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기
2014년 6월
20대 학생
가장 처음에는 스트레칭이나 할 생각으로 시작하였다. 호흡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관심이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실제로 스트레칭으로도 큰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었다. 행공시간에는 누워서 자기만 했고 편안하게 잘 수 있는 시간이라 여기며 좋아했다. 오히려 하트 호흡이나 매미 호흡, 아코디언 호흡처럼 뭔가 다른 호흡을 가르쳐 주시면 더 불편했다. 왜 하는지도 모르고 빠르게 끝내겠다는 생각으로 마음 없이 끝내고 누워서 자기만 했었다. 이때에는 계속 입으로 숨을 내쉬면서 호흡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폐가 가득 찬다고 생각하고 숨을 내쉬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가슴 가득히 숨을 마셨다 내쉬니까 가슴이 답답했던 것이 굉장히 시원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숨 쉬는 것을 달리하면 몸도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꼬리뼈로 내쉬라는 말씀에서도 처음엔 어떤 것인지 잘 몰랐지만 점차 척추 뼈를 통과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점차 숨을 아래로 내리고 단전에 모으라고 가르쳐주셔도 시키시는 대로 한다고는 했지만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 있었다. 내려가는 느낌도 없고 그저 숨을 편안하게 쉬다가 잠이 오면 자고 하는 시간을 계속 보냈다.
그렇게 잊어버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때에 가장 먼저 잡는 관원혈의 자리를 정확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생활강사 강의 중 조성일 법사님께서 입문호흡 지도법을 가르쳐주셨는데 그 중 관원혈 잡는 법 다섯 가지를 가르쳐주셨다. 명문혈에서 내리는 것, 선골에서 풍선 분다고 생각하는 것 등이 있었는데 정말로 못 잡는 사람은 마지막으로 회음혈에서부터 기운을 끌어당기면 잡힐 수 있다고 하셨다. 그 방법대로 했더니 처음으로 관원혈 자리가 한 점으로 명확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초기에는 단지 ‘아랫배에 뭔가 내려온다’는 느낌뿐이었고 오히려 ‘한 점’으로 느꼈던 것은 앞뒤로 흡호하면 관원혈과 선골을 오가는 호흡 때에 척추 뼈 부근 한 점으로 무언가 느껴진 것이 처음이었다. 이 느낌 또한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 서서히 강해져서 어느 순간 척추 끝 한 점으로 ‘무언가 흘러들어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앞뒤로 마는 호흡을 하게 되었고 ‘만다’는 개념 또한 잘 몰랐지만 의념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체득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허리가 뻣뻣해지고 골반 바로 위 뼈가 딱딱하고 아프게 되었는데 그때는 단순히 자세가 좋지 않거나 오래 앉아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해서 허리 강화운동을 열심히 했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호흡에 대해 뚜렷한 자각이 없었고 별다른 애착도 없었기에 자주 빠지곤 했다.
그러다 교생실습을 나가게 되면서 하루 종일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예민한 몸이 단단하게 굳었다. 마치 누군가 어깨에 올라탄 느낌으로 도장에 들어왔다. 그러나 나갈 때는 개운하고 상쾌해서 새롭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갈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나 그 이유가 국선도 도장에 다닐 때와 아닐 때의 차이라는 것을 깨닫고 빠지지 않고 나가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좌사를 하는데 상단전 기운이 같이 응했는지 이마가 징하게 울렸다. 사범님께서 이마 안으로 집어넣어 상단전에서 말아서 내리라고 하셨는데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다. 넣는다는 느낌에 가까스로 성공해서 머리 안에 넣었는데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짓자 관자놀이 쪽 근육이 같이 움직이면서 머릿 공간이 확장되고 이마에 있던 것이 안으로 빨려들어 간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말아서 내리는 것 또한 한번에 되지 않아서 머릿속에 집어넣고 하단을 보면 어느새 다시 이마가 징해지고 그래서 다시 집어넣기만 했었다. 좌사할 때는 하단전에서 기운을 말 시간도 없이 흡하며 상단전에 집어넣고 호하며 내린 후 다시 흡하며 풀린 기운을 상단전에 집어넣는 것만 반복했다.
그 후에도 뒷목에서 머리를 감싸도록 보내는 것과 머리에서 내리는 것이 힘들었다. 특히 머리에서 귀 뒤로 보낸 뒤 내릴 때 혀끝으로 보내지 않고 익숙한 뒷목으로 그대로 내렸더니 뒷목과 어깨가 뻐근하게 아플 때가 많았다. 그래서 다시 혀끝을 따라 아랫배로 내리는 의념부터 집중하여 내리게 되었다. 며칠 후에 좌사하여 임독을 돌리는데 이마에서 기운이 들어올 때 도기와 같은 파란 빛이 진해졌다. 이후에 임독을 돌릴 때도 파란 빛이 보이거나 분홍색이 보이기도 하고 파란 빛이 머리 안에서 분홍빛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 즈음에 회음혈이 간질간질했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자 그 현상은 사라졌다.
14경 유통 할 때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어느 날 피곤해서 자다가 벼락 맞는 기분으로 움찔하면서 일어났더니 손가락이 안으로 오그라들었다가 펴졌다가 하면서 손에 무엇인가 뭉클한 게 잡혔다. 며칠 후 건곤행공 도중 신법에서 14경 유통을 하는데 발목을 세우고 했더니 발바닥 용천혈에서 무언가 돌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 후에는 좌사를 하다가 갑자기 목이 뒤로 점점 젖혀졌다. 첫날에는 이상해서 억지로 목을 일으켰더니 뒷목이 엄청 아팠다. 둘째 날에는 그대로 뒀더니 점차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목을 천천히 돌리게 되었다. 목을 돌리다가 좌우로 숙여지도록 돌리다가 하는 등 준비운동자세와 비슷한데 천천히 크게 돌려서 끝나고 나면 어깨와 목이 굉장히 시원했다. 목을 돌리다 점점 아래로 내리면서 푹 숙여서 등허리가 당기거나 아예 엎드리거나 누운 적도 있었다. 그러다 며칠 후에 법사님께서 중심을 하단전에 잡고 있으라고 하셨고 그 이후로는 몸이 움직일 것 같을 때마다 하단전에 집중했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도 임독유통을 제대로 할 때가 없는 것 같긴 하지만 앞뒤로 마는 호흡에서 선골 앞에 기운이 빨려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은 받는다. 아무것도 모르고 잠만 자던 때에 비하면 큰 발전인 것 같다. 앞으로 더 열심히 수련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