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정들.
여행자처럼 몇번의 방문으로 밖에 당신을 알지 못하기에 기억에 의지해서 당신들의 지금을 그려보고 있어요. 오늘 당신은 밭일을 하고 있을까요? 바람을 휘파람처럼 불어대고 있을까요? 아님 나부끼고 있을까요?케이슨의 무게와 굴착기의 진동에 홧증이나서 하얗게 몸을 떨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광대하게 숨을 쉬고 철썩 철썩 스탭을 밟으며 춤을 추겠죠. 그리고 평화의 기도를 하고 있겠죠.
생각납니다. 그 컴컴한 새벽 사이렌 소리와 낯선 사람/것들의 긴장된 숨소리, 그리고 공사장으로 달려가던 발소리,그 속에서 우리는 아는 사람이 되었지요. 그리고 춤추고 노래하던 강정. 색색의 그림들. 기원들. 당신들은 우리에게 '평화'가 무엇인지 그 걸음으로 몸짓으로 시간으로 노래로 춤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강정, 당신처럼 우리는 평화, 그리고 삶을 지키고 되찾기 위해 무엇을해야할지 곰곰히 생각합니다. 그러다 가끔 내 힘이 너무 작아서 달라지는게 없는것 같다며 무기력증에 빠질 뻔도 하지요. 하지만 그 미약한 힘으로 할수 있는 일은 ‘기억’을 하는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기억력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이야기’ 하는것 그것은 우리가 아주 잘할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을 포기하면 삶은 전쟁이 아니라 죽음이 될 것이라는것도요. 그리고 기억은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만 쓰는 말이 아니겠지요. 기억은 삶 자체니까요.
여기까지는 처음 강정의 코라는 이름으로 강정을 찾아갈때 인사를 전했던 편지의 일부에요. 3년전에 쓴것을 오늘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그리고 삼거리 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날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늦은 밤에 어색하게 들어가도 따뜻한 국물에 밥을 먹을수 있었던 시간들. 아침에 정문에서 미사를 하고, 오랜만에 간탓에 어정쩡하게 따라하던 춤을 추고는 얼굴이 빨개져서 들어선 따뜻한 삼거리 식당.그문을 열면 아주 커다란 대 가족 살림처럼 큰 상이 주욱 펼쳐져있고 그득하니 앉아서 웃으며 인사하고 밥을 먹었지요.
두물머리에서도 밥먹는 자리가 우리의 중심이었습니다. 뱃속에 언제나 뜨거운 평화를 말아먹으면서 힘을 다졌지요. 뜨거운 여름 행정대집행 소식에 화가나서 속이 터질것 같아도 같이 두물머리에서 난것들을 나누어 먹으며 몸안에 두물머리 것들을 품고,춤을 출 궁리를 했습니다.
삼거리 식당도 분명 그런곳이겠지요.
강정을 나누어먹고 강정이 되는곳.
지금 옆에 있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어져 있으니까요. 밥을 먹으면서 삼거리 식당을 강정을 기억하고, 이야기를 할께요. 오늘도 내일도 와락와락 먹고 삼키고 마음을 돋워요. 이렇게라도 연대의 마음을 전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
- by오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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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해보자 #강정 #중덕삼거리 문화예술제 첫 날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와주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채워진 시간과 목소리들, 그리고 사람들이
강정에 모였습니다.
제주 한살림 우렁각시와 양용진 선생님의 점심 식사
바람말과 삼거리 식당과 놀다가게를 정리 하던 시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고
눈물을 흘리고
웃음을 나누고
달군과 영은, 무밍의 목소리로 친구들의 편지를 듣고
광주와 밀양을 거쳐 온 구례 수수의 노래와 말 속에서
비장하고 엄숙했던 완동의 기타 연주
세월호 유민 아빠의 응원
영태님의 새 노래
미경언니의 시낭독
신지 뉘신지 영신지 뭐신지 뽕짝 풍각 한마당
그리고 달려 와 준 사람들
비행기 타고 와 준 사람들
우리는 강정을 중덕 삼거리를 또 사람들을
사랑하므로 애정하므로 아끼므로 빼앗기고 싶지 않으므로
모였습니다.
다 태그 하지 못했지만
또 오늘 함께 하지 못했지만
보내주신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들로 가득했던 하루 였습니다.
오늘 부터 제주는 장마에 들어간다 하지요.
내일도 큰비가 내릴거에요.
조금 덥더라도
내일 삼거리 식당에서 또 만날게요.
• 19일 일정 안내 :
오전 11시 춤비숨비 풍물팀
12시 점심 (수육)
1시 지윤의 첼로 솔로
1세반 러피의 노래
2시 강신원 + 문제 밴드
2시 반 김수수의 노래
3시 쇼헤이와 미온의 몸짓
4시 조약골
4시 반 비니모터 락앤롤
5시 노래세상 '원'
5시 반 선경
강정 합창단
무밍이 들려 주는 친구들의 편지
마을 삼춘이 들려주는 중덕 삼거리 이야기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