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香囊 (나의 책 52page) 스크랩 문학.인문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회떠주는 여자 추천 0 조회 38 15.02.25 06:4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김정후 | 돌베개 | 201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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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 김정후

 

 

삶이란 이 아니라 이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어린이, 청소년, 청년, 중년, 장년 그리고 마지막 노년을 거쳐 세상을 떠나는 과정은 하나의 굵고 긴 선으로 연결된 감동적인 시나리오나 다름이 없다.(page324)

 

각자 굵고 긴 선으로 연결된 감동의 시나리오를 쓴다면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때로 그 선의 굵고 가늠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누구를 만나느냐 하는 것은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는가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 아닐까.

 

나를 돌아 보건데 나는 대단한 생태주의자나 환경주의자는 못 된다. 나는 일회용품이 주는 편리함에 쉽게 유혹당하고 분리수거를 할 때도 가끔 규칙을 어기기도 한다. 지나다가 재활용쓰레기장에 내놓은 가구나 물품을 보면 발을 멈추고 유심히 들여다보기는 한다. 그러나 썩 들고 들어오지는 않는다. 시장에 갈 때는 장바구니를 챙겨가기는 하지만 돌아올 때 보면 여전히 비닐봉투에 담긴 장거리들을 양손에 들고 있기 일쑤다. 그럼에도 어떻게 하면 음식물 쓰레기의 양을 줄여볼까 고심하면서 과일껍질이나 채소 부스러기까지 신경을 쓰기도 하고 접시에 담겼다 그냥 버려지는 음식이 없도록 밥상을 차릴 때마다 반찬을 담는 손길에 좀 더 주의를 한다. 냉장고 에도 먹지도 않을 식재료를 사다 쟁여두었다가 그냥 버리는 일이 없도록 늘 체크를 하기는 한다. 이런 소소한 일상에서의 작은 행위에까지 생태니 자연이니 거창하게 가져다 붙이는 것은 너무 복잡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게끔 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행운이지 않을까.

 

영국을 가보지는 못했으니 책에서 보여주고 짚어주는 대로 따라가 보기로 한다. 영국의 문화예술 지역은 웨스트 엔드라고 한다. 몇 해 전부터 세계 현대 예술을 주도하는 새로운 장소로 떠오른 곳이 있는데 여기가 바로 이스트 엔드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버려진 양조장에서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변신한 투르먼 브루어리가있다. 전형적인 공장건물이지만 벽돌로 지어진 이 건축물은 영국의 빅토리안 양식을 간직하고 있다. 높은 천장이 밝은 채광과 환기를 해결했다고 하는데 붉은 벽돌 건물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바닥에 번지는 햇살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가슴이 설렌다. 원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예술과 연계했다는 이 곳은 1년 내내 시민, 관광객, 예술가,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행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page44 예술가 마을로 변신한 양조장-트루먼 브루어리 참보)

 

내겐 문화와 연계된 일을 하는 몇 몇 지인이 있다. 그 중 한 분은 오래 된 양조장을 개조해서 미술관을 운영한다. 트루먼 브루어리 처럼 있는 양조장의 본 모습을 그대로 남겨 두었다. 이 곳에서 미술과 관련된 각종 문화행사를 하는 것은 물론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는 동네를 문화마을로 변화시키고 가꿔가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문화운동가니 생태주의자니 또는 환경론자니 하는 거창한 호칭이 붙는 것을 꺼려한다. 그 분의 소박한 사무실에는 정말로 일회용 컵 같은 것은 눈에 띄질 않는다. 때문에 가끔 불편한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우리는 차를 마시기 위해 기꺼이 컵이 담긴 쟁반을 들고 수돗가에 가서 씻어야 하는 한겨울의 수고도 감수한다. 나는 양조장이 미술관이 있는 이 지역이 장차 인천의 투르먼 브루어리가 되기를 바래본다.

그런가 하면 한 쪽에선 텅 빈 마을에 예술가들이 찾아와 작업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동네 골목과 허름한 벽에 화사한 색을 입히는 일을 하는 지인도 있다. 그이는 주민들과 어울려 주민들이 참여하는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한다.

이런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황량한 도시의 한 부분이 사람냄새가 폴폴 올라오는 따뜻한 마을로 바뀌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하여 나도 모르게 다시 또 생각해보게 된다.

 

오늘날 재활용은 분야를 막론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화두이자 실천 원리로 자리 잡았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의 사용을 억제하고, 유리와 알루미늄 등을 분리 수거해 다시 사용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호하고, 나아가 살기 좋고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다. 재활용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은 오늘날 제일 덩치가 큰 대상인 건축이 그 중심에 놓여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건물을 재활용하자는 것이다.(page5)

 

책의 첫 머리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하게 드러내주어서 오히려 생각이 넓게 가지치기를 하는 데 방해가 되었노라 툴툴거리면서도 새로운 시각의 책을 만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유럽의 산업유산 재생 프로젝트를 탐구했다는 이 책은 프랑스, 영국,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이뤄진 성공사례들을 집중적으로 사진과 더불어 소개하고 있다. ‘산업유산이라는 다소 거칠고 황량한 단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무척이나 낭만적인사고와 연결되어지는 것이 재미있다.

어떤 새로운 대안, 어떤 새로운 삶의 방향을 이 책을 읽지 못 하는 동안에 발견하지 못 한다 한들 어떠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도시를 지나다 잠든 거인처럼 우뚝 나타나는 휴지기의 건물들에게 혼자의 색을 입히고 새로운 용도를 구상해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 같다. 그런 생각들이 모이면 언젠가는 현실이 되어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바램도 있다. 세련되고 아름다운 건물들 사이 오래된 건물이 공존하는 도시. 그 도시에서 우리는 오래된 건물에 자부심을 느끼는 시대를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굳이 큰 산업유산의 재활용이 아니면 또 어떤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이젠 마을이라는 개념은 많이 사라진 옛 단어가 되었다. 더불어 골목길이니 하는 단어들도 추억을 논할 때에나 어찌 등장해야 할 것 같은 지난 시절의 말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또 새로운 우리의 마을을 만들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덮고 나서 소소한 일상 속에서의 생태자연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해준 이 책의 내용에 상당부분 호기심과 공감을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떠올리는 마을은 사실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편안하게 걸을 수 있고, 가족이나 연인이 오붓하게 앉아 쉴 수 있고, 이웃과 어우러져 정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장소다. 즉 삶의 향기가 피어나는, 정감이 넘치는 장소를 말한다.(page325)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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