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딸 아이와 함께 소쇄원을 찾았다. 우암 송시열이 쓴 瀟灑處士梁公之廬( '소쇄처사 양공의 초막' 이라는 뜻) 글씨가 담장에 보인다.
소쇄원은 부윤당 양소유 문중의 양산보(梁山甫)가 3대에 걸쳐 70년 동안에 이룬 원림(苑林)이다. 소쇄원(瀟灑園)의 소(瀟)는 '빗소리 소, 물 맑고 깊을 소' 이고, 쇄(灑)는 '물 뿌릴 쇄, 깨끗할 쇄' 이다. 즉, 소쇄원은 '기운이 맑고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뜻을 갖는다. 원림(苑林)이란 담으로 둘러싸인 보통 정원과는 달리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끌어들여 조경함으로서 정원이자 자연인 곳을 일컫는 말이다.
대봉대, 광풍각, 제월당 등의 정자와 건물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자연의 움직임과 소리를 최적으로 느끼고 호흡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배치되었다. 기존 자연의 흐름을 깨지 않고 자연을 더해 세심한 배려를 기울인 것이다.
▲ 소쇄원의 중심인 십장폭포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세운 정자가 광풍각(光風閣)으로, 소쇄원 건물 가운데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는 보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듣는 즐거움까지 고려한 양산보의 높은 안목 때문이다.
광풍각에 서면 물 소리, 솔바람 소리, 대바람 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하늘과 땅, 그리고 바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는 소쇄원을 다녀간 시인들의 노래로 다시금 태어난다.
우리가 너무도 잊고 잃어버린 것들
그러나 끝끝내 찾아야 할 것들이
모두 예 와서 모여 살고 있구나
물 소리, 솔바람 소리, 대바람 소리
옛 사람들의 하늘과 뜻이 - 김준태, 찬성하소쇄원(讚盛夏瀟灑園)
대숲 너머 부는 바람은 귀를 맑게 하고
시냇가의 밝은 달은 마음을 비추네
깊은 숲은 상쾌한 기운을 전하고
엷은 그늘 흩날려라 치솟는 아지랑이 기운
술이 읽어 살며시 취기가 돌고
시를 지어 흥얼 노래 자주 나오네
한밤중에 들려오는 처량한 울음
피눈물 자아내는 소쩍새 아닌가 - 김인후, 소쇄정즉사(瀟璽亭卽事)
'소쇄원은 청각적 정원이며 밝음과 어두움이 교차하는 입체적인 정원이고, 궁극적으로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킬 문학적 정원'(김봉렬, '소리와 그늘과 시의 정원, 소쇄원')이다. 자연의 기운과 인간의 마음이 일체가 되는 곳이다.
장마 때가 되면 소쇄원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다. 바위에는 푸릇푸릇 이끼가 돋아나고 물이 없어 죽어가던 십장폭포가 살아나서 소리를 낸다. 이런 날이라야 소쇄원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오늘따라 소쇄원의 우레와 같은 폭포소리를 듣고 싶다.
* 瀟灑園公은 부윤당 문중이고, 瀟灑園은 부윤당이 태어난 향리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어.... 그간 조사해 두었던 내용을 일부 올려 보았습니다.
朱子의 詩 가운데 이런 말이 보인다.
靑雲白石聊同趣 파란 구름 흰 돌과 같은 맛인데
霽月光風更別傳 밝은 달 맑은 바람이 달리 전해 오는구나
'光風霽月'은 '맑은 날의 바람과 비 개인 날의 달' 이라는 뜻으로 심성이 맑고 깨끗하거나 그러한 사람, 마음이 넓어 자질구레한 데 거리끼지 아니하고 쾌활하며 쇄락(灑落)한 인품을 비유하는 말이다.
중국 송나라 때의 명필이였던 황정견(1045~1105)이 주돈이의 사람됨을 평한 '胸懷灑落 如光風霽月'이란 글귀에서 따왔다 한다.
소쇄원의 光風閣(광풍각) 霽月堂의(제월당)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胸懷灑落 如光風霽月'은 부윤당 양소유의 블로그(http://soyoo.kr)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