이 시작된다..
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해가 중천에 떠 있기에 많은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았기에 배낭 커버만 씌운 채 진행했다. 급경사 등로라 포터가 자주 쉬었다. 포터가 짊어지는 배낭의 무게는 약 25kg(나의 큰 배낭은 메라피크 등정을 위해 클라이밍 장비까지 준비했기에 20kg이 조금 넘을 것 같고, 포터 배낭은 5kg 정도 될 것 같다) 무게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힘이 부치나보다.
<시발라야 언덕에서 바라본 시발라야>
<시발라야 다랑이 논>
지리~루크라 트렉은 안나푸르나 라운딩이나 랑탕트레킹, 그리고 쿰부트레킹과 약간 다르다. 안나푸르나 라운딩의 경우 쏘롱라를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Marsyangdi Nadi를 따라 트렉이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Kali Gandaki Nadi를 따라 트렉이 이어진다. 고로 쏘롱라는 분수령이자 유역이 변경되는 지점이다. 즉, 서쪽의 마르샹디 강 유역에서 동쪽의 칼리간다키 유역으로 유역이 바뀌는 지점이다. 이렇게 큰 강을 중심으로 트렉이 이어지기에 산자분수령의 원리를 안다면 독도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지리~루크라 트렉은 계속 계곡을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계곡을 따라 진행되기도 하고, 때로는 산줄기를 따라 진행되기도 하고, 갈림길도 많고, 또 주 도로와 지름길이 엉켜 있어 독도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묻지 않고 단지 지도만 가지고는 독도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오후 12시 50분에 모아빌에 도착했다. 모아빌은 집이 4채밖에 되지 않은 아주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서 데우랄리는 그렇게 멀지 않다. Danda가 능선을 의미하고, '데우랄리'는 능선 상에 있는 마을을 의미하기에 아마도 앞쪽에 보이는 능선 상에 마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능선에 오르니 마을이 있었고, 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니 '데우랄리'란다. 데우랄리는 상당히 큰 마을이었고, 마을 한복판을 가르는 도로를 따라 로지가 줄지어 있었다. 동네 한복판에 이르자 "way to everest"라는 이정표가 보였고, 이 이정표를 따라 직진하니 도로와 만났다. 도로와 상관없이 등로는 계속 동남쪽으로 이어졌고, 초르텐이 있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반다르 내려가는 길>
그런데 한쌍의 트레커와 네팔리 1명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뉴질랜드인이고, 루크라까지 진행할 예정이고, 루크라 이후 쿰부 쓰리패스를 한단다. 이팀은 결국 우리와 하룻밤 숙소를 같이 쓰게 되었고, 이팀으로부터 지리~루쿠라 트렉의 거리와 시간이 나와있는 자료를 얻게 되었다.
<반다르 윗마을>
오후 3시 34분에 목적지인 반다르에 도착했고, 시발라야 로지 주인이 소개해준 Shobha 게스트하우스 갔다. 쇼바 게스트하우스는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비교적 관리는 잘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와이파이가 되지 않았고, 화장실에서 씻어야 했기에 불편했다.
저녁은 모모와 창 반포트를 시켰다. 모모는 그런대로 먹을만 했는데 창은 맛이 이상하고 너무 시어서 먹을 수가 없었다. 창을 억지로 먹느라 얼굴에 인상을 쓰고 있으니 주인 아주머니가 창 맛을 본다. '굿'이라고 외치니 식당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깔깔 거리며 웃는다. 이젠 울며 겨자먹기로 먹을 수밖에 없었고, 설탕을 달라고 하여 창에 한수푼을 넣으니 그런 대로 먹을만 했다. 비록 맛없는 창으로 지리에서의 하루의 피로를 달랬지만 이것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쇼바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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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