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서 책을 다시 집어들었습니다. <김예슬 선언>
한 번 다 읽었지만, 다 읽고 나서도 정리가 되지 않았기에.
제대로 내가 내 언어로 소화해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좀 써보는데,
생각은 가닥이 잡혀가지만, 글은 가닥이 안잡히네요^^;;;
미진하지만 같이 생각좀 해보고 싶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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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억울했다.
스펙에 매달리자니 젊음이 서럽고, 다른 걸 하자니 뒤쳐질까 불안하고,
또다시 반복되는 행복하지 않은 이 나날들이.
삶을 다 짜내며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쉴새 없이 달려왔는데,
그런데 또 다시 왜? 라는 물음은 설 자리가 없었다.
아차, 한 눈 파는 순간 저만큼 밀린다는 불안감이 생각할 틈도 여유도 주지 않았다.
그저 잠깐 동안 가만히 멈춰서는 것도 용기가 필요했다.
그 두려움이 다시 똑같은 굴레 속으로 나 스스로를 밀어 넣었다.
그렇게 스무 살이 흘러가고 있었다."
_ [김예슬 선언] 중
책을 읽다보면, '모든 것을 유보하고 달려왔다'는 의미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실제로 우리들은 대학에 가기까지 20년 동안 삶의 모든 것을 유보하고 대학을 향해 달린다.
대학에서는 모든 것을 유보하고 직장을 향해 달리고
직장에서는 모든 것을 유보하고 결혼과 안정을 향해
끝없이. 끝없이 '뭔가'를 뒤로 유보하고 달려간다.
무엇을 유보한 것일까. '삶'을 유보해 왔던것 같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사는 것인지, 무엇이 행복인지
이것에 대해 고민해보고, 스스로 실제로 실험해봤던가?
"대체 내가 무엇을 유보해 왔었나?"
그것조차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유보해 온 것 같다.
왜 우리는 '삶'을 유보할 수 밖에 없었을까?
우리들에게 들려오는 수많은 말 속에 그 이유가 있는것 같다.
'살아남아야 한다','이겨야 한다','생존해야 한다'
'취업전쟁','입시전쟁','결혼전쟁','육아전쟁','고시전쟁'...
지금 우리들에게는 '삶'은 없고 '생존'만 남아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죽으면 끝이다.
그렇기에 '생존'이 걸려있을때 모든 것은 유보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쟁'일 것이다.
전시상태, 누군가 나의 목숨을 빼앗으려하는 그 상태에서는
모든 것을 유보해야한다. 그게 당연한거다.
먹을 것이 내 것 밖에 없을지 모르는데, 동료를 챙기겠는가?
모두가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는 적과적인데, 협동이 있는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미래에 대한 고민과 역사가 있겠는가?
적보다 아군을 챙겨야 하고
아군보다 가족을 챙겨야 하고
가족보다 나를 챙겨야 하게 만드는 것이. 전쟁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우리 세대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지식과 정보로 무장했다는데,
지금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확신이 없다.
인류 역사상 그 어떤 존재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했다는데,
나는 살아남기에 급급하다.
인류 역사상 그 어떤 존재보다 개인의 자유와 선택의 자유가 늘어났다는데,
나는 갈수록 꼼짝없이 얽매이고 자율성을 잃어간다.
정작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 살고, 고유한 개성으로 다르게 살고,
행복을 찾아 살려고 하는 순간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무기력하게 좌절하는 나를 발견한다."
_ [김예슬 선언] 중
세계곳곳과 비교했을 때,
상위 10위 권에 가까운 경제 대국이고, 민주화(그래도)와 정보화를 이룬 나라인데,
밤거리 맘편하게 다닐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라이고, 어디서 뜬금없이 총 맞을일 없는데,
이 땅의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70억 인류의 최상층에 속할 정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남북대치의 첨예한 상황이지만, 그 전쟁의 불안이 정말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정체인가?
도대체 우리의 등 뒤를 노리는 총구는 어디에 있는가?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가? 왜 우리는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가?
이 책에서는 대학과 국가, 기업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물리적인 죽음이 아니라, '사회적인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닐까?
사람들과의 관계가 끊기고, 무시당하고,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것.
최신형 휴대폰이 없으면 '죽는다고'
일류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죽는다고'
친구가 어떻게 지내냐는 말에 소타나로 대답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직장도, 먹고사는 것도, 인간성도, 심지어 사랑도 못한다고.
이 기업과 대학과 국가가 우리를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정말 그런가? 정말 그러냐! 라며 김예슬은 '사회적 자살'을 한게 아닌가?
본문을 시작하는 부분에 이런 글귀가 있다.
"살아있다는 것은 저항한다는 것이다"
정말 살아가는게 뭘까 삶이라는게 뭘까?
내가 진정으로 열리는 순간, 열중할 수있는 순간,
나의 리듬대로, 순리대로,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
온전한 내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삶이 아닐까?
이것을 아직 말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왜 살아 있다는 것이 저항하는 것인가?
우리는 무균의 인큐베이터에서 사는것이 아니다.
수많은 세균들이 있는 속에 산다. 그러나 병에 걸리진 않는다.
저항력이 있기 때문이다. 저항력을 잃으면 병에 걸린다.
이것은 비단 육체만이 아니라, 삶과 정신과 영혼에도 마찬가지 아닌가?
나를 나일수 없게 하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세상의 삼투압이 내 안에까지 들어온다.
숱한 시장의 유혹과 거짓 희망들이 나를 병들게 하고, 세상을 병들게 한다.
그 속에서 인간의 삶을 살아가려면 끝없이 저항해야 하는게 아닌가?
수많은 의약품과 약제들이 병을 낫게 해주는가?
감기약이 감기를 낫게 만들어 주는 약인가?
모든 약은 우리들의 저항성에 도움을 줄 뿐 아닌가?
그런데 우리들의 저항성은 살아있는가?
강에 콘크리트를 쳐바르는 일이 친환경 '4대강 살리기'가 되고
총과 무기를 파는 산업이 국가 브랜드가 되고
세계 역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의 횡령 착복을 한 기업주가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올림픽 유치라는 '국격'이라는 이유로 사면되는
이 엄청난 병에 걸린 우리들.
빚을 져서 커다란 냉장고를 사고, 삐까번적한 차를 사는 것이 좋은 일이 되고
3살 무렵부터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을 가르치는 것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고
스스로 움직이는 일보다는 마우스 클릭질 단타매매하는 사람이 추앙받고
(이 처절한 경쟁에서 승리해서)'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덕담이 되어버린.
이미 병의 징조가 나와있지 않은가? 더러운 물에서 손도 씻을 생각도 안하지 않는가?
'그래 너는 나와 달라''니말도 옳다'며 쿨한 양비론으로 아무런 저항도 없어졌고,
단련하고 운동해야 생기는 생각의 근육, 삶의 근육을 만들려는 노력도 없이,
이미 다 아는척하며 남의 근육 품평이나 하고 살지 않았는가?
도시공해 속에 아토피에 걸린 아이에게 항생제나 들입다 퍼먹이지 않았는가?
독이 든 것을 먹지말고, 깨끗이 씼어야 건강할 수 있는것 아닌가?
아닌것을 거부하고 성찰해야 건강할 수 있는것 아닌가?
운동하고, 저항해야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게 삶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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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쓰다보니 내가 던진 물음에 나도 부끄럽고,
제대로 정리할 수 없는 내가 부끄러워져 더 못썼습니다.... 운동이 부족한듯^^ㅎㅎㅎ..
그래도 여기 말과 맘이 통하는 여기에서는 그냥 꺼내놓고 이야기해보고 싶었네요.
첫댓글 로빈 님? 혹시 운영자 나 카페지기세요?
둘다 아니옵니다. 너.. 넘 설치는겐가요?ㅋ
(이런 거 물어도 되나?? 쩝) 까페지기하고 운영자하고 어떤 차이가 있는 거지요?
참 요즘 인터넷 세상에 제가 많이 무식한 듯 싶네요... 이왕 무식을 드러낸 거 좀 더 하면 드립이란 말이 뭡니까? 그 말 많이 사용하던데...
많이 드러내 주세요.. 따라 배우게요.. 저도 모르는거 잘아시죠?^^
그저 버티는건 정말 사는걸까..? 라는 이상은 노래가사가 떠오르네요. 그저 버티며 살아가는건, 사는건 아닌 것 같은데 우리 대부분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더 나은 미래라고 불려지는 것을 위해 말이지요.. 그게 정말 더 나은건지 모른채로..
진리를 살려하는가 진리를 배우려고 하는가. 사랑을 하려고 하는가 사랑을 배우려고 하는가.... 근데 그 노래 제목 뭐래요? ㅎ
이상은의 성녀입니다. 노래가 좋아요. 함 들어보시길...검색하면 있더군요..
알았습니다, 카페지기가 꿈꾸는 린 이라는 분이군요, 모니터 안에서 이제 하나씩 눈에 들오기 시작합니다. 뭐, 설치면 어떻습니까? 그것도 재미지..^^ 이 짬밥에도 설치는데..^^
나는 누구인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도 답도 모르겠다..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에 집중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ㅋ^^
로빈님? 한가지 부탁하고 싶은건 글을 조금 나눠서 올리는 건 어떨까요? .. 문제제기가 다양하던데, 하나로 모으기보다 나누기가 조금 더 유리하지 않겠어요? ^^
제가 워낙에 정리를 잘 못하고 생각만 많은 인간이라. 이야기 좀 구체적으로 해보면 좋을 파트를 나누거나 짚어주시면 상당히 도움될거 같사옵니다 ㅎ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전체적인 맥락을 알지 못하지만 , 살아있다는 것은 저항하는 것이다 라는 명제에 저항하는 것만이 살아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되받기 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암튼 지난 번에 주인공 께서 책을 냈다는 정보를 주신 것 고맙다는 말 미쳐 못했습니다, -생유-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 해볼 수 있을거 같네요. 무엇이 '살아있는'것인가 부터 시작해볼 수도 있을거 같고..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크죠? 영향력(냉전)의 차원이 아니라 파괴력이 감당하기 어렵죠.. 한번쯤 테마 토론꺼리로 난타전 할 만 하죠, 이런 것도 할만 한데.. 제안 에 하나 더 올릴까? 가진 총알 떨어지면 석기시대로 가서 한판 붙는고야~^^
좋은글이네요 ㅋ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전쟁처럼 삶이 매순간순간 유보되는 사회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매순간 생존하기 위해 살아있어야할까요...
사회적 자살을 하고 살아있기 위해 살아있어야 할까요
내가 살아있기위해 살아있다고 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요...
작은 실천이 이 까폐를 통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