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인수봉 심우길
제4피치에서 전철성,이지민,김홍례
제4피치를 오르고 있는 전철성씨
북한산 인수봉은 국내 최고의 대표적인 인기암장이자 알피니즘의 요람.
클라이머들은 이곳에서 꿈을 키우고 역사를 만든다.
1935년 ‘인수B’ 루트가 초등반 되고 지금은 90여 개의 암벽길 열려있어.
우이동 도선사 주차장에서 약30여분 올라가면 하루재가 나온다. 이곳 하루재에 올라서면 시원한 바람이 등산객들을 반겨준다. 그리고 저 앞에 거대한 암봉이 웅장함을 과시하고 서있다. 이 암봉이 바로 북한산 인수봉이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이 바위를 보고 한마디씩 한다.
‘야! 저기 사람이 붙어있다.’
‘응, 어디?, 저기 바위에 붙어 있잖아,’
‘어, 정말 사람이 붙어있네.....’
큰 바위에 개미가 줄지어 올라가듯 수백 명이 오름 짖을 하고 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한마디씩 한다.
어떤 사람은 ‘아이고 저길 어떻게 올라가지’ 하니까,
‘야!, 별거 아니야 줄잡고 올라가는 거야, 마치 전문가처럼 옆에 가던 사람이 답변을 한다’.
‘그래도 그렇지, 미친 사람들이지, 위험하게 왜 저런 짖을 해,’......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저 짖을 하는 사람인데 ‘나도 미친 사람이구나’를 생각하면서 웃음을 지으며 뒤따라간다.
북한산 인수봉은 국내 최고의 대표적인 암봉이다. 북한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 백운대(836.5m)와 나란히 마주보고 있으며 한국 클라이머들의 대표 암장이다. 고산등반, 빅월등반, 자유등반 등 진보된 등산 행위를 하는 산악인들도 인수봉에서 꿈과 희망을 키워왔다.
클라이머들은 이곳에서 꿈을 키우고 역사를 만든다.
그래서 인수봉은 클라이머들에게 애환과 열정이 담겨있는 영원한 대상이자 꿈의 암장인 것이다.
인수봉의 암벽을 한국인으로 가장 빨리 오른 사람들은 ‘백령회’의 김정태, 엄흥섭, 김금봉씨가 일본인 이시이와 함께 1935년 3월에 초등을 하였다.
따지고 보면 인수봉의 본격적인 클라이밍 역사는 80여년이 된 샘이다.
현재 인수봉에는 총90여 개의 루트가 열려 있고 휴일이면 300여 명의 클라이머들이 암벽등반을 하기 위해 몰려든다. 인기 루트는 기다려야 등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붐빈다.
인수봉의 높이는 약200m, 하단부의 둘레는 약500m 가량이다. 동면과 남면, 서면으로 구분되며 둥글게 생겨 친근감이 들며 크지도 작지도 않은 화강암벽이다.
인수봉의 암질은 화강암으로 되어있어 마찰력이 뛰어나고 슬랩과 크랙, 페이스, 침니, 오버행 천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다.
심우길
‘심우’(心友)길을 표현하자면 ‘마음이 잘 통하는 벗’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개척자들이 개척당시 회원들의 끈끈한 우정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우’길 하면 상징적인 것이 하나 있다. 루트의 마지막 끝 바로 앞에 주목 두 그루가 자리하고 있다.
이 주목 바로아래에 루트의 마지막 쌍볼트가 설치되어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이 푸르름을 간직하며 이곳 심우길 상단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북한산에서 주목은 그리 흔하게 볼 수 없는 나무다. 하지만 이곳 인수봉 꼭대기 바위에 터를 잡고 자신의 명성을 져버리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3-40년 전의 인수봉은 여기저기 나무들이 많았었다. ‘취나A’, B, ‘벗’길, ‘크로니’ ‘인수B' '우정’ 등 여기저기 나무들이 많았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흙이 비바람에 쓸려 나가고 버티지 못하고 사라져갔다.
사실 ‘심우’길 상단의 이 ‘주목’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모진 비바람을 견뎌오다가 결국 2000년대 초 태풍으로 인하여 쓰러졌다. /쓰러진 나무를 살리기 위해 2003년 4월 청죽산악회에서 나무하단부에 철구조물을 세우고 흙을 보강하여 지금도 잘 버티고 있는 것이다.
‘심우’길은 심우산악회에서 개척했다.
‘심우’길은 보편적으로 제4피치로 구분하고 있지만 첫피치 완경사 30여 m를 제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나드A’와 ‘심우’길, ‘벗’길, ‘교대’길 등을 이곳 첫피치를 오르고 나면 10여m의 넓은 테라스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등반준비를 하고 시작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서 시작되는 루트들은 이곳까지 올라가는 첫피치를 제외하고 피치를 나누어 등반하고 있는 것이다.
‘심우’길은 전체적으로 크랙위주이며 마지막피치만 페이스와 슬랩으로 이어지는데 페이스는 인공등반구간이다.
완경사 30여 m의 제1피치를 오르고 나서 장비와 배낭정리를 하고 ‘심우’길 제2피치부터 시작된다. ‘심우’길은 오르기 위해서 김용기등산학교 강사 전철성, 이지민, 김홍례씨와 같이 찾았다. 제1피치를 올라가니 마침 미국 ‘파타고니아’ 브랜드 팀이 화보로 사용한다고 ‘취나드A’에서 여성 클라이머를 모델로 하루 종일 촬영을 하고 있었다. 사실 ‘취나드A’는 파타고니아 회장인 ‘이본 취나드’라는 사람이 개척했는데 자신이 개척한 루트에서 일부러 촬영을 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2피치는 길이 약25m, 난이도는 5.6의 쉬운 구간이다. ‘취나드A’ 오른쪽의 침니형태의 크랙으로 출발하게 된다. 오른쪽 바위에 등을 대고 밀면서 오르면 완경사의 양호한 크랙으로 이어지지만 크랙의 손맛이 좋아 쉽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10여m 오르고 나면 약2m 쌍크랙이 나오는데 이곳 쌍크랙은 양손으로 안듯이 당기면서 오르면 쉽게 오를 수 있다. 이곳 쌍크랙을 오르고 나면 평평한 테라스가 나오며 쌍볼트가 설치되어있다.
제3피치는 좌측으로 이어지는 사선크랙이다. 길이 약15m, 난이도는 5.9의 벙어리크랙이다.
‘심우’길을 오르는 것은 이곳 사선크랙의 손맛을 보기 위함이다. ‘심우’길의 백미인 이곳 사선크랙의 난이도는 5.9정도이나 쉽게 생각하면 큰코다치는 구간이다. 약2m의 수직크랙을 레이백으로 오르고 나서 좌측으로 나가야 하는데 이곳에서 블랙다이아몬드 캐머롯 1호를 설치한다. 크랙을 잡고 좌측으로 나가 반 레이백 동작으로 약2m 이동하여 볼트에 퀵드로우를 설치한다. 이곳 볼트를 지나면서 크랙은 벙어리크랙으로 변하며 밖으로 나가면 손이 빠져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이곳 벙어리크랙을 재미있게 오르려면 밖으로 나와 외면등반을 해야 한다. 벙어리크랙을 슬로핑 손잡기를 하고 몸은 좌측으로 뉘이고 발은 밀어주면서 반 레이백동작을 하면 아슬아슬함과 짜릿함을 느끼며 돌파할 수 있다. 사실 이곳 크랙은 이동작의 짜릿함을 맛보는 것이 하이라이트다. 마지막 약3m 정도 곳바로 오르는 크랙은 오른발을 크랙에 걸쳐 넣고 캐머롯 3호를 설치하고 오른다. 만약에 중간에 볼트에서 레이백이 두렵다면 오른쪽다리를 크랙에 걸쳐 넣고 오를 면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제4피치
제4피치는 길이 약35m, 난이도는 5.7의 크랙위주이다. 쌍볼트에서 곳바로 갈라진 크랙으로 약15m 정도 올라서면 쌍볼트가 나오며 예전에서 이곳에서 피치를 한 번 더 끊었으나 지금은 그냥 돌파한다. 오버행진 우향 크랙 옆에 볼트가 하나 있으며 이곳 크랙을 약3m 오른뒤 좌측으로 턱을 올라서서 좌측으로 이동한다. 경사가 완만하고 크랙이 잘 발달 되어있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취나드A’ 쪽으로 접근하다 슬랩을 약3m 오르고 나서 밴드부분의 언더홀드를 잡고 오른쪽으로 2m 이동하면 쌍볼트가 있다.
제5피치
제5피치는 길이 약35m 이며 난이도는 5.6급의 슬랩과 페이스는 인공등반(AO)구간이다.
쌍볼트에서 오른쪽으로 약3m 이동해서 슬랩을 올라가야 하는데 볼트가 멀리 박혀있어 불안하지만 자세히 보면 슬랩에 닥터링이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하지만 쌍볼트에서 우측으로 돌아서 5-6m 정도를 확보물 없이 올라야 하니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에겐 당황할 수밖에 없다. 멀리 박혀있는 볼트도 수십 년이 지나 노후되어 불안하고 이곳 볼트를 교체하고 하나 더 추가설치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곳 슬랩을 통과하며 곳바로 10여개의 볼트가 촘촘히 박혀있어 인공등반으로 오를 수 있으며 수직벽을 오르고 나면 완경사의 슬랩을 약8m 오르고 나면 주목 아래 부분에 쌍볼트가 설치되어있다.
등반 길잡이
‘심우’길은 총140여 m 이며 총5피치로 구분된다. 최고난이도는 제3피치 사선크랙 5.9로 평가한다. 중급자 2인 기준으로 약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심우’길은 인수봉을 바라볼 때 동면의 가장 우측에 자리하고 있는 루트이다.
인수봉은 등반을 마치고 서면 하강지점까지 갈 수 있지만 ‘심우’길은 인수봉의 가장 우측에 있어 서면하강지점까지 가려면 귀바위 밑을 통과하여 가야 하는데 시간이 약1시간 소요된다. 따라서 대부분 등반이 끝나고 루트를 따라 하강을 하게 된다. 하강방법은 60m 로프 2동을 이용하여 제4피치 중간에서 한번 끊고 제2피치 테라스까지 2회 하강으로 내려갈 수 있다. 제1피치는 60m 로프 하프 30m를 걸고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다.
장비는 퀵드로우 12개와 로프 60m 2동, 캠1세트 등이 필요하며 개인장비가 필요하다.
인수봉은 허가 없이 등반이 가능하며 암장에서 200여m 아래 지점에 야영장이 있다. 야영을 할 때는 야영허가를 얻어야 하며 21야영장에 경찰구조대가 상주하고 있고 식수는 야영장 샘터에서 구할 수 있으나 마를 때도 있어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