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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박사학위 논문 <용수의 중관논리의 기원>(1997년 2월, 동국대 인도철학과) 을 단행본으로 꾸며서 출간했습니다. 먼저 eBook으로 출간했고, 종이책은 5월 초에 발간했습니다. 분량은 총 419쪽입니다. 네이버 책 소개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네이버 책 소개
종이책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910693
전자책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873674
표지와 머릿말은 아래와 같습니다.
<책머리에>
이 책은 1997년 2월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취득했던 나의 박사학위논문이다. 학위논문의 부록으로 실었던 고대 인도의 3종 논리서(≪짜라까상히따≫, ≪니야야수뜨라≫, ≪방편심론≫) 번역문은 제외했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 한자표기를 대폭 줄인 것 외에 구성이나 내용 면에서 수정한 것은 거의 없다. 동국대학교 도서관에 비치하였기에 별도의 책으로 발간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일단 세상에 선을 보인 글을 다시 새롭게 꾸며서 출간한다는 일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도한 결벽증이 후학 양성이나 학문의 발전을 오히려 저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늦게나마 학위논문을 새롭게 편집하여 단행본으로 발간하게 된 이유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으로 치열하게 공부하고 탐구하여 완성한 학위논문이었다. 치과 개원의로서 1987년 동국대학교 대학원 인도철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한 이후 박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마치 주경야독과 같이 환자진료와 대학원수업을 병행하면서 생활하였다. 내 병원을 찾았다가 그냥 돌아갔을 환자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박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대학원 수업을 빠진 일이 거의 없었다. 치과에 출근하면 오전 시간은 대개 공부에 할애하였고 환자진료는 주로 오후에 했다. 오전에 신환이 오면 간단한 응급처치를 마친 후 다음 약속은 반드시 오후로 잡았다.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이긴 하지만, 개업 초에는 공부와 진료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환자를 치료한 후 원장실에 들어와 책을 펼쳐도 진료하던 기운이 잦아들지 않아서 책의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집요하게 노력을 하다 보니 진료를 하면서도 전문적인 공부가 가능해졌다. 책을 보다가 환자가 오면 읽고 있던 문장에 ‘자[尺]’를 올려놓고서 진료를 시작한다. 치료를 위해 구강 내의 적절한 신경에 국소마취를 하고서 원장실로 들어와서 조금 전에 ‘자’를 올려놓았던 곳부터 다시 읽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마취약이 효과를 발휘할 때쯤 되면, 읽고 있던 문장에 다시 ‘자’를 올려놓은 후 손을 씻고서 진료를 시작한다. 진료가 끝나면 다시 손을 씻고서 원장실로 들어와 ‘자’로 표시한 부분부터 다시 읽는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 1년 정도 지나서는 환자 진료와 공부를 병행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그 당시 나의 소원 가운데 하나가 “단 하루라도 좋으니까 중단 없이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지난(至難)한 날들이었다.
나의 박사학위논문 역시 이런 역경 속에서 완성되었다. 진료 틈틈이 작문한 서너 줄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수천 마디의 글줄이 모여서 한 권의 책이 된 것이었다. 아니 학위논문뿐만 아니라, 1999년 7월 치과 문을 내릴 때까지 내가 만들었던 모든 책과 논문들이 이런 방식으로 저술되었다. ≪중론≫(1993), ≪불교의 중심철학≫(1995), ≪회쟁론≫(1999), ≪백론․십이문론≫(1999) 등의 번역서와 ≪회쟁론 범문․장문 문법해설집≫(1999)이 그런 책들이다.
≪중론≫ 제2장 「관거래품」을 분석하여 「Nāgārjuna의 운동부정론」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이후, 계속 중관학 공부에 집중했는데, 그 당시 ≪중론≫을 읽을 때마다 항상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다. 하나는 용수가 구사하는 논법의 유래였고, 다른 하나는 그 논법의 유형이었다. ≪중론≫에서는 초기불전이나 아비달마논서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논법이 구사되는데, 그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다. 예를 들면 “만일 가는 자가 간다면 감이 둘이 있게 된다. 첫째는 가는 자의 감이고 둘째는 가는 작용의 감이다[중론, 2-10].”라는 게송이나 “만일 연료로 인해 불이 존재한다면 불이 성립되고 나서 다시 성립되는 꼴이다. …[중론, 10-9 전반)”와 같은 게송은 그 비판 대상은 다르지만 그 논파 방식이 유사했고, 이들 게송에서 사용된 ‘감이 둘이 있게 된다.’거나 ‘불이 성립되고 나서 다시 성립되는 꼴이 된다.’와 같이 의미의 중복을 지적하는 독특한 논리의 유래가 궁금했다.
중관논리의 독특한 논파 방식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그 유래를 찾아내겠다는 과제를 안고서 공부하던 중 카지야마유이치(梶山雄一)의 논문을 읽다가, ≪방편심론(方便心論)≫이나 ≪니야야수뜨라(Nyāya Sūtra)≫에 등장하는 상응(相應) 또는 자띠(jāti)에서 중관논리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카지야마의 논지를 면밀히 검토하다가 중관논리의 기원에 대한 연구가 그 규모와 심도 면에서 박사학위논문으로서 어울릴 것 같았다. 먼저 ≪니야야수뜨라≫ 제5장에서 소개하는 24가지 자띠논법과 ≪방편심론≫ 제4장에 실린 20가지 상응논법의 의미에 대해 여러 주석서와 연구서를 참조하면서 정리하였다. 이는 이 책 제Ⅱ장에 정리되어 있다.
그다음의 과제는 ≪중론≫ 게송의 유형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중론≫ 청목소는 총 455수의 게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993년 출간했던 ≪중론≫ 원고에서 게송만 추출하여 100여 장의 문서로 출력한 후, 다시 게송 하나하나를 오려서 총 455장의 ‘게송 카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거의 매일 일정 시간을 할애하여 게송 카드를 숙독하면서 유사한 패턴의 게송들을 추리기 시작하였다. ≪중론≫의 게송들은 그 성격상 ‘선언적 게송들’, ‘비유적 게송들’ 그리고 ‘논리적 게송들’의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중관학의 특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이 ‘논리적 게송들’인데 이 게송들만 추려서 다시 읽으면서 논파 방식이 유사한 게송들끼리 모았다. 논리적 게송이 적힌 카드들을 모두 방바닥에 펼쳐 놓고서 분류작업을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15가지 정도의 논파 패턴이 보였는데 읽고 또 읽다 보니 패턴의 가짓수가 점차 줄어들었고, 6개월 정도 지나자 중관논리의 윤곽이 드러났다. 지금은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중관논리의 핵심은 4구비판의 논리에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 책 제Ⅴ장의 제1절 ‘≪중론≫의 논리 구조’가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서 작성되었다.
그 후 나는 ‘4구비판의 논리’를 핵심으로 삼아서 중관학과 관계된 논문이나 책을 쓰거나 강의를 하였다. 이 책에서는 4구 가운데 제1구가 범하는 오류를 ‘내포의 오류’, 제2구가 범하는 오류를 ‘배제의 오류’라고 명명하였는데, 학위 취득 후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나는 사구 각각이 범하는 오류를 차례대로 ‘①의미중복의 오류, ②사실위배의 오류, ③상호모순의 오류, ④언어유희의 오류’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명명은 일본이든 구미든 세계 어느 곳의 중관학 연구자도 시도하거나 사용한 적이 없는 나만의 고안이었다.
그런데 수년 전 탄허(呑虛, 1913-1983) 스님 관련 논문을 쓰기 위해서 스님의 어록을 읽다가 증익방(增益謗), 손감방(損減謗), 상위방(相違謗), 희론방(戲論謗)이라는 단어가 눈에 번쩍 띄었다. 유(有), 무(無), 역유역무(亦有亦無), 비유비무(非有非無)의 4구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용어였다. 유라고 하면 실재보다 ‘덧붙이고 늘이는 비방’이 되고, 무라고 하면 실재보다 ‘덜어내고 줄이는 비방’이 되며, 역유역무라고 하면 ‘모순을 병치하는 비방’이 되고, 비유비무라고 하면 ‘장난으로 논란하는 비방’이 된다. 내가 명명했던 ①의미중복의 오류는 증익방이며, ②사실위배의 오류는 손감방, ③상호모순의 오류는 상위방이고, ④언어유희의 오류는 희론방에 다름 아니었다. 나는 즉시 대장경 검색 프로그램인 CBETA를 열어 그 용어의 유래를 알아보았다. 세친의 ≪섭대승론석≫이나 호법의 ≪대승광백론석론≫에서 유, 무, 역유역무, 비유비무를 예로 들면서 차례대로 증익방, 손감방, 상위방, 희론방으로 명명하고 있었다. 그간 불전을 읽으면서 이런 용어를 간과한 것에 대해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서 근 6개월에 걸쳐서 ≪중론≫ 게송들을 분석한 후 도출한 결론이 세친이나 호법과 같은 옛 논사들의 통찰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흐뭇하기도 했다.
박사학위논문을 완성하고서 어느새 만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사구 각각이 범하는 오류를 표현하기 위해서 전통적으로 증익, 손감, 상위, 희론이라는 술어(術語, technical term)를 사용했다는 점을 알게 된 것 외에는 ‘중관논리의 기원이나 유형’과 관련된 연구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없다. 따라서 이 책은 중관논리의 기원을 구명(究明)한 연구서로서 독립적인 위상과 가치를 지닐 것이다.
초기불교나 선불교, 유식학이나 화엄학 등 불교학의 다른 분야와 비교할 때, 중관학 연구자의 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이 책의 단행본 출간으로 인해 우리 불교학계에서 중관학 연구가 활성화 되고 중관학 연구자의 저변이 보다 넓어지기 바란다.
2019년 4월15일
경주 남산이 보이는 연구실에서
도남圖南 김성철金星喆 합장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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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차 례
책머리에 3
차 례 9
서론 13
1. 문제의 제기 15
2. 연구방법 22
Ⅰ. ≪방편심론≫과 <상응품>에 대한 문헌학적 고찰 29
1. 내용 개관 31
2. 저자의 문제 34
3. 제4 상응품의 성격에 대해 42
4. ≪방편심론≫의 ‘상응’과 ≪니야야 수뜨라≫의 ‘자띠’의 어의에 대한 분석 47
5. ‘상응’ 논법의 사상적 배경 57
Ⅱ. ≪니야야 수뜨라≫의 ‘자띠(jāti)’ 논법과 ≪방편심론≫의 ‘상응’ 논법의 의미 63
1. ≪니야야 수뜨라(Nyāya Sūtra)≫의 ‘자띠(jāti)’ 논법 65
1) 동법(sādharmya), 이법(vaidharmya) 상사(sama) 65
2) 증익, 손감, 요증 불요증, 분별, 소증 상사 72
3) 도(prāpti), 부도(aprāpti) 상사(sama) 79
4) 무궁(prasaṅga), 반유(pratidṛṣṭānta) 상사(sama) 82
5) 무생 상사(anutpatti sama) 97
6) 의 상사(saṃśaya sama) 101
7) 문제 상사(prakaraṇa sama) 104
8) 무인 상사(ahetu sama) 107
9) 의준 상사(arthāpatti sama) 111
10) 무이 상사(aviśeṣa sama) 114
11) 가능 상사(upapatti sama) 115
12) 가득 상사(upalabdhi sama) 117
13) 불가득 상사(anupalabdhi sama) 118
14) 무상 상사(anitya sama) 122
15) 상주 상사(nitya sama) 125
16) 과 상사(phala sama)와 6종 입량 논법(ṣatpakṣī) 126
2. ≪방편심론≫의 ‘상응’ 논법 131
1) 증다 상응, 손감 상응 131
2) 동이 상응 135
3) 문다답소 상응, 문소답다 상응 135
4) 인동 상응(인 상응), 과동 상응(과 상응) 138
5) 편동 상응(편 상응), 불편동 상응(불편 상응) 140
6) 시동 상응(시 상응) 142
7) 부도 상응, 도 상응 145
8) 상위 상응, 부상위 상응 147
9) 의 상응, 불의 상응 150
10) 유파 상응 153
11) 문동 상응, 문이 상응 154
12) 불생 상응 155
3. ‘상응’, ‘자띠(jāti)’ 논법의 성격과 유형에 대한 고찰 158
Ⅲ. 상응 논법을 둘러싼 용수와 니야야 논사 간의 논쟁 163
1. 시동 상응(=무인 상사: ahetu sama) 166
1) ≪니야야 수뜨라(Nyāya Sūtra)≫에 등장하는 논쟁 166
2) ≪광파론(Vaidalya-prakaraṇa)≫에 등장하는 논쟁 172
3) ≪회쟁론(Vigraha-vyāvartanī)≫에 등장하는 논쟁 180
4) 논쟁의 순서에 대한 고찰 190
2. 도, 부도 상응(=도, 부도 상사: prāpti, aprāpti sama) 194
1) ≪니야야 수뜨라(Nyāya Sūtra)≫에 등장하는 논쟁 194
2) ≪광파론(Vaidalya-prakaraṇa)≫에 등장하는 논쟁 196
3) ≪회쟁론(Vigraha-vyāvartanī)≫에 등장하는 논쟁 206
4) 논쟁의 순서에 대한 고찰 208
3. 무궁, 반유 상사(prasaṅga, pratidṛṣṭānta sama) 211
1) ≪니야야 수뜨라(Nyāya Sūtra)≫에 등장하는 논쟁 211
2) ≪광파론(Vaidalya-prakaraṇa)≫에 등장하는 논쟁 220
3) ≪회쟁론(Vigraha-vyāvartanī)≫에 등장하는 논쟁 224
4) 논쟁의 순서에 대한 고찰 231
4. 용수와 니야야 논사 간의 논쟁사를 통해 본, 각 경론들의 성립 시기 232
Ⅳ. 용수의 논서에 등장하는 상응 논법 237
1. 시동 상응(무인 상사: ahetu sama) 240
2. 도, 부도 상응(도, 부도 상사: prāpti, aprāpti sama) 246
3. 무궁, 반유 상사(prasaṅga, pratidṛṣṭānta sama) 252
4. 불생 상응 257
5. 무생 상사(anutpatti sama) 260
6. 소증 상사(sādhya sama) 264
7. 그 밖의 상응, 상사 논법 271
Ⅴ. ≪중론≫의 논리 구조와 상응 논법 279
1. ≪중론≫의 논리 구조 281
1) 사구의 논리적 구조 283
2) 4구 비판 논리의 토대 - 환멸 연기 286
3) 제1구 비판의 논리 - 내포의 오류 292
4) 제2구 비판의 논리 - 배제의 오류 297
5) 제3구 비판의 논리 302
6) 제4구 비판의 논리 305
7) ≪중론≫의 논리 유형 310
2. 중관논리와 상응 논법 312
1) 제1구 비판과 상응 논법 313
2) 제2구 비판과 상응 논법 315
3) 제1, 2구 비판의 양도논법과 상응 논법 318
4) 제3구 비판과 상응 논법 324
5) 중관논리와 상응 논법의 관계 324
Ⅵ. 상응 논법의 의의 327
1. 양(量, pramāṇa)을 비판하는 논리 329
2. 연기의 중도성과 상응 논법 332
3. 공성의 중도성과 상응 논법 337
4. 쁘라상가(prasaṅga) 논법과 상응 논법 343
5. 붓다 교설의 방편적 성격과 상응 논법 366
Ⅶ. 중관논리의 기원에 대한 종합적 고찰 369
1. 중관논리의 기원을 상응 논법에서 찾는 이유 371
2. 중관논리와 상응 논법의 선후 관계에 대한 고찰 378
3. 중관논리와 상응 논법의 공통점에 대한 고찰 383
1) 비판 대상의 공통점 - 분별적 사고에 대한 비판 384
2) 취지의 공통점 - 방편적 논리 390
결론 395
참고문헌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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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생님, 박사학위 논문을 이렇게 세상에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멀리서 선생님 책으로 공부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선생님의 강의를 유튜브로도 볼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신 이야기가 참으로 감동스럽고 개인적으로 큰 힘을 얻습니다. 앞으로도 선생님의 깊은 가르침 세상과 많이 소통해주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