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촛불을 기억하십니까.
광화문과 시청앞, 전국 곳곳에서 밝혀졌던 촛불을 떠올리면 참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대통령 한번 잘못 뽑았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생해야하나..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구나.. 감동이었죠.
그래도 저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있습니다.
우리 신랑을 만난 것이지요.
2008년 촛불이 한창 뜨거워졌을 때 홍대앞 놀이터에서 마포촛불을 들었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우리동네청년회에서, 동네에서 같이할 수 있는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만난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수요일마다 마포촛불을 함께하다가 동네주민들과 나눌 수 있는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촛불이 승리할 때까지 함께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2009년 5월 2일, 촛불 1주년을 기념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에 모였고,
마포촛불을 함께 들었던 자바가 연행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250여명이 연행되었는데 9명이 구속되었고 회사원 원모씨, 자바도 구속되었지요.
어이없는 소식에 마포촛불연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고양이주점이라는 촛불구속자 후원주점을 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기억하며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착한 사람들만 모여서 준비한 자리여서인지^^;; 큰 수익은 내지 못했지만,
촛불은 꺼지지 않았음을 확인한 너무 좋은 자리였습니다.
다행히도 자바는 두 달만에 석방되었지만, 그 후에도 형사재판이 대법원까지 가서
집행유예 2년, 징역 10월이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도 정당한 이유로 촛불을 든 사람으로서 억울하고 고통스런 시간이었습니다.
2년여 동안 벌어진 촛불을 통해 우리는 좋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주변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짧은 시간동안 연애하고, 지금은 벌써 신혼생활 1년이 넘었지요.
평범한 회사원과 백수가 만나,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중동 보는 식당에 가면 “조선일보 반대”라고 카드 사인을 하고 나오고, 경향신문을 구독하며,
농심라면이나 과자에는 손도 대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잘 몰랐던.. 생활 속에서 작은 것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결혼생활을 하면서 알아가고 있답니다.
요즘은 새로운 것들에 대해 궁금한게 많아졌습니다.
민법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고,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아졌습니다.
서울시가 시민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고, 도대체 2억원이 어느정도의 돈인지도 궁금해졌습니다.
아니, 하이서울페스티발에 썼다는 143억원은 도대체 어느정도의 돈이며,
서울시민들의 세금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문화재단은 정말 손해가 막심해서 시민들한테 2억이 넘는 돈을 꼭 받아내야 되는지....
그게 가장 궁금합니다.
민사소송이 진행되면서 너무 억울한 일이니까 어떻게든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오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솔직히 3천만원이란 돈 때문에 앞날이 막막하기도 합니다.
노동조합이 파업한 이후 손해배상으로 조합원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도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 분들의 고통이 얼마나 대단할지 막연하게만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현실이 이렇구나... 그 정도만 생각했지요.
그런데 요즘 그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개인을 위해서 파업을 한게 아닐텐데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돈으로 보복을 하고 있는 게
얼마나 억울하고, 안타까운 현실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도움이 되지 못한 게 한없이 죄송합니다.
솔직히 돈 때문에 시작한 고민입니다.
우리 부부가 당하고 있는 것도 사실, 돈 때문에 억울한 일이지만, 요즘은 사회문제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소송을 당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사실 원고측은 그 돈이 구지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구속하기 위해, 돈으로 보복한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억울해서라도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습니다.
정부기관, 공공기관이 시민들에 대해 갖는 태도부터 고쳐야겠습니다.
돈으로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축시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겠습니다.
억울해서 시작한 싸움입니다.
사실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아 몇날 몇일을 고민했습니다.
얼마전 홍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하셨습니다. 지지하는 마음으로 신랑이랑 농성장에도 갔었습니다.
그 분들을 보니 다시 결심이 들더군요.
고통받는 당사자가 싸워서 이겨낼 결심을 해야 결국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심을 하고 주변에 알리니 많은 분들이 해결방법을 같이 고민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를 비롯한 소송을 당하고 있는 몇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대법원까지 가는 과정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길 수 있는 힘을 조금씩 만들겠습니다.
우리 신랑 자바, 그리고 손해배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과 지지, 그리고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항소이유서를 읽어 보고 또 판결문을 읽어 봤는데 여전히 왜 손해배상이 인정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재판이 얼마나 정치적인가를 다시 한번 느낍니다. 다마고치, 자바 모두 힘내세요!!
다마고치님, 자바님 힘내세요... 일이 이렇게까지 진행된 줄 몰랐어요. 설마 설마했어요.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힘내라는 말조차 미안하네요. 힘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