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말씀과 환상을 통해서 족장들에게 자신을 알리셨든, 아니면 사람들의 일과 사역을 통해서 알리셨든 간에, 그는 족장들이 그 후손들에게 전수해야 할 것을 그들의 마음에 새겨 주셨다. 분명한 사실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가르치신 내용에 대한 확신이 그들의 마음에 든든하게 새겨져 있었다. 하나님은 그의 말씀을 통하여 그들의 믿음을 명확하게 하셨고, 따라서 그들이 인간의 모든 견해들을 무한히 능가하는 확고한 믿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가르침이 계속 이어지고 진리가 온 시대를 넘어 세상에 영원토록 그대로 남아 있도록 하시고자, 하나님께서는 족장들에게 주셨던 동일한 말씀을 공적인 기록으로 남기시기를 기뻐하셨다. 이를 위하여 율법이 반포되었고, 후에 선지자들이 율법의 해석자들로서 추가되었다.
인간의 마음이 하나님을 잊어버리는 데로 빠지기가 얼마나 쉬우며, 온갖 종류의 오류에 이끌리는 경향이 얼마나 심하며, 새로운 인위적인 죵교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픈 욕망이 얼마나 큰가를 생각해보면, 하늘의 교리가 잊혀지거나, 오류를 통해서 사라지거나, 혹은 사람의 오만함 때문에 왜곡되고 부패하게 되지 않도록 그것들을 기록하여 증거로 남겨두는 일이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순전하게 바라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이 똑바른 길을 따라 전진해야 할 것이다. 곧, 하나님의 말씀에게로 나아와야 한다는 말이다.
하나님께서 그가 행하시는 역사들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생생하게 묘사하시는데, 그 역사들을 가늠하는 기준은 우리의 부패한 판단이 아니라 영원한 진리의 규범인 것이다. 만일 그 말씀에서 벗어나게 되면,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달려간다 할지라도, 우리가 이미 정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결코 목표에 이를 수가 없다. 말씀이라는 실의 인도를 받지 않으면, 하나님의 찬란한 모습이- 사도는 이를 “가까이 가지 못할” 것이라고 칭하기까지 한다(딤전6:16)- 우리에게 마치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미로와도 같아지기 때문에, 그 말씀의 길을 따라 절뚝거리며 걷는 것이 차라리 그 길 바깥에서 온 힘을 다해 달리는 것보다 나은 것이다. 그러므로 다윗은 순전한 신앙이 번성하게 하기 위해서 미신이 세상에서 제거되어야 한다고 거듭거듭 선언한 다음, 하나님을 통치하시는 분으로 소개한다(시93:1, 96:10, 97:1, 99:1). 여기서 “통치”라는 단어는 하나님께서 소유하고 계시는 권능이나, 혹은 그가 온 자연 세계를 다스리시는 데에 사용하시는 권능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정당한 주권을 유지하는 근간이 되는 “교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아는 참된 지식이 마음에 심겨지기 전에는 절대로 오류가 그 마음에서 제거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동일한 그 선지자는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시19:1-2)라고 진술한 다음, 계속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언급하고 있다: “여호와의 율법은 완전하여 영혼을 소성시키며 여호와의 증거는 확실하여 우둔한 자를 지혜롭게 하며 여호와의 교훈은 정직하여 마음을 기쁘게 하고 여호와의 계명은 순결하여 눈을 밝게 하시도다”(시19:7-8). 말씀이 하나님의 자녀들의 학교가 된다는 뜻이다.
- 존 칼빈, 『기독교 강요』 1권, 크리스챤다이제스트, pp 7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