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상의 제작은 현대인들이 소통하는 구조를 되짚어보고 그 안에서 모두가 ‘함께, 즐겁게’ 할 수 있는 영상 프로젝트이다.
제작할 영상의 음악인 ‘리츠토매니아Lisztomania’는 프랑스 출신 밴드인 피닉스Pheonix가 2009년 발매한 것이다. Lisztomania란 음악가 프란츠 리츠트Franz Liszt의 열광적인 팬을 지칭하는 말로써, 실제로 오리지널 뮤직비디오에서는 피닉스가 프란츠 리츠트 뮤지움을 방문하여 찍었다. 이 뮤직비디오를 배포한 이후 한 인터넷 유저가 존 휴즈John Hughes의 80년대 영화를 편집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여 유튜브에 다시 배포했다. 이 영상은 오리지널 비디오보다 인터넷 상에서 더욱 많은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 40여 개의 나라(혹은 도시)에서 인터넷 유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또다시 리메이크 되었다. 원곡의 저자인 피닉스도 이런 작업들에 대해 저작권을 내세우기보다 열린 태도로 은근히 지원을 하는 눈치이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 매스미디어가 가진 여러 모습 중에서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광고의 기능보다도,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긍정적이고 열려있는 측면이 극대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만 사용할 수 있으면 표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전 세계를 향해 드러낼 수 있는 오늘날은 제작자와 수용자가 뒤섞여서 거의 무제한의 교류가 가능하다. 인터넷이 개인을 고립시킨다고도 하지만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채널이 열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우리의 비디오는 이런 열린 소통구조를 그대로 수용하여 촬영자와 출연자, 그리고 엑스트라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을 것이다. 비디오 촬영 자체도 도중에 예상치 못한 해프닝과 구경꾼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즐거운 행위가 된다.
이 비디오들의 또 한가지 특성은 로케이션이 정체성으로 전면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같은 음악과 비슷한 내러티브 구조 안에서 각 비디오의 개별성을 드러내는 것은 지역(로케이션)이다. 여기에서 요즘 예술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글로컬glocal’이라는 개념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은 이제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미지가 중요한 소통구조로 자리잡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스마트폰 등의 매체를 통해 이미지 안의 ‘지금, 여기’를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고, 이때 수용자에게 쉽게 인지되는 것은 인물과 장소이다. 때문에 우리는 이미지(확장된 영상)를 통해서 행궁동의 고유 모습들을 담고자 한다. 여기에서 ‘모습’은 눈으로만 확인되는 풍경사진 이상의 내용들을 담는다. 행궁동 안의 사람들, 그리고 거리의 모습이 그려내는 좀 더 깊은 이야기들을 뮤직비디오라는 형태의 비디오에 담을 수 있다. 또한 이런 의도는 지역민들의 참여도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매스미디어는 소통을 위한 단순한 도구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 도구가 변함에 따라 사람들의 소통과 표현, 사고의 구조도 함께 변한다. 우리는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을 활용하면서, 다른 지역들과 차별되는 수원 행궁동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재치와 특기가 창조적 예술적 언어로 발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