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학’에 대한 소고(小考)
평양에서 남측 공연단이 북한 수뇌부의 환영을 받고, 북측 공연단과 함께 공연을 하는 모습은 공연의 제목과 같이 정말 이 한반도에 “봄이 온다”는 예감을 갖게 하였다.
평창올림픽 개최와 함께 찾아온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는 매우 바람직하고 희망적인 역사적인 일이지만 일부의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않아 있다.
이랬건 저랬건 남북이 함께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를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평화의 신호인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일부에선 다시 ‘통일문학’에 대해서 거론하며 2005년 공동문학단체인 남북작가대회에 남북 문인 200여 명이 평양인민문화궁전에서 ‘통일문학’ 잡지의 창간을 결의하고, 2008년 남북작가들이 공동으로 만든 계간 ‘통일문학’이 이후 제3호까지 발간되었지만 아쉽게도 당시 정권의 정치적 개입으로 발간이 끊어졌다.
남측 작가들이 추천한 작품과 북측작가들이 추천한 작품을 서로 합의하에 편집하고, 상대측에서 불허하는 작품은 배제하며 최대한 서로의 이념에 위배하지않는, 순수한 문학적 접근으로 이 책의 발간을 추진하였는데, 결국은 남과 북이라는 이질성으로 중도에 하차하고 말았다.
문학의 중요성은 늘 강조하듯이 인간 삶의 본질을 표현하고 나아가 인간의 역사를 창출하는 모태이다.
말하고, 듣고, 움직이는 우리 삶의 모든 것이 글로서 표현되고 정리되는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문학은 사실은 세상의 기초를 성립하고 세상의 진행을 추진하는 원동력이며, 세상의 성쇠를 이루는 알파와 오메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자면 남북통일도 문학으로 이룰 수도, 가를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옛날에 동요라든가 민요를 통해 그 시대의 애환을 노래하고 대중들이 이를 널리 부르면서 세간에 퍼지면서 정치적이든 민간적이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시대상을 대변하는 양상으로 전해진 것도 엄밀하게 보면 문학의 표현인 것이다.
그러므로 문학을 한다는 것은 개인적 재능과 소양으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적인 한 부문을 차지하면서 문인의 소양과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이제 아주 오랜만에 남북이 얼굴을 맞대고 정상끼리의 회담을 재개하는 등 화해 무드에 접어드는 시절이 새 봄과 함께 도래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통일문학’을 거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과거에 남북작가회의 등 경험이 있는 남북으로서는 신중한 접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서로의 이념을 우선으로 한 이 문학지의 성격은 그 시초부터가 웬지 많은 난점을 예고했다.
남측 작가들이 추천한 작품과 북측 작가들이 추천한 작품의 게재를 두고 합의하에 결정을 한다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었으나 결국 이념과 각각 다른 체제하의 작품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정치성이 배제 안된 상태로서 서로가 추천하고 공동 합의한다는 것은 문학의 원래 취지인 순수성으로 볼 때에 순수한 서정성이 결여되므로 이는 잘못된 기초였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남측으로서는 북측과의 문학적 교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진행이었다고 추측하지만, 그러나 아무리 교류가 절실하였다고 해도 부득이한 정치적 여건의 문학 합의로서 남북 공동문학의 출발이라는 타이틀은 환영할만한 우리 문학사의 새로운 한 획이었지만 긴장이 감도는 시도였다.
역시 예상대로 3회로 ‘통일문학’이라는 남북 공동 발간이 중도에 중지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적대적 상황에서의 두 땅 위에서, 어릴 적부터 각각의 정치적, 환경적 이념으로 세뇌된 두 부류의 문학인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 이념의 영향을 받고 창작되었을 것은 뻔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품의 순수성보다는 정치적 이념을 먼저 고려한 추천의 의미는 사실상 창작 문학의 순수를 배제한 순서여서 제대로 된 작품들이 게재 안된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결과인 것이다.
문학은 서정적이면서 순수한 것이 좋다
문학이 시대성을 대리하고 표현하는 매체라 할지라도 우리 남북의 특수한 상황에서의 공동 발간은 정치성과 이념성을 완전히 배제시킨 순수한 서정적 문학으로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 것이다.
오늘도 수많은 창작 작품들이 문인들의 열의로 발표되고 있다.
무명이든 유명이든, 많은 문학인들의 이 작품 속에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삶을 노래하는 작품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 작품들을 읽다보면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우리 시대의 현장 모습을 알 수가 있다.
이제 다가오는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다시 ‘통일문학’ 을 논하게 된다면 우리는 과거와 같은 맥락에서의 발간은 피해가야 할 것으로 본다.
우리 한국신춘문예 회원 작가분들은 그저 순수한 사색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를 서정적으로 표현하여 이념에 휘말리지 말고 열심히 창작에 전념하기를 기원한다.
이제 봄이 왔고, 새로운 활개로 시절을 시작해야 한다.
생업에 쫓기듯 생활하는 대부분의 가난한 문인들에게 한 편의 글은 참으로 큰 보물과 같다.
고뇌하면서 만들어진 한 편의 글은 스스로 만들어낸 생명수와도 같다.
읽는 독자는 그냥 읽지만 쓰는 작가는 심혈을 쏟아 만드니, 글 속의 한 행 한 연마다 작가의 눈물과 웃음이 배여져 있다.
바로 여러분 작가가 이 시대의 살아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메신저이다.
이번 남북의 정치적 만남과 문화예술적 만남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남북통일을 앞당기는 진정한 계기가 되길 다 함께 기원하자.
남북의 도로가 낙동강에서 압록강까지 시원하게 뚫려서 그리운 산하, 북녘 땅을 여행하면서 여러분 작가들이 아름다운 한 편의 글을 창작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봄이 온다’의 평양공연을 TV를 통해 관람해 본다.
「한국신춘문예 2018년 봄호」를 발간하면서
발행인 엄 원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