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쓸 힘도 없고, 손가락 땜에 길게 쓰지도 못할 형편...짧게 씁니다.
12시쯤 꽃꼬마와 점심을 먹다가 해를사랑한달님의 전화를 받고 여기저기 문자 뿌리고 기륭 앞에 갔습니다. 기륭으로 들어가는 골목은 충남슈퍼 골목과 SS패션골목 두 개인데, SS패션골목 앞에 해를사랑한달님이 주저앉아 있습니다. 전경벽 안에 갇힌 유홍희조합원이 언뜻 보였습니다. 해를사랑한달님은 기륭 앞에 있었는데 손발 다 들려 내팽개쳐졌다고 합니다.
안 들여보내주려는 걸 꽃꼬마가 짐 찾으러 간다고 기지를 발휘해서 들어갔습니다. 한겨레신문 기자가 (기자증을 보였는데도) 가로막혔다가 책임자를 만나 들어간 직후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들어가서...지켜보았습니다. 다른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윤종희조합원과 씨니or요사님은 담벼락 중간쯤의 발디딜 곳에 올라서 있었습니다. 그 아래에는 발 내릴 곳도 없이 전경들이 몇 줄로 둘러싸 있었습니다. 단 둘을.
사다리차가 왔고, 곧 이상규위원장이 먼저 끌려내려왔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특공대 같은 사람 대여섯이 끌고 내려옵니다.
김소연 분회장님은 쇠파이프를 안고 몸부림칩니다. 남경 여경 합쳐 예닐곱명이 들러붙어 팔다리를 훅훅 뜯어 끌고 내려옵니다. 어찌나 저항이 완강했던지, 힘없는 마른 여자 하나에 예닐곱명이 붙었는데도 오분에서 십분 가량 걸렸습니다.
그냥 멍...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멍....해요.
그리고 그 방송. 그 깡패이사의 방송. 토막토막 들었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기업을 파괴하려는 무도한 짓의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될 것입니다." "훌륭한 회사를 만들어 모두 함께 일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하고는 함께 못합니다. 네, 절대로 못합니다." 등의 명대사가 기억납니다. 그리고 화물차가 줄줄이 들어옵니다. 나갈 때는 용역이 호위해줍니다. 우리 몇 명이 그 이삿짐을 '침탈'할까봐서? ;;;
전경은 세 시 반쯤까지 기륭 앞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다가 물러갔습니다. 전경이 휩쓸고 간 폐허에서, 그래도 조합원들과 남은 사람들은 끓여두었던 죽을 먹었습니다. 늘 차분하고 여유있던 밍님이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기운 빠진 목소리로 "오늘 문화제, 다른 사람이 진행하면 안될까." 합니다. 가슴이...아팠습니다.
저는 은행과 병원 갈 일과 외부 회의 때문에 그때 자리를 떴습니다. 그 다음 금천경찰서에서 씨니/해..달님/김천석님이 연행되었지요. 회의 끝나고 기륭에 다시 가니 11시. 참으로 긴긴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