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극장의 전설
친구와 극장에 갔다. 함께 영화를 보던 친구가 뜬금없이 물었다. “너 혹시 극장에서 짜장면 먹어본 적 있어?” 나는 난데없는 질문에 화들짝 놀랐다. “엥? 그걸 어떻게 먹어 볼 수가 있겠어.” 친구는 “지난번 저녁 무렵에 혼자서 영화를 보러 왔는데 나 말곤 한 명도 없더라고, 그런데 표 파는 영사기사 아저씨 있잖아. 그 아저씨가 짜장면을 시킨다고 하잖아. 짜장면을 한 그릇만 시키기가 뭐했던지 나한테도 물어 보더라고. 그래서 내 것도 같이 시켜달라고 했지. 그때 하던 영화가 뭔지 알아?” 나는 궁금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뭔데?” 친구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바로 불후의 명작 <영웅본색>! 아 영화와 어우러지는 짜장면의 맛! 정말 기가 막힌 맛이었어! 아마 넌 상상도 못해봤을걸?” 신이 난 친구의 얘길 들으며 나는 꿀꺽! 군침을 삼키고 말았다. 홍콩 액션 영화를 보면서 짜장면이라! 그것도 극장에서 홍콩 액션 영화를 보면서!
친구로 부터 이 이야기를 들은 후 내 꿈 중 하나는 극장에서 홍콩 액션을 보면서 짜장면을 먹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꿈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이젠 문을 닫아버린 「중앙극장」의 전설로만 남아 버리고 말았다.
양해남 사진시집 『 내게 다가온 모든 시간 』출간 ( 2018. 눈빛)
첫댓글 양해남(梁海南)
시인(좌도시), 다큐멘터리사진가,
조경(造景)사진가, 한국영화자료수집가.
삼십년 넘게 좌도시 동인들과 함께 시집을 펴내고 있으며
사람과 일상을 주제로 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업과
한국 정원(庭園)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1993년 첫 개인 사진전을 시작으로 네 차례의 개인전과
두 권의 사진 작품집 《공간의 발견》(1997/금산문화원),
《우리 동네 사람들》(2003/연장통)을 발간했고
《나도 잘 찍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2016/눈빛출판사),
사진시집 《내게 다가온 모든 시간》(2018/눈빛출판사)등
여러 책을 썼다.
그의 작품 중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장사익의 첫 음반 《하늘가는 길》에 실리기도 한 “꽃”이다.
한국영화자료수집가로서
《포스터로 읽는 우리영화 삼십년 1950-1980》(2007/열화당)을 썼으며
지난 삼십년간 수집한 한국영화 포스터 가운데 이백여종을 엄선하여
포스터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수집 과정을 적은
《영화의 얼굴》(2019/사계절출판사)를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