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랜치패스!
이탈리아 베이스캠프를 떠나 프랜치패스(5,360m)를 넘어
안나푸르나 라운드 구간에 있는 툭체로 가는 길은 막혀 있다.
다울라기리 트레킹의 화룡점정에 해당하는
환상적인 트레킹 로드를 폭설로 인해 못가고 돌아간다.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하다.
모든 게 신의 뜻대로다. 못가면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을 얼마나 왜소한가?
신의 뜻을 거역하고 무리하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는 게 자연의 이치다.
아직 햇살은 들지 않는 고산의 아침이라 춥다.
텐트 바깥 줄에 걸어둔 수건이 꽁꽁 얼어 있다.
아침을 먹고 이탈리아 베이스캠프를 출발했다.
언덕길을 따라 내려오니 다시 숲이 나온다.
밤새 얼어있는 숲이 예쁘다.
숲을 감상하며 천천히 걷는다.
대나무 자작나무 향나무 등이 어우러져 같이 자라고 있다.
1시간20분쯤 내려오니 거대한 산사태가 난 골짜기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기에 인명피해는 없었을 것이다.
이곳을 벗어나면 살라가리 캠프사이트다.
다행히 사람이 머무는 살라가리 캠프사이트도
지난 폭풍우가 부는 시절에는 비수기라 사람이 없어 온전했을 것이다.
여름이라 트레킹 하는 트레커도 없고 하여 비어있었을 것이므로.
만약 산사태가 날 당시에 여기에 사람이 있었다면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에 엄청난 공포였을 것이다.
살라가리에서 물을 마시고 이탈리아 베이스캠프에서 입었던 내복을 벗었다.
이제부터 다시 정글길이다.
축축하고 빛이 들지 않는 이 길이 사람을 지치게 한다.
오늘따라 흐리고 비도 간간히 뿌린다.
살라가리 오기까지 맑았던 하늘이 미약디 강의 습기를 머금은
정글로 들어오자 구름이 덮어버렸다.
미약디 강의 우렁찬 강물소리가 귀를 멍멍하게 한다.
다울라기리 트레킹은 미약디 강의 강물소리로 시작해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폭포 소리와 함께 계속 이어진다.
물소리와 함께하는 트레킹이다.
가을의 맑고 청명한 풍광은 깊은 밀림 계곡 속에서는 만나기 힘들다.
탈레트레에서 점심을 먹고 오늘의 목적지인 도방으로 향한다.
정글 숲 곳곳에 산사태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만큼 비가 많이 내렸다는 증표일 것이다.
밀림 숲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간간히 비도 오는 데도 땀이 솟는다.
올라올 때 건넌 눈에 익은 현수교가 보인다.
저 다리를 건너 언덕길을 오르면 도방이다.
아직 더 갈 수 있는 이른 시간이지만 여기서 머물러야 한다.
중간에 마땅한 캠프사이트가 없기 때문이다.
내려오는 길이라 포터들이 먼저 도착해 텐트를 쳐놓았다.
올라갈 때는 우리보다 항상 늦게 도착했는데
아무래도 고개를 안 넘고 내려오는 게 이들에게는 편하고 신나는 일인가 보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럭시를 한 잔 하며 불가에서 시간을 보낸다.
좀 어린 포터가 있어 나이를 물어보니 14살이란다.
중학교 다닐 나이인데 무거운 짐을 지고 일을 하는 게 안쓰럽다.
고개를 못 넘고 내려온 아쉬움을 달래며 상념에 젖는다.
첫댓글 다울라기리 는 트레킹식구들이 많지않은가봐요.
대물상황버섯이 자주등장하네요.수고많이하셨습니다.
너무 재밋게 잘 쓰셧네유. 행복하게 잘 읽고 갑니다. 꾸벅
서리내린 숲이 분위기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