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또 한해가 갑니다. 강화에서 2년을 보냅니다.
이제 준비기간은 1년 남았습니다.
길이 없을 때는 내가 걷는 걸음이 길이 됩니다.
숲에 들어서면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숲인지
헷갈리다가도 누워있는 풀자국을 보고서 알게 됩니다.
걸음 하나도 길이 된다는 것.
2. 벽돌한장 콘서트를 잘 마쳤습니다.
예상 모금액을 훨씬 넘은 후원이 들어왔습니다.
내년 초에 시작할 건축에 많이 도움이 될거 같습니다.
사업은 돈이 하는 거고 일은 기계가 한다지만
실은 사람이 우선이지요.
행사를 치르면서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구석구석 와닿는 손길에 계속 감동이었습니다.
믿는 구석이 이제는 더 많아졌습니다.
3. 건축설계를 담당할 설계디자이너를 선정하였고
곧 계약에 들어갑니다.
여럿이 같이 들어가는 건축이라 좀 더디긴 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건축은 보이는 하나의 구조물을 세우는 것에 지날지 모르나
실은 보이지 않는 여백, 그 곳을 지나가고
머물고 앉아있을 그 누군가를 그리며 먼 훗날의
동선을 읽어내는 일일 겁니다.
몇 년 전 어느 시설에서 보았던 우람하고 단단한 건축물 안에
가두어진채로 기거하고 있던 분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건물이 사람을 지배하고, 사람은 어쩌지 못하고 붙들려있는
모습은 아니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년 일이월을 지나 봄이 되면 윤곽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4. 이번학기 부모 공부모임은 건축이었습니다.
건축가 정기용선생님과 김원선생님의 책을 교재삼아
우리가 그리는 캠프힐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 주 교사연수는 건축기행으로 하였습니다.
부석사와 소수서원, 병산서원, 도산서원, 소쇄원으로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알아야 보이고
보아야 열리게 될 겁니다.
삼십년 오십년 이후를 내다보는 안목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5. 윗 밭 농장에는 보리싹과 마늘새싹이 추위를 뚫고
올라와있습니다.
가을 수확 후에 남겨진 콩깍지와 깻대가 널려있고
미처 치우지 못한 풀덮개도 몇 개가 땅에 남아있습니다.
농한기라고 하는 것이 이런 건가 봅니다.
일은 멈춰있고 밭에 나갈 일도 없고 하니
머리가 열심히 돌아갑니다. 손과 발이 쉬면 머리가 바빠지고
못했던 글쓰기와 책읽기가 주 업무가 되었습니다.
리듬을 따른다면 이게 맞는 건데.. 가끔씩 놀고 있는 거 같아
괜히 마음이 바빠지기도 합니다.
6. 캠프힐 운영안을 작성중에 있습니다.
2016년에 시작할 캠프힐 운영의 기초안입니다.
가입자격과 대상, 활동의 기본적인 계획을 담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소원을 담을 수는 없지만
그 기대의 공통되는 지점이 있어 하나씩 의견을 조율하면서
마련이 될 겁니다. 아쉬운 것은 이곳이 그리 넓지 않고
저희가 감당할 만한 인원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모든 것을 다할 수가 없어 할 수 있는 만큼만으로 하게 되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우리만의 캠프힐이 아니라
주변에 함께 할 분들과 얼마든지 연대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7. 벽돌한장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에
교수님 몇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캠프힐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었습니다. 여러 곳(단체)에서 캠프힐 건립을 계획하고 있고
교수님 안내에 따라 이미 탐방도 다녀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인기 삶에 대한 대안으로
캠프힐이 주요하게 모색되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단계이니 다들 갈 길이 멉니다.
건물만 세운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니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할건데
오해 없이 들어주신다면, 어쩌면 큰나무가 캠프힐을 준비하는 분들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협동조합이라는 운영체를 통하여 오랫동안 닦아온 큰나무가 가고 있는 캠프힐이
지금 시작단계에 있는 분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거라 봅니다.
8. 저희 식구는 내년 1월에 강화에 이사를 옵니다.
남은 일 년을 강화에서 오롯이 살게 됩니다.
정착이 아닙니다. 언제라도 또 떠날 수 있지만
있어야 할 곳에 부여된 업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가벼워야 떠날 수 있고 마음이 가야 머물게 됩니다.
하룻밤 여인숙 같은 인생길에서
턱하니 마음 내려놓고 열심히 머물러 살면 그곳이 내자리가 됩니다.
캠프힐은 만드는게 아니라 살아야 하고, 떠날 수 있어야 제대로 살게 됩니다
요즘 이사를 앞두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무래도 가벼운 일은 아닌가 봅니다.
9. 한 해 동안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다음 해에 또 뵙지요.
이 글을 읽는 분의 행복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