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셨습니다. 뒤마가 무릎을 꿇고 마셔야 한다고 극찬한 Puligy-Montrachet...
일단 따르는 순간 향긋한 꽃향기와 잘익은 과일 향이 모락 모락 피어올라 코를 아주 즐겁게 해 주었구요. 다음에 불빛에 비춰보니 아주 영롱하고 밝은 호박색의 찬란한 빛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한모금 천천히 굴려본 맛은, 가히 레드와인 그것도 아주 오랜기간 숙성한 명품와인에서나 맛볼수 있는 강건하고 묵직한 구조감에, 바나나향, 버섯향, 흙향, 볏짚향에 커피향까지 아주 다양한 부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면 함께 따라주신 샤블리는 첨엔 몽라쉐의 권위에 눌러 아무런 힘을 못쓰고 기진맥진해 있더라구요.
지난주에 샤블리만 따로 마셨을 때는 산뜻한 풀향과 잘익은 과일향이 아주 천천히 조화롭게 올라와 주었는데, 오늘은 둘을 한꺼번에 비교해서 그런지 아예 몽라쉐 속에 묻혀 버린 듯 아무런 향도 아무런 맛도 느낄수가 없어 안타까웠답니다.
그런데 역시 와인은 생물이더군요. 첨엔 그렇게 밋밋하게만 느껴지던 샤블리가 점점 복합적인 과일향과 꽃향을 스물스물 피어 올리더니, 산뜻하고 깔끔한 뒷맛에 시간이 지날수록 강건한 구조감까지 지켜주더라구요. 샤블리의 명성 또한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님을 체험한 순간 ‘프랑스와인’에 대한 저의 믿음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답니다.
한편 몽라쉐는 시간이 갈수록 복합적이고 다양한 2차, 3차 부케를 피어 올리고 있었지만, 어제 공부한 아로마 키트만으로는 도저히 알아 낼수 없는 저의 무능력으로 인하여, “아! 이것이 100점 만점짜리 화이트 와인이구나”라는 정답만을 얻은 채, 제 느낌을 대신해 준 다음의 소감(인터넷에서 퍼옴)으로 대신하겠습니다.
" 맑고 밝은 호박색에 꼬릿하지 않으면서 묵은 듯한 부드러운 짚향이 가득하다.
바닐라 향과 서양배를 섞은 듯한 달큰함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우아한 맛에 드라이 하지만 깔끔한 뒷맛까지 정말 탄성이 나올 만했다.
생각도 없이 무전취식을 하겠다며 넉살좋게 들이대는 여행자를 성긴 밀짚모자를 쓰고 밝은 웃음으로 맞아주는 한적한 농장의 점잖은 주인처럼 서두르지도 방정맞지도 않고 야단치지도 않은 훈훈한 와인이다."
위의 소감에서 파란색 부분이 정말 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다음으로 신대륙과 구대륙의 피노누와 비교 시음을 위해 마신 "본 로마네" ,“알록스 꼬르동”의 피노 누아 와 "미국 오레곤 윌나멧 벨리의 피노누와 는 동일한 품종이 신,구 대륙의 서로 다른 'Terroir'를 만나 얼마나 다른 맛을 선사하는지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우선 부르고뉴의 피노누와는 둘을 한꺼번에 같이 표현할 순 없지만 그래도 미국의 피노누와와 비교하면 부르고뉴의 피노누와는 우선 색상이 아주 밝고 고운 루비 빛으로 잔을 받치고 있는 손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맑았습니다. 다음 코끝으로 올라오는 향 또한 강한 알콜이 지나간 자리에 아주 복합적이고 다양한 말린 과일향과 젖은 풀향, 그다음으로 가죽향과 묵은 짚, 그리고, 낙엽, 버섯, 흙, 말구유등의 2차 3차 부케가 순서대로 올라와 향 잔치를 하는 듯하였습니다.
향의 향연에 비해 맛은 그다지 매력적이진 못했지만, 그래도 미국와인에 비해 탄닌이 아주 부드럽고 고르게 잘 융화되어 있어 단단한 구조감을 느낄 수 있었으며, 끝맛 역시 아주 강한 아로마를 지니고 있어, 부르고뉴 피노누와에 대한 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신세계 최고의 피노 누아 와인산지인 오레곤에서 나오는 “피노누아"는 부르고뉴 피노누와보다 색깔도 향도 맛도 모두 조금씩 더 진하고, 풍부하고, 강렬했습니다. 입안 가득 풍기는 붉은 베리류의 과일향과 달콤하면서도 살짝 입맛을 땡기게하는 신맛이 입에 넣자 마자 ‘ 맛있다 ’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뿐 더 이상의 여운을 남기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 이것이 미국와인의 한계가 아닐까?“ 제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마지막으로 어떨결에 마시게 된 Pio Cesare (피오 체사레)의 Gavi(가비) 와인, 솔직히 이태리 와인에 대해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던 차라 예상치 않은 향과 맛에 횡재한 느낌이었습니다.
우선 푸른 빛이 도는 맑고 영롱한 볓짚색의 빛깔에다, 상큼한 레몬 향과 함께 올라오는 살짝 달콤하면서도 싱그러운 과실향, 게다가 벌꿀향까지.. 제가 좋아하는 알사스의 리슬링을 꼭 닮았더라구요.
예상치 않게 많은 와인을 마셨기에 왠만하면 이쯤해서 그만 마셔야지 했었는데, Gavi(가비)의 거부할 수 없는 향과 맛에 이끌려 마지막 한방울까지 다 마셔버렸답니다.
*** 어제는 정말 황홀한 밤이었습니다. 이 느낌을 잊어 버리기 전에 정리해야 할 것 같아 못 쓰는 글이지만 한번 써보았습니다. 아직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라 와인이 가진 1000가지 이상의 향을 알아내고 표현하기에는 많이 미숙하고 부족하지만 그래도 자꾸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선생님 말씀에 용기를 얻어 정리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와인에 대한 열정으로 test에 도전 함 해보세요..실력을 뽐내기 위해서 보다는 준비과정에서 정말 많은 사실들을 정리하게 됩니다. 혹시 모르잖아요..제 2의 인생을 좋아하시는 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시음기 훌륭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