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겨울 라이카클럽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전시장에서 이상한 사진을 만났다.
다듬어지지 않아 거칠고, 세련되지 않아 불안정한 앵글 속에 담긴 낯선 사람들.
후배에게 물었다. 아그네스가 누구야?
최근에 클럽에 가입해서 사진 올리는 아가씬데 모르세요?
처음 듣는데? 하긴 내가 클럽 활동을 안하니 모르는게 당연하지.
근데 왜 그러세요?
음...사진이 마음을 강하게 붙잡네.
우리 나라 사진가 중에 유명한 딱 한 사람 외에 이 정도로 사람을 담아내는 사진가 처음이야.
아! 선배님 저기 오네요, 잠시만요.
앳띤 아가씨가 밝은 얼굴에 키가 크고 씩씩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선배님 아그네스입니다. 아그네스, 환 선배야 인사해. 네 사진이 너무 좋데!
첨 뵙겠습니다. 아그네스라고 합니다. 그리고 시선 가득 호기심을 담고, 제 사진 어디가 좋나요?
사실 내가 사진에 끌렸던 것은 낯선 이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인도로 보이는 척박한 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특이해서도 아니다.
강열한 생존 의지가 싸~하게 다가왔다. 사진 속 그들이 아닌 사진가의 그것.
사람 냄새가 강해서...살고자하는 몸부림,
가슴 가득한 사랑을 몽땅 쏟아부을 곳을 찾는 강한 열망이 보여지네......
아그네스양이 내 말을 알아들을까?
아그네스양이 눈빛을 강하게 반짝이더니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서 손짓으로 카톡으로 말하고 싶어했다.
불행하게도, 아니 궁색하게도 내 스마트폰은 와이파이 연결이 안된다.
전화는 전화로서 충분하지 인터넷 연결은 왜 해? 그리곤 가장 싼 요금만 내고 쓴다.
불쌍한 아그네스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말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아그네스양, 메일로 이야기 해. 응? 미안~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아도 무슨 말이 하고싶은지 느낌으로 안다.
그녀의 사진이 내게 그녀에 대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요즘은 그녀의 사진을 매일 매일 보는 즐거움으로 FACE BOOK을 본다.
이처럼 강열한 휴머니즘을 표현해내는 사진가는 특히 우리나라에선 드물다.
딱 한 사람 기억한다. 그 사람은 전업작가지만 아그네스는 아마추어다.
그런데 아그네스는 그 작가와 다를 바 없다.
세계적인 보도사진가연맹인 "매그넘" 멤버에 불행히도 국내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은 없다.
그 이유는 바로 휴머니티 결여 때문이다.
왜 그런지 우리네는 타인을 자신과 같은 동급 사람임을 인정하지 못한다.
생각만 조금 달라도, 의견만 달라도 바로 "적"으로 만들어버린다.
자라난 환경이 다르거나 학벌만 달라도 차별한다.
휴머니티는 이해나 연민, 혹은 동정이 아니다.
휴머니티는 숭고한 "人間愛"다.
"자신의 생명을 진정 사랑할 줄 아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神의 祝福'이다.
아그네스양은 "神의 祝福"이다.
그녀는 많은 이들에게 그 축복을 나눠줄 것이다. 그러지 않고는 답답해서 속이 터져서 견딜 수 없을테니......
*아그네스양은 청각장애가 있습니다. 청각장애가 있어도 좋으니 나도 아그네스양과 같은 휴머니즘을 선물받고 싶습니다.
첫댓글 사진에 대한 진정성, 휴머니즘 도전이 됩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감사^^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