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당구를 즐기는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단어일 듯 합니다. 당구대 석판의 표면을 덮는 천을 일컬어 나사, 혹은 나사지 등으로 부릅니다. 당구 용어의 우리말화를 주장하시는 분들은 당구지, 혹은 당구천 등으로 부르시기도 합니다. 원래 이 말은 포르투갈의 모직물 라샤(raxa)에서 온 외래어입니다. 당구용 천 뿐만 아니라 양털, 토끼털 등 동물의 털로 만든 직물 또는 이들의 털을 혼방(混紡)이나 교직(交織)한 직물을 총칭합니다. 이 나사에도 여러 가지 등급이 있고 그에 따른 가격 차이가 있으며 각 등급마다의 특징과 관리 방법이 존재합니다.
국산 당구용 나사의 등급은 특지, A지, B지, CF지 등으로 나뉘게 됩니다. 이렇게 등급이 나뉘어 지는 기준은 천연섬유인 양모(울)와 합성섬유인 나일론 혹은 폴리에스텔의 혼합비율에 따라 정해집니다. 제조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인 등급별 혼합비를 살펴보면 특지는 울 함유량이 90% 이상이며 A지는 울 함유량이 80% 이상이고 B지는 울 함유량 65%이상이며 C지는 울 함유량이 35% 이상입니다. 물론 울 함유량이 동일하다고 해도 원재료의 질적인 차이와 사용 기계와 공정 등의 요인에 따라 각 메이커의 제품별로 품질 및 가격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울 100%로 가공하면 최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 일도 있었습니다만 그렇게 할 경우 강도가 너무 약하게 되기 때문에 고급지의 경우에도 일정 비율의 합성섬유를 포함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합성섬유인 나일론지나 폴리에스텔지는 겉보기에도 양모사와 흡사할 뿐 아니라 마찰에 강하고 오그라들거나 뻣뻣해지지 않습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합니다. 열에 약하고 흡습성도 좋지 않습니다. 양모보다 가볍고 튼튼해 강도가 적은 양모와 합사하면 이상적이며 좀이 슬지 않고 실의 빛깔을 다양하면서도 선명하게 염색할 수 있으며, 가는 실에서 굵은 실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 수입되는 시모니스, 그레니토 등의 외국산 나사의 경우 소모사가 사용되지만 아직까지 국산 당구용 나사의 경우 대부분 상대적으로 조직이 크고 거친 방모사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소모사는 5cm 이상의 비교적 길고 품질이 좋은 양털섬유를, 방적공정에서 잘 빗어서 단섬유(短纖維)나 또는 세모(洗毛) 과정에서 제거되지 않은 가벼운 협잡물을 제거하고, 섬유를 직선상으로 잡아늘임과 동시에 평행상태로 가지런히 한 다음 꼬임을 가하여 만든 실입니다. 따라서 단섬유(單纖維)가 가지런히 늘어서 있고, 방모사보다 표면이 매끄럽습니다. 국내에서도 소모사 재질의 나사가 얼마 전에 개발되어 시판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천을 사용하여 최적의 경기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입니다만 당구 클럽의 입지 조건 등의 상황에 따라서도 이 나사지를 선택하는 기준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나일론 등의 합성섬유의 포함 비율이 높은 하위 등급일수록 가격이 저렴하며 강도가 강하고 찢어지거나 구멍이 나는 일이 적어서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공의 미끄러짐이 심해서 올바른 공의 진로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두께가 얇은 까닭에 석판과 공의 이격거리가 짧아서 공 구르는 소리가 크게 납니다. 대학가나 유흥가 등 뜨내기 손님이나 하점자가 많아 나사의 파손이 심한 지역이라면 강도가 강한 하위 등급의 나사를 사용하는 것도 영업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무 쿠션을 덮는 쿠션용 나사를 상위 등급으로 사용하게 되면 하위 등급 나사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단점들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포켓 경기용 나사의 경우 훨씬 더 다양합니다만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쓰이는 캐롬 경기용 나사의 경우 연두색, 녹색, 청색, 잉크색 정도의 색상이 사용됩니다. 클럽의 인테리어나 클럽주의 색상 선호에 따라 어떤 것을 사용하든 별 차이는 없습니다만 전기 용량 등의 이유로 조명이 어두운 클럽일수록 밝은 계통의 나사를 사용하는 일이 많으며 나사의 색상에 따라 초크의 색상도 비슷한 것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나사를 관리하는 클럽주의 입장에서 왁스를 쓰거나 코팅제를 쓰거나, 자신만의 노하우로 그것들을 혼합하여 사용하거나, 물걸레를 대거나, 청소기만 사용하거나 하는 수많은 관리방법들이 존재합니다. 어느 것 하나 옳거나 틀린 것을 말씀드릴 수는 없겠습니다만 다음 호의 연재를 통해 일반적인 라사 관리 방법에 대해 소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