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 1만1천57명의 간호요원도 도이칠란트에 파견돼 1960~70년대 모두 약 1만9천 명의 한국 남녀 젊은이가 외화벌이를 위해 도이칠란트에 왔다. 그들이 지하갱도에서, 병원에서 흘린 땀과 눈물의 대가로 받은 월급 중 고국의 가족에게 보내진 외화는 연간 약 5,000만 달러로 당시 한국 국민총생산(GNP)의 2%에 달했다. 그것이 한국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그 때의 젊은이들이 머리가 허옇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70대 노년층이 되어 파독 50주년을 경축하는 ‘파독 50주년’ 행사를 마련했다.
(사)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회장 고창원)가 지난 5월4일 중부도이칠란트 루어(Ruhr)공업지역 중심지, 에센 젝케 쫄회어라인(Zecke Zollverein) 이벤트홀에서 노동절 행사 겸 파독 5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1847년부터 1986년까지 도이칠란트 산업부흥을 대표하는 광산이었지만 지금은 광산체험학습장과 광산박물관이 된 UNESCO 등재 세계문화유산인 유서 깊은 옛 광산에서의 파독 50주년 행사는 그 의미를 더했다.
이 뜻 깊은 자리를 함께 하기 위해 베를린,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쾰른 등 원거리에서 10여대의 대절 버스까지 동원되었으며, 도이칠란트 전국 방방곡곡에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밀려들고, 멀리 미국, 캐나다, 한국 등지에서도 전직 파독 산업전사와 그 가족들이 대거 참석, 1천 여명 가까운 인원이 파독 50주년을 경축했다.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너무 많은 인원이 참석하여 좌석 문제로 행사가 지체되고 만찬에 음식이 모자라는 돌발사까지 발생했다.
내빈으로 권영민 전 주도이칠란트 대사, 신현태 경기도 의정회장 등이 한국에서 우정 이번 행사를 위해 도이칠란트까지 왕림하고, 김재신 주독대사, 손선홍 주함부르크 총영사, 허언욱 주베를린총영사, 이찬범 주 본분관공사, 전희선 영사, 박종범 재유럽한인총연합회장, 서성빈 민주평통북부유럽협의회장, 김계수 파독광부회관 명예관장, 한호산 도이칠란트유도국가대표 명예감독, 양해경 재독한국경제인협회 명예회장, 정종태 코트라 유럽본부장, 이상화 독일외환은행사장, 김동민 삼성전자 독일법인장, 권대희 무궁화포럼독일대표 등 많은 하객들이 참석하여 파독 50주년을 축하했다.
도이칠란트측에서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 쥴피에 카이킨(Zulfiye Kaykin)노동,이민부차관, 세르다르 육셀(Serdar Yueksel) NRW주의회 의원, 랄프 플리쓰(Ralf Fliss) 에센3시장,부뤼거호프(Prof. Dr. Brueggerhoff) 도이치광산박물관장, 광부조합(Knappschaft) 디트마 도미닉(Dietmar Domnik) 한독연금담당관, 아베오(AWO) 가비 오스터캄프(Gabi Osterkamp)지역장, 실비에 뷔쉬너(Sylvie Buschner) 전 NRW 경제개발공사 한국부장, 미샤엘 쉬톰(Michal Storm) 한국명예영사 등이 참석했다.
나복찬, 윤행자 씨가 한국어와 도이치어로 진행한 기념식에서 고창원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참석자 모두를 파독산업전사 세계총연합회 이름으로 환영한다."며"파독산업전사들이 조국근대화에 일조를 했다는 역사는 우리들의 자부심으로, 대한민국의 역사이며 재외동포들이 새겨야 할 표본이며 역사"라고 강조했다. 또한 고 회장은 특별히 이번 행사를 후원한 삼성전자, LG전자, 외환은행, 신한은행,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한국기업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축사에 나선 김재신 주도이칠란트한국대사는 먼저 파독 50주년을 재독동포와 함께 축하한다며 기념행사를 준비한 고창원 회장과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글뤽아우프 회원 등 파독전사들의 고생 덕분에 지금 조국은 세계10위권 경제국이 되었다며 그간의 노고를 위로했다. 또한 김 대사는"지난 50년 파독산업전사의 경륜이 우리 후손들에게 진취적인 미래 설계와 보람된 삶을 영위할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넬로레 크라프트(Hannelore Kraft)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NRW) 수상은 카이킨(Kaykin) 노동,이민부 차관이 대신한 축사에서 "1963년부터 8천여 광부와 1만여 간호사가 도이칠란트 땅에서 보여준 근면함과 성실함이 여러분 자신의 발전뿐만이 아니라, 도이칠란트가 발전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면서 조국을 떠나 타지에서 열심히 일하며 이 땅에 모범적인 정착의 역사를 쓴 여러분들에게 감사 드린다며, "우리는 결코 여러분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이날 행사장인 젝케 쫄회어라인은 1847년부터 1986년까지 140여 년간 루어공업지역을 대표한 탄광이기에 더욱 감명 깊다고 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도 NRW을 여러 번 방문했음을 상기 시키며 2004년에 NRW 외국인 단체에 도이치-코리아 협회가 생겨 양국간 유대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고도 했다.
플리스 에센시장은 축사에서 "에센의 옛 탄광지인 이곳 젝케 쫄회어라인에서 열리는 의미 있는 파독50주년 기념행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지난 50년간 파독광부들이 흘린 땀은 도이칠란트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도이칠란트와 한국은 돈독한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도 도이칠란트처럼 곧 통일이 될 것이라면서 머지 않은 장래에 남북통일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박종범 재유럽한인총연합회장은 격려사에서 "파독50주년 기념행사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지난 반세기동안 재독동포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한 파독산업전사들이 유럽총연에 보내준 지지와 협조 덕분에 유럽총연은 날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또한 앞으로 유럽총연은 재유럽한인들의 권익증진, 화합단결, 차세대 지원 등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미샤엘 쉬톰 명예영사는 축사에서"아버지 때부터 30여 년을 내리 대한민국 명예영사직을 기꺼이 맡고있다"며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스톰 영사는"50년 전 그때 나는 불과 12살이었다."고 말해 50년 시간의 무게와 더불어 한인들과의 친밀함을 나타내며 파독50주년을 축하하였다.
축사 끝 순서로 단상에 오른 세르다르 육셀(Serdar Yueksel) NRW주의회 의원은 자신의 부친도 1964년 터키에서 도이칠란트로 건너온 여러분과 똑같은 파독광부라면서"여러분들을 아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고 “가슴속 깊이 우러나오는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동경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 수석부회장이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의 연혁을 보고하였다.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는 1973년 12월22일 당시 도이칠란트 수도 본근교 직부르크(Siegburg) 에서 퇴직광산근로자들이 모여 퇴직광산근로자간의 친목도모와 권리보호를 목적으로 출범했다. 창립총회에서 정관을 제정하고 광부 출신인 조희영 박사를 초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어 김근철, 이문삼, 박경영(작고), 황무림, 정창석(작고), 김재택(작고), 전형수, 김종식(작고), 이석인, 이상호, 유상근, 권영목(작고), 김우영, 김이수, 성규환 회장 순으로 이어졌으며, 4년 전 취임한 고창원 회장이 2년 전 연임에 성공하여 현재 22대 회장으로 봉직 중이다. 역대 회장 중 이미 5명의 전직 회장이 고인이 되었음도 밝혔다.
이어 유공자 포상 순서에서 강흥수, 김상호, 김인곤, 김창선, 김형복, 박춘식, 선경석, 선재수씨 등 8명의 전직 광부들이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장과 부상을 김재신 주도이칠란트대사로부터 전수받았다. 고창원 회장은 재독산업전사 최병진, 김순복, 박학자, 하영순 씨와 미국거주 파독산업전사 김성환, 윤성근, 김용배씨, 도이치인 Peter Fischer 등에게 공로패를 전달하며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 드린다.”고 했다.
1부 끝 순서로 김계수 광부회관 명예관장의 건배제의에 따라 참석자 모두는 50년간 파독산업전사들이 이룬 업적을 기리며 건강한 여생을 소망하는 건배, "글뤽아우프"를 행사장이 떠나갈듯 힘차게 외쳤다.
2부 문화행사 첫 순서로 뒤셀도르프, 두이스부륵, 에센, 쾰른, 프랑크푸르트 합창단에서 선발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연합한인여성합창단(지휘 김범철, 반주 여현아) 100여명의 축하 공연이 있었다. 합창단은 주옥같은 목소리로 도라지 타령, 아리랑, 가요메를리, 원더플, 추천가 등을 부르며 잔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이어 재독 한인사회 톱 클래스 바리톤 나유창 프랑크푸르트 콘서바토리국립음악원 성악과 교수가 '청산에 살리라','산촌',''도이치 가곡 등을 축하곡으로 부르며 한인 산업전사 파독 50주년을 축하했다. 베를린 소나무 무용단장 김 도미니카씨가 흰색 한복을 입고 정중동의 정수 살풀이춤을 고이 추어 시선을 끌었다.
만찬 후에 이어진 3부 문화 공연순서는 한국으로부터 날아온 유명가수 겸 MC인 변지훈 씨가 맡아 진행했다. 울산예총(회장: 한분옥) 단원(22명)들이 해금, 퉁소, 장고 등 실내악과 판소리 그리고 고전무용 태평무 등을 공연했다.
가수 변지훈, 박현미, 플레스리 씨가 노래하고, 정해철씨의 색소폰 연주가 흥을 돋우며 춤과 음악으로 여흥이 무르익어 가는 사이 복권추첨을 통해 다량의 경품이 각각 주인을 찾아가고 밤10시경이 되어서야 파독 50주년 기념행사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경품은 하영순 씨가 명품 가방 2개와 한국왕복 항공권 1매, 삼성전자에서 진공청소기 3개, LED 모니터 10대, 40인치 대형 텔레비전 2대, 구주여행사가 구주여행 5일 여행권 1매, 아시아나 항공, 대한항공, 킴스 아시아 김대경 사장이 각각 한국왕복항공권 1매를 기증했다. 이밖에도 많은 이들이 50유로, 100유로로 글뤽아우프회에 힘을 보탰으며, 박종범 재유럽한인총연합회장은 오스트리아에서 참석, 5천 유로의 거금을 쾌척하는 열의를 보였다.
귀가 길을 배웅하는 임원진들은 출구에서 “편히 가시라”는 인사말과 더불어 모든 참가자들에게 독일외환은행(주)에서 제공한 기념타월과 엘지전자에서 기증한 볼펜을 선물로 나눠주었다.
모두들 흡족해 했다. 누구하나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이가 없었다. 걸음걸이가 불편하여 보행을 위한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사람도, 그것도 어려워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며 참석한 이도,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300km를 넘게 달려와 저녁도 제대로 못 먹었다는 이의 얼굴에도 환희의 미소가 가득했다.
왜일까? 자신들은 고난의 세월을 살았지만 그로 인해 그 어느 사회보다 월등하게 자녀들의 현지 주류사회 진입율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고국 대한민국과 현지 도이칠란트에서도 ‘파독 산업 근로자’의 존재를 인정받았다는 자긍심의 발로가 아닐까!
아쉬운 것은 이날 행사장에 재독한인총연합회장이 참석하였음에도 축사를 하지 않고 내빈소개에서도 제외되어 참석자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최측 관계자는 재독한인총연합회가 3.1문화재단 문화상 특별상금 배분문제를 놓고 문화상 수여자인 3.1문화재단의 취지에 상응하도록 원만하게 처리하지 않는 등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와의 갈등을 촉진시켜 이번 기념행사 개최일 1주일 전에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에서 재독한인총연합회장의 초청을 전격 취소 통보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파독 간호사 40주년 행사 때처럼 한국정부에서 관계 장관을 파견하기 어려우면 적어도 차관 정도는 파견하는 것이 최초 파독 근로자 파견 50주년의 의미와 형평성에 적합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 유상근, 유종헌 기자 】
▲ 고창원 회장
▲ 김재신 주도이칠란트 대사
▲ 카이킨 NRW. 노동,이민부 차관
▲ 랄프 플리쓰 에센제3시장
▲ 박종범 재유럽한인총연합회장
▲ 미샤엘 쉬톰 명예영사
▲ 세르다르 육셀 NRW 주의원
▲ 김동경 수석부회장
▲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장 수상자 (박춘식, 선경석, 김형복, 김인곤, 김재신 대사, 선재수, 김창선, 강흥수, 김상호)
▲ 공로패 수상자(피쎠, 박학자, 하영순, 김성환(뉴저지), 고창원, 최병진, 윤성근(뉴욕), 김용배(시카고), 김순복)
▲ 울산예총에서 온 무용협회 공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