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팁의 역사 공에 직접 닿는 부분이다 보니 큐의 한 부품이라기보다 하나의 단일 품목으로 취급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톱 클래스의 프로선수 중에도 큐는 아무 메이커의 제품을 쓰더라도 팁만은 까다롭게 쓰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팁이라고 말하는 이 작은 가죽 덩어리가 처음부터 큐에 붙어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큐가 그냥 하나의 '막대기'였던 시대에는 그 끝이 그냥 목재 그대로였습니다만, 게임이 테이블 위의 놀이로 진화하여 가고, 이전보다 강한 샷이 요구되게 되면서 이 '막대기'의 끝을 보호하기 위해 붙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때에도 현재와 같은 '팁'으로서의 기능이 아닌, 단순한 '막대기의 보호'라는 기능을 위한 것이었을 뿐 현재와 같은 개념으로서의 팁이 생긴 것은 사실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닙니다.
18세기에 프랑스인 M. Mingaud(Mingot)가 한권의 책을 저술하였습니다. 'Mingaud's Book'이라고 불리는 그 책에는 당시까지의 당구 기술을 뒤엎는 'twist'(비틀기)라는 말이 쓰여 졌고, 팁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기록되고 있었습니다. 그가 어떻게 이러한 기술을 알고 있었던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 이유가 불분명합니다만 이 시기에 이미 당구가 보다 복잡한 게임성을 포함하고 있었던 것은 틀림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 당구 지식을 찾아보면 흔히 이 밍고가 팁을 발명하였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사실 없던 것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보다 지금의 팁이라는 개념에 가깝게 발전을 시킨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마법의 파우더'로 불리며 등장한 초크도 거의 동시에 발견되었습니다.
Minguad의 저서 이후로도 팁은 크게 형태를 바꾸고 있지 않습니다만 그 제조법이나 재질에는 다양한 것이 사용되어져 왔습니다. 현재의 국제 룰로는 '가죽, 혹은 합성에 의한 것'이라고 한정되고 있습니다.'합성에 의한 것'은 합성 피혁에 관한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진짜 동물의 가죽에 수지 등을 혼합하고 합성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포켓 경기의 브레이크 큐나 점프 큐 등에 플라스틱 수지 팁이 붙여지는 일이 있습니다만 공식 시합에서의 사용은 금지되고 있습니다.
◈ 팁의 종류 * 청 팁 주로 사슴 가죽을 재료로 만들어지며 팁의 성능은 좋은 편이지만 불량률이 상당합니다. 줄로 갈거나 해서 모양을 만들 때 보프라기(?)가 많이 일어나는 편이기에 어려움이 있으며 간혹 너무 물러져서 모양이 '무너져 버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 압축팁보다 느낌이 덜 딱딱하고 부드럽기 때문에 특히 국내식 4구 게임을 즐기시는 분들이 많이 사용을 하시더군요.
* 홍 팁 소가죽, 돼지가죽을 재료로 만들어지며 느낌이 청팁 보다 딱딱하고 공을 때리는 느낌이 손에 바로 전달됩니다.
* 압축팁 통가죽 팁이 아니라 가죽 분말을 압축한 팁이지만 청팁과 달리 다듬을 때 잔 보푸라기가 일어나지 않는 편이어서 다듬기 쉽고 모양 변화가 적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다른 팁들보다 가격 면에서 매우 저렴하다는 것이 매우 큰 경쟁력인 듯 합니다. 아무래도 공을 칠 때 딱딱하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 쪽 팁 어디선가 '일본인들이 만들어서 쪽팁이라고 한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쪽팁의 여러 메이커들 중에 일본의 모리사(社)가 가장 유명하다보니 그러한 낭설이 생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은 통가죽을 압축하거나 가죽파우더로 성형한 다른 팁과 달리, 여러장(여러쪽)의 얇은 가죽을 층층이 겹쳐 눌러 만들기 때문에 쪽팁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에서는 '적층팁'이라는 말이 쓰이고 영어권 나라들에서는 Multi-Layer-Tip, 혹은 Laminated-Tip이라고 부르죠.
두꺼운 가죽이 잘 공급되고 그에 따라 고품질의 '단층팁'의 생산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현재의 팁들보다 더 좋은 타구감을 얻을 수 있을 듯 합니다만 현재는 '단층팁'을 제작할만한 두꺼운 피혁의 입수가 어렵고 한 장의 큰 가죽에서 다수의 팁을 잘라내는 공정에 어려움이 있어 힘들다고 합니다.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 가죽 파우더를 강하게 압축한 '압축팁'과 동물의 얇은 가죽을 복수의 층으로 붙여 무리가 없는 균일한 성능의 제품, '쪽팁'이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단층팁'을 사용하다보면 아무래도 측면이 부풀어 버리게 됩니다만 쪽팁은은 복수의 얇은 가죽이 세로에서의 충격을 분산하기 때문에 '단층팁'보다 더 좋은 성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결점이라면 얇은 가죽은 섬유질이 상당히 세밀해서 초크 가루를 머금는 성능이 나쁘다고 평가되며, 간혹 층이 벗기지는 경우가 생기고, 그리고 제조 공정 상 끝을 둥글게 가공하기 힘들어 편평한 모양으로 그냥 출시가 되는 제품이 많기 때문에 사용자 스스로 모양을 둥글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불편합니다.
국내에서는 일본의 모리사(社)의 제품이 가장 널리 쓰이다 보니 다른 메이커의 쪽팁들도 '모리팁'으로 불리워지기도 합니다. 국내에는 거의 일제가 많지만 국산도 요즘엔 좋더군요. 저 역시 국산 쪽팁을 사용해본 일이 있었습니다. 현재 콕스(COX)와 브론즌(BRONZEN), 이 두 가지가 유통이 되고 있는데 전체적인 성능에서 유명 외제 팁들의 노하우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는 느낌입니다. 앞으로의 성능 개선에 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요즘 선수들 거의 쪽팁을 사용합니다. 미디엄과 하드, 소프트 등 3종류가 있지만 소프트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너무 부드러워서 몇 번 치면 갈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가 듣기로는 포켓볼 선수들 중의 일부는 더 예민한 감각에 이로운 소프트 팁을 더 선호한다고도 하더군요.
◈ 팁 교환하기 팁을 오래 사용해서 얇아지거나 강한 타구에 부서지는 경우에는 새로운 팁으로 교체를 해서 사용하셔야 합니다. 먼저 기존에 사용하던 팁을 떼어내시면 본드로 붙어있던 것이라 붙었던 자국이 남아있게 되는데 줄로 깨끗하게 수평을 보아가시면서 갈아내십시요. 팁의 선골과 붙는 쪽도 사포를 이용해서 편평하게 갈아내신 후에 본드를 사용해서 선골과 팁을 붙입니다. 본드를 먼저 두 면에 바르시고 어느 정도 굳어질 만큼 기다리셨다가 붙입니다. 팁을 붙일 때는 오공본드나 돼지본드로 붙이십시요. 순간접착제(시안와 아크릴레이트)로 붙이시면 그 화학적 특성상 나중에 팁이 벌어져서 잘 떨어집니다. 큐를 거꾸로 세워둔 상태로 하루정도 굳히고 날이 잘 드는 면도칼(카타칼이나 구두칼)로 팁의 옆면을 다듬은 후 나머지 돌출 부분을 사포로 문질러 갈아내 줍니다. 선골은 사포질 하는 곳이 아닙니다. 사포의 각도를 구부려 팁만 사포로 살짝 갈아내십시요.
요즘엔 '큐까꼬'라는 제품이 나와서 초보자들도 선골 수평으로 깎기, 팁 윗면 둥글게 깎기, 팁 옆면 깎기 등의 작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개선해야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개인큐를 세심하게 작업해야 할 동호인들께서는 그 단점이나 조심해야 할 점들을 충분히 아시고 나서 사용하셔야 합니다.
◈ 팁 잘 사용하기 특히 개인큐의 경우 비싼 팁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몇 번 사용하고 못쓰게 되면 정말 속이 상합니다. 큐를 사용하시면서 자주 팁의 상태를 보시고 잔 보푸라기나 미세한 균열이 생겼는지를 살피셔야 합니다. 그리고 공 닿는 부분외의 옆면을 단단하고 광택이 나게 하려면 옆면에 물을 묻히고 가죽이나 빳빳한 종이로 사포질 하듯 문질러 주시면 반짝반짝 광이 나면서 모양도 계속 잘 유지가 됩니다. 팁의 모양은 너무 편평해도 좋지 않지만 반대로 뾰족해 보일만큼 너무 둥글어도 큐미스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수시로 줄과 사포, 칼 등으로 좋은 모양이 되도록 다듬어 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