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같은 마음씨 내 막냉이 동생
소정 하선옥
나랑 열여섯 터울지는 내 막냉이는 손끝이 야물고 마음쓰임새도 곱다. 항상 큰언니 외로울까 봐 혹시나 명절에 음식이라도 설울까봐 꼭 챙긴다. 커다란 접시에 갖가지 전이랑 튀김, 찐생선 부터 구운 생선까지 잘라서 예쁘게 담고, 도자기 예쁜그릇에 종류별로 만든 나물을 담고, 탕국도 따로 담아 놓고 또 다른 접시엔 군소, 전복, 소라, 문어, 소고기 장조림해서 예쁘게 썰어 담아서 조카 손에 들려 보낸다.
그래서 이 못난 언니는 항상 동생을 믿고 아무것도 장만치 않고 그냥 내 하는일만 한다.
오늘 정월 보름밥도 마찬가지. 아침일찍 조카가 보름밥 배달을 왔다. 따뜻한 오곡찰밥에 금방 볶은듯한 나물에 마른 생선 한마리 찌고 햇나물 무침 한그릇에 곱창김을 구워서 보냈다. 한해 무탈하게 아프지말고 김에 밥을싸서 복처럼 먹으라고. 이렇게 일년에 몇번씩 맛나고 정갈한 음식을 날라다 준다.
맛 또한 묻지 마시라다. 입에 짝짝 달라붙도록 기가차게 맛나다. 그래서 은근히 동생의 맛깔나는 음식을 기다린다.
스물셋에 중매결혼 했을 때 내 막냉이 동생은 여섯살이었다. 엄마가 챙피하다고 큰언니 결혼식에 오지말라 했단다. 그래서 식구들이 결혼식장으로 가고 난 후 그 나이에 발동할 만한 호기심이 발동 했던가 보다. 어린 마음에 언니 화장품이 궁금했던가 혼수로 받았던 화장품 가방을 끌러보고는 그속에 들어있던 빨간 립스틱을 입술에다 발랐단다. 여섯살 나이에 손수 바르는 립스틱이 예쁘게 발릴리가 있을까마는 그래도 너무 심하게 발랐드란다. 입술 주변이 아니 주둥이 전체 코 근처까지 벌겋게 바르고는 얼마나 힘주어서 발랐든지 끝까지 빼올린 립스틱을 툭 부려뜨려 놨으니. 그리고는 결혼식을 끝내고 집으로 온 엄마한테 틀켰으니...
"우짜것노 저것들이 저지래를 질렀다. 새로 한 개 사야겠다. " 하시면서 막냉이한테 등짝 스매싱을 안겼으니. 그 뒤 상황은 짐작되는 일이다.
세월이 한참 돌고 돌아 이즈음 까지 오고 장난삼아 그때 부러뜨린 립스틱 변상해내라 하면. 막냉이는 그때 엄마한테 설움당하고 등짝 맞고 꾸지람 들은거는 우짤끼고 한다. 그렇게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지만 그래도 언니한테 서운한것도 있을 법한데 그런 내색 없이 챙겨주는 내 막냉이 동생.
근처에 사는것만 해도 힘이되고 울타리가 된다. 야무진 손끝으로 가족들 건강 잘 챙기며 며느리에 손자, 손녀들과 더불어 알콩달콩거리며 늘 보름달 같은 환한 기운이 깃들어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 그지없다.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막냉이 내동생.
2024년 2월24일 보름날 아침.
첫댓글 손끝이 야문 막내여동생의 요즘 보기 드문 정성과 우애 정말 대단합니다.
항상 든든하시지요, 가까이 사는 동생이 계시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