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약탈해간 우리 문화재를 ‘인도’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측은 ‘반환’이라는 용어를 주장했지만 일본측은 자국 국회 동의 등에 난색을 표하며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를 인도한다’ 표현하기로 했단다.
이번에 반환되는 문화재는 도서 1,205권으로 세계기록유산 조선왕조의궤 167책을 비롯하여 대전회통 1책, 증보문헌비고 99책, 규장각 기타 도서 938책 등이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당초 600권쯤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많다며 생색내고 있다. 이번에 반환되는 책은 일본 궁내청에서 갖고 있는 것 전부라며 입법부와 사법부를 제외하고 재외공관까지 포함했다고 한다.
일본의 반환기준은 “일본의 통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해서 반출된 도서로서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라고 한다. 즉 1910년 이후에 약탈해간 책 중에서 ‘궁내청’ 소유의 책이다. 이번에 모두 돌려준다고 하니 더 이상 돌려받을 게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1910년 이전에 가져간 것은 약탈이었든 도둑질이었든 돌려줄 의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 약탈해 간 것 중에서 박물관, 도서관 등 공공기관이 소유하고 있거나 대학, 민간인이 보유하고 있는 것도 반환대상이 아니다.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6만개라는 설도 있고 30만개라는 설도 있으니 이번에 돌아오는 것은 1% 내외뿐이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는 구한말에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약탈해간 문화재를 ‘영구임대’ 형식으로 반환한 적 있다. 임대란 당연히 기간이 정해져 있어야 하는데 그 앞에 ‘영구’란 단어를 붙인 말장난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주기는 싫은데 주지 않을 수 없으니 주긴 줘야 하는데 명목상의 소유권은 갖고 있겠다는, 쓸데없는 오기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유럽나라들이 이집트 미이라처럼 자기들이 발굴했으니 갖고 있겠다는 것은 그런대로 수긍이 가기도 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이집트가 자기네 문화재의 가치를 모르고 방치했던 것을 발굴했으니 소유할 권리가 있기는 있을 것 같다. 사막을 헤매며 일사병, 풍토병에 죽어가면서 발굴했으니 말이다. 민법에 주인이 없는 물건, 즉 무주물(無主物)은 점유한 자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법을 유추 적용한다고나 할까. 하여튼...
그런데 외규장각 도서는 조선왕조에서 보관하던 책이었다. 군함 타고 와서 총칼 휘두르며 조선 수비군을 죽이고 잘 보관되어 있던 것을 강탈해 간 것은 발굴과 달리 순도 100%의 강도질이니 반환 정도가 아니라 배상해야 한다. 그걸 영구임대 어쩌구저쩌구...
배알은 뒤틀리지만 일단 남의 손에 들어갔던 것이니 만큼, 반환이든 영구임대든 인도든 우리 땅 안에 갖고 오기만 하면 되니까 용어엔 그리 민감할 필요가 없긴 할 것이다.
해외에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오기도 하고 경매에서 사오기도 하는 걸 보며, 우리나라 땅 안에서 이루어지는 ‘국내 발굴’ 문화재는 원래 발굴지 지자체 등에 돌려줘야 한다는 움직임이 없으니 참으로 이상하다.
국내 각 박물관에 소장된 많은 유물은 원래 있던 곳이 아니라 발굴을 주도한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찾아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처럼 국내 발굴 문화재도 발굴된 곳에서 소장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을까?
국내에서 유적을 발굴할 때, 아마 발굴팀과 유적지를 관할하는 행정기관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하나보다.
“우리는 보관할 만한 시설이 없으니까 댁들이 갖고 가슈!”
이런 걸까?
아니면 문화재청이 “발굴된 유물은 발굴팀이 소유한다”라는 내규라도 정해놓고 있는지...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찾아온다는 기사를 보니, 문득 국내 발굴 문화재의 보관, 소유권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