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상 던진 칭찬 한 마디에 남자들은 잠 못 든다.
웃자고 한 이야기가 상대에게는 독화살 되어 심장에 박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타인의 신체를 대상으로 놀잇감을 삼을 경우,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죽어나가는 개구리 부지기수다. 어린 시절 들었던 '뚱뚱하다', '다리 짧다', '입술이 썰어서 한 접시'와 같은 말은 커서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말 했던 '오대수'를 잡아다 15년 동안 군만두를 먹이고 싶을 때도 있다.
반면 좋은 말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듣는 이에게는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 특히 여자의 경우, 동서고금을 통틀어, 오대양 육대주에 수, 금, 목성을 총망라해 "예쁘다"는 말 듣고 좋아하지 않을 여자 없다. '사슴 같은 눈', '앵두 같은 입술', '우윳빛 피부'와 같은 표현은 비록 손발이 오그라지는 말이라도 그녀들에게는 천년만년 대박이다.
그런데 여자만 그럴까? 남자는 여자에 비해 외모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다만 안 쓰는 척할 뿐, 관심 받기에 대한 갈망은 애완견과 동급인 것이 남자들이다. 경쟁 사회에 살면서 자존심 상하고 자신감 상실하는 일만 부지기수인 남자들에게 가뭄에 이슬처럼 내려진 칭찬 한마디는 죽어도 아니 잊힐 복음이며 그 말 해준 이는 죽어서도 평생 모실 은인이 된다.
술집 언니가 예의상 던진 "잘생겼어요"라는 말 한마디를 듣고 집에 와서도 열흘 밤을 혼자 히죽거리는 것이 남자다. "팔 근육이 멋지세요"라는 백화점 점원의 말을 듣고, 헬스클럽에 가서 이두와 삼두박근 운동에 가장 많은 시간을 집중하는 것이 남자다. "오늘 넥타이 참 예쁘세요"라는 여직원의 지나가는 말에 그 넥타이는 창졸간에 장롱 속 보물 1호로 자리 잡아 동해물과 넥타이가 마르고 닳도록 시도 때도 없이 그놈만을 고집하는 것이 남자다. 퇴근 후 샤워를 하고 거울을 통해 뒤 자태를 들여다보며, 여전히 엉덩이가 탱탱한 것에 안도하는 이유는 신혼 때 마누라가 던진 "어머, 자기 엉덩이는 여자보다 더 섹시해"라는 말 때문이라는 것을 아내가 알 리 없다.
그렇게 남자는 아는 여자, 모르는 여자, 오래 볼 여자, 스치고 지나가는 여자가 던지는 칭찬 한마디를 받아먹고 힘 받는 생명체다. 그 자리에서는 짐짓 무관심한 척하면서도 그날 밤 일기에 "오오, 찬란하고 아름다운 인생, 훌쩍"이라고 쓰는 것이 남자다. 그러므로 남자 동료와 밥 먹을 때, 남자 상사에게 부탁할 때, 비즈니스 파트너가 남자일 때, 동료의 지갑을 열게 하고 상사의 도움을 받아내고 업무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남자의 외모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칭찬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무덤 속 사내도 돌아앉아 꽃단장하게 만드는 것이 남자를 향한 칭찬이었던 것이다. 090923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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