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좁은 골목길에 연탄을 가득 실은 차가 들어선다. 옷이 새까맣게 덧칠 되어 번들번들한 두 부부는 등에 얹혀있는 연탄보다도 고단함이 더 버거운 듯 힘겨운 다리 비쩍 거리며 연탄을 나른다. 어려웠던 지나간 풍경이 다시 되살아 난 것은 난방비 한 푼 이나마 더 줄여 보고자 또 연탄보일러로 교체하는 서민들의 허리띠 졸라매는 바동거림이다. 이런대도 위정자들은 선거 때만 되면 편안한 삶 운운하며 삶에 질을 높여준다고 목청을 높인다. 쥐뿔이나 나아진 것 없이 오히려 지난시절로 다시 회귀하였는데도 말이다. 나불거리는 그 주둥아리에 직사포나 한 번씩 시원하게 갈겨 주고 싶다.
이야기는 앞뒤 없는 전차마냥 철딱서니 없이 날뛰던 20대 전후이야기다.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산 아래동네에 홀로사시는 할머니집 친구 자취방이 우리들의 아지트였다. 평상시에도 3-5명이 노상 뒹굴 다 보니 한 달에 한 번씩 친구 아버님이 가져다주시는 쌀자루는 금세 달랑 달랑이다. 그때마다 친구들은 집에서 한 바가지 씩 몰래 홈쳐와 보탠다. 나또한 많이 훔쳐 오지만 가끔 어머님이 해주신 장아찌나 단무지를 덕분에 식사 당번을 건너 뛸 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가 여자친구 3명을 초대 하였으니 저녁에 한번 모이자고 한다. 우리 모두는 알량한 주머니 탈탈 털어서 술과 음료수 과자 등을 사다놓고 여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밖에서 서성이던 친구가 나직한 목소리로 온다, 왔어
일순간 방안은 긴장이 흐르고 모두의 시선은 문 쪽을 주시하고 있다. 드디어 들어서는 낯선 이성 앞에서 우리들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얼굴들이 붉어져 시선을 떨구고 말았다. 그러던 중에 똘똘해 보이는 뚱뚱한 여자애가 친구 집에 잠간 들려서 간다고 나왔기 때문에 금방 돌아가야 한다며 누가 잡지도 않았는데도 새침을 떤다.
어느덧 자리가 무르익어 모두들 호기 있게 한잔씩 쭈-욱 잘도 들여 마신다.소주가 이렇게 쓰고 독한 줄은 미처 몰랐었다. 하지만 낯선 이성 앞에서 요깟, 술쯤이야. 사내들의 대범함을 서로 뽐내다 보니 즐비한 술병이 다 비워지고 한 무더기 더 사온다. 그러고 나자 자꾸만 화장실이 우리들을 부른다. 술은 건하게 올라오고 어둠속 더듬어 헛간채 문 열어 놓고 까만 쪽에다 시원하게 직사포 쏘아댄다. 어쩔 때는 두 명, 세 명이 나란히 소방호스 물 쏘듯 시원하게 쏘아 붓는다.
이튿날 아침, 숨넘어가는 친구 손에 이끌려 불려간 할머님의 앞마당에는 어젯밤 죄인들이 죄다 끌려 나와서 석고대죄장이 되어있었다. 당당했던 사내들의 기개도 소금물 뒤집어 쓴 배추 잎처럼 모두가 흐물흐물 이다. 노기가 등등한 할머님은 연신 침을 튀겨가며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들이 밤새 가시 내 들하고 술 쳐 먹고 남의 연탄더미에 직사포를 쏘아 대... 이런 괘씸한 놈들.
그때서야 우리가 갖고 있는 게 직사포인줄 알았고 그 무기를 소지한 죄로 한 줄에 꿰어 연탄80장 값 물어주고 간신히 모면하였지만 여학생들은 죄를 면제 받았다.
그 후 할머님을 피해 다니느라 한 동안 먼 길을 돌아다니는 불편도 감수해야 했었지만, 돌이켜 보면은 윗사람에게 막말하는 세태보다 어렵고 배고프던 그 시절이었지만, 인정은 아궁이처럼 늘 따뜻했었고, 웃어른 조심 하고, 층층이 위아래 또한 반듯했었다.
첫댓글 원산폭격에 이어 직사포!
파이팅입니다!!
ㅎㅎㅎㅎㅎ. 슬몃 웃음이 나옵니다. 그래도 그때가 다시 오지 않을 귀한 시절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