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한 시간 - 정이향
짠 소금으로 절인 내 속살을
자식들에게 다 퍼내준 시간들
껍데기만 잔뜩 안고
돌아보니
어머니의 속살을 파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렁그렁 - 황시언
울 엄마
나 시집 보내던 날
아마 이러셨을 거다
흰민들레꽃 소녀 - 이시향
꽃 앞에서 구 남매를 키워낸
구순이 넘은 어머니
모두가 떠난 고향 지키며
순박하고 수수하게 백발로 피어 앉은
토종 민들레꽃 소녀가 웃는다
몸빼바지 무늬 -공광규
몸매를 잊은 지 오래된 어머니가
일 바지를 입고 밭고랑 논두렁으로
일흔 해 넘게 돌아다니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벗어놓은 일 바지에 꽃들이 와서
꽃무늬 물감을 들여 주었습니다.
어머니의 목 - 오정순
하지 못한 말씀
주름 사이에 끼었겠다
파 뿌리 - 박문희
파 뿌리 되도록 살자던 영감 가고 없는 봄
꽃가마 타고 오던 그 봄처럼
징하게 좋구나야.
씨방 - 이용철
형제자매도 한 지붕에 살 때지
다들 멀리 떨어져 살기 바빠
어머니, 아득하고 쓸쓸하다
양귀비 - 김영주
어머니 아픈 가슴에 동그란 패치가 붙여졌다
간호사가 돌아서며 아편이라 하였다
아픈 꽃,
그래서 더욱 더
아프고 아픈 꽃
어머니 - 손춘식
혹여나 이불을 걷어찰까
새벽녘 하얀 솜이불을
덮어주곤 하셨다
어머니와 맷돌 - 김종태
진한 콩 국물에 국수 말아주려
맷돌 돌리던 엄마 손 생각나
입안에 침이 고이는데
나도모르게 눈물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올 때가 있습니다
백일기도- 강옥
동지 섣달 다 가도록 어머니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으리
발자욱마다 축원과 기도를 보태며
아픈 기억 - 강옥 (수필가)
집이 저리 많은데 우리집은 없구나
고갯마루 올라설 때마다 한숨 쉬던 어머니
어머니 생각- 복효근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게 돼있어
안경다리 하나 부러뜨리고 어머니 생각났다
끝내 틀니 안 하고 버티시던
실버 음악회 - 강미옥
수십 년 굴러온 바퀴가
오래된 꽃의 노래를 듣는다
그래도 꽃은 꽃이다
저렇게 붉게 피어나고 있지 않은가
꿈 속에서 - 조영래
보약에 용돈 넉넉히 드린
어머니가 빈 박스 수집하시네
커피는 잠 안 온다며 사양하시네
두 해 전 하늘나라 가셨는데
노잣돈 떨어졌을까 눈물이 나네
수평선 - 조영래
아들이 연애질 할 때도
어머니는 부지런히 물질을 했다
만만세, 정말 잘 했어요 - 장한라
알츠하이머 파킨슨도
꽃의 빛깔이어라
햇살이 전해오는
자식 소식이나마 하냥 좋아라
백합, 지겠네 - 홍미애
어머니 저세상 가시는 길에
입혀드린 삼베옷
첫댓글 어머니의 속살을 파 먹던 기억부터 ~~
마지막 삼베옷까지..
아픈 꽃
그래서 더욱 아픈 꽃
어머니라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애틋한 단어 같아요...
다시 봐도 좋습니다~~
청조님
자료 덕분에 강의가 아주 만족스럽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모두의 관심사라서 신부님도 듣고 계셨어요
이렇게 문학인이 협력하여 세상에 아름다움을 전했네요
♡^!^♡
고맙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12.27 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