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이석오 시인의 시집 ‘시절 초상’은 그의 첫 작품집이다.
뇌질환을 앓으면서도 시 작업에 몰두한 그의 시들은 자연과 삶에 대해 관대한 사랑과 애착을 통해 가슴 깊이 느낀 시인의 세상에 대한 아름다운 삶의 철학이 곳곳에 배여 있는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의 긴장된 순간을 느끼는 가운데에서도 시에 열정을 쏟아부은 이석오 시인의 이 작품집은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에 대해서 또는 절박하도록 사랑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를 주옥같은 시로 풀어내고 있다.
전 6부로 나뉘어져 자연과 사람, 세상과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들이 순수한 서정시로 이어져 시를 배우는 지망생들에게 좋은 ‘시 지침서’가 될만한 작품집이다.
엄원지 시인이 해설을 맡고 한국신춘문예협회 발행으로 시 93편이 수록돼 있으며, 총 167page에 책값은 12,000원이다.
[작가 소개]
이석오 시인은 아호는 죽리이며
1953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시문을 천착하였으나
늦게 문단에 나왔다.
2017년<한비문학>시 부문 등단하여
당년에<한국 신춘문예>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제13회 독도문화제 문학부문 대상>
<제14회 대한민국 통일예술제 문학대상>
2018년 <대한민국 모범시인대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 거주지역인 대구광역시에서
<대구생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인부락’과
<한국현대시인협회>의 ‘시인과 사색’
<미당 서정주 시회> 추천 <명 시인전>등에 동인으로
활동중에 있다.
또한 서울특별시 지역으로는 <한국신춘문예협회>
중앙회 이사이며, 문예지 ‘한국신춘문예’의 등단 본선자
심의를 맡고 있으며, <아름다운 시낭송회> 이사,
<한국서정시문학회>이사로 활동하며
‘대한민국청소년문학제’ 등 각종 문예행사에서
심의를 맡고 있으며, 종합일간뉴스 ‘스포츠닷컴’에서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해설] 시집 ‘시절초상’
자연과 삶의 본질을 바라본 순수한 시 정신의 세계
엄원지(시인·문학박사)
이석오 시인의 처녀시집 <시절초상> 원고를 받아보고 적잖이 감탄한 것은 그의 감성과 자연에 대한 깊은 사색의 깊이를 바탕으로 한 수준 높은 서정시의 흐름에 근간에 보기 드문 한국시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린 소년의 순진한 마음에서 우러난 시 같기도 하고 산전수전을 다 겪고 돌아온 백전 노장의 경험에서 우러난 시 같아 절로 그의 시작에 대한 오랜 천착의 수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요즘 시인들의 시집 원고를 보면 수준있는 시들이 십분지 일 정도로 밖에 안보이는데 비해 이석오 시인의 ‘시절초상’은 대부분의 시들이 때로는 잔잔히 흐르는 강물을 보듯 때로는 한 편의 애절한 영화를 보듯 또는 어스름 밤 정경 어린 달빛을 보는 듯이 서정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수록된 시는 총 6부로 나뉘어져 각 부마다 저자는 초문을 달고 자신의 시에 대해 시인만이 말할 수 있는 서정적인 언어로 이해를 돕고 있다.
제1부 시 ‘디딤돌’에서 우리는 저자의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볼 수 있다.
1연의 시 –자기를 밟혀야만/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것/ 억겁의 세월을 뿌리박고/ 숨죽여 엎드린/ 디딤돌 하나/~에서 험한 세상에 살아가면서도 순수와 꿈을 잃어버리지 않은 수많은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살아가는 자체가 남을 이기고 일어서야 하지만 자신이 먼저 밟혀 고통을 당하더라도 자신을 밟고 일어서야 성공할 자가 있다면 기꺼이 희생하겠다는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4연에서 –나를 밟아다오/ 밟고 지나가다오/ 이 험한 세상을 건널 수가 있다면/ 나의 등을 밟아다오/-라며 성공을 위해 걸어가는 많은 또 다른 군중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착한 이들의 본성을 대변하고 있다.
이는 가족 구성원을 예로 들어도 한 두 사람의 훌륭한 성장과 출세를 위해 부모 아니면 누군가가 고생하며 뒷바라지를 한다거나 국가의 발전도 국민의 희생이 없이는 불가하듯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시 ‘디딤돌’을 통해 서정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디딤돌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세상 운용의 이치를 말하고 마지막 연에서 –일어설 수 있다면/-하며 좋은 세상에 대한 선민들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또 시 ‘홍시’를 보면 1연에서 –누구의 쓴 입에 들어가/ 달달한 맛이 되고 싶다/ 눈보라 세찬 날/ 허기진 누군가의/ 배를 채워주고 싶다/-에서 시인의 본성과 세상을 위해 일하는 착한 군중의 심리를 가을날 나무에 달린 홍시를 통해 역시 대변하고 있다.
3연을 보면 더욱 시인의 아름다운 마음이 잘 나타난다.
-언제 누구에게/ 단맛이 되어본 일이 있었던가/ 든든함을 준 일이 있었던가/- 라며 착한 심성 속에 우러나는 타인에 대한 자책을 함으로써 또한 사람의 도리와 길을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다.
이 시는 매우 잘 지어진 서정시이다.
자연적인 한 대상을 두고 단순하게 서정적으로 지은 시가 아닌 자연을 대상으로 시대의 사상과 정서를 서정적으로 비유하여 지었기에 우수한 서정시라고 보는 것이다.
언뜻 보면 홍시의 모습을 노래한 단순한 서정시 같지만 저자가 자연의 한 단면이나 대상을 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고, 저자의 시를 짓는 높은 수준의 감각을 볼 수가 있다.
제2부에서 시 ‘가을장미’는 더욱 서정시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보통 6~7월 햇볕에 만발하는 장미가 9~10월, 심지어는 12월에도 살아서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요즘 종종 보게 되는데 이것은 기이한 현상이거나 외국 개량된 품종일 수가 있다.
시인의 눈에 이러한 장미는 시의 좋은 소재가 된다.
시 1행에서 3행까지 –감히 범할 수 없는 서슬이다/ 스치기만 해도 베어져/ 피를 흘릴 것 같은/-이라고 읊으면서 가을에 핀 붉은 장미의 기이한 모습이 시인의 눈엔 의지가 결연한 자의 분투로 보였고, 시 12행에서 15행까지 –너에게 다가서면/ 불나방처럼 낙엽들이/ 네 치마폭에 뒹굴고/라며 늦가을날도 살아남은 장미의 도도한 자태를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저자의 시를 짓는 작법과 시를 짓는 목적을 이해할 수가 있다.
가을에도 살아남은 장미의 도도한 자태를 아주 간결하면서도 적절한 시어를 통해 독자에게 멋지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 저자의 서정시에 대한 우수한 탁월성을 엿볼 수 있는 시이다.
이 시를 읽으면 저절로 가을에 핀 붉은 장미의 결연한 모습이 떠오르고, 추운 겨울로 가기 전에 마지막 열정을 태우려는 듯 불타는 붉은 가을이 연상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참으로 잘 지어진 가을 서정시이다.
제3부는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사랑 그리고 진한 그리움의 시들이 곳곳에 배여있다.
또한 자식 사랑에 몸 아끼지 않으셨던 어머니의 희생이 못내 그립고 회상되면서 가슴 쓰려하는 자식의 자책이 스며있다.
전반적으로 ‘어머니’라는 대상의 시들이 갖는 고루함의 탈을 벗어나 서정적으로 시의 문맥과 흐름이 부드러우면서도 우수한 시어의 선택이 읽고 감상하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는 시들로 채워져 있다.
시 ‘무우’가 그러한 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1연 –섣달 삭풍이 문풍지를 울리는 밤/ 허기를 메꾸려고 텃밭 구덩이에 무를 꺼내/ 숟갈로 쓱 쓱 긁어 새끼들을 먹이고/ 겨울 무는 동삼이라며/ 손바닥이 패일 때까지 속을 파주던 어머니/-에서 옛날 어린 시절 자식들을 위해 온정을 다하시던 어머니 손길이 무우를 통해 확연히 연상되고 있다.
또 3연에서 –그날처럼 벅 벅 긁어 속을 다 파도/ 돌아오지 않는 맛 대신/ 훤하게 너덜해진 무의 뼈/-라며 어머니의 사랑이 담겼던 어린 시절의 무우 맛을 회상하며 벗겨진 무우 속에서 어머니의 고생스런 모습을 찾아내는 저자의 아리는 마음을 엿보는 가슴 뭉클한 대목이다.
그런데 시 ‘무우’의 절묘한 서정의 진수는 4연과 5연에서 만날 수가 있다.
4연에서 –순간/ 허연 등껍질만 남기고 헐떡거리던/ 거미의 모습이 떠올랐다/와 이어서 마지막 5연을 –어머니 가실 때도 그랬다/-로 시가 마무리되는데 참으로 절묘한 시법이요 저자만이 지을 수 있는 시라고 평할 수가 있겠다.
이 시에서 느깔 수 있는 것은 어머니의 극진했던 자식 사랑과 성장하여 어머니의 나이에 이르는 자식의 어머니에 대한 회한이 극적인 시어의 선택으로 읽는 독자로 하여금 절로 가슴 찡하게 만들므로서 서정시의 극치로 표현할 수가 있겠다.
문맥의 흐름이 아름다우면서도 긴장감을 주는 시이면서도 ‘무’라는 대상을 통해 어머니의 일생과 죽음까지 간결한 시 속에 간절하면서도 뜨겁게 표현한 우수한 작품이다.
제4부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안스러움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 시들이다.
사람의 일생이 유,청년기는 부모의 사랑 속에 성장하고, 장년이후로 노년까지는 아내의 사랑 속에 삶을 영위하게 되는데 저자의 아내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연정이 아름다운 서정시로 표현되어 있다.
특히 시 ‘꽃보다 아름다운’은 문학적으로나 서정적으로 매우 잘 지어진 시로 시인이 시를 지을 때 어떠한 감성과 어떠한 작법을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주고 있는 우수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의 진수는 간결함과 그 간결함 속에서도 많은 의미를 말할 수 있는 광대함 그리고 짧은 시어 속에서도 문맥이 막히지 않는 유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시 –그녀와 꽃구경을 갔다/ 황홀한 자태에/ 와 와 소리 지르다/피식 웃고 말았다/ 옆에/ 그녀 꽃을 두고서/-라고 시 ‘꽃보다 아름다운’은 우리의 감상을 기다리고 있다.
단 6행의 귀절이 이렇게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아내’가 주는 의미는 단순한 것 같지만 평생을 같이 하면서 그녀가 나에게 주는 사랑과 헌신, 아름다움은 수치로 어떻게 다 측정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아내는 나 자신에게 일생에 있어서 ‘국보 1호’와도 같은 보물적 가치를 갖고있는 고귀한 존재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 ‘꽃보다 아름다운’은 간결한 시이면서도 이런 깊고 넓은 아내의 광대한 의미를 너무도 잘 표현하고 또 독자로 하여금 아내의 의미를 잘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5부는 일상에서 보고 느끼는 바에 대한 이야기를 서정으로 풀어내고, 특히 우리의 최대 숙원인 통일 문제에 접근한 시들과 독도와 같이 애국심을 필요로 하는 시로 시작해 일상의 대상에 대한 관념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되어 있다.
시 솟대(2)는 솟대가 주는 이미지답게 어떤 대상에 대해 희망적인 시어들로 가득찬 서정시이다.
1연에서 –누구를 그리워하는 것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가슴을/ 끙끙 앓는 것이다/-로 시작해 4연에서 -그리워하는 것은/ 그렇게/ 자신의 살을 깍아/ 허공에다 연을 띄워놓고/ 깊은 침묵에/ 잠겨지는 것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움은 일평생을 가지고 가는 숙명적 문제이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영원히 풀지못할 숙제같은 것이다.
그것은 태어난 고향에 대한 향수도 있고, 지난날 함께 했던 사람에 대한 못다이룬 아쉬움도 있고, 때로는 원초적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다.
그러한 의미의 그림들을 ‘솟대’를 통해 저자는 아름답고 애절한 시어로써 감정을 표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힘차게 바람 앞에 의연히 서 있으면서도 그 내면에는 홀연한 고독으로 가득차 있는 말없는 솟대의 모습에서 저자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지도 모른다.
또 이 시대 고독한 군중의 모습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6부는 자연과 사람의 틈바구니에서 만나고 겪고 느껴야 하는 일상의 내면적 삶들을 시로써 표현하며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인간 본래의 자존과 고독을 또한 시로써 스스로 위안하고 있다.
시 ‘겨울 강’ 1행에서 3행까지 –멈춰버린 시간을 들고/ 하얗게 시린 가슴으로/ 쩡 쩡 소리내어 울고 있나/로 겨울 강의 얼어붙은 모습을 그리면서 사계 중 겨울을 노년과 사후에 비교하듯 정지된 시간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며, 9행과 10행에서 –얼어붙은 나룻배는/ 세월을 안고 잠들었나/라며 세상의 끝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시리도록 다가오고, 그러면서도 14행에서 16행까지 –그대 뜨거운 가슴에 안겨/ 물보라로 깨어나/ 출렁일 수 있을는지/라며 다시 돌아올 윤회의 내생을 희망하고 있다.
또는 새 봄을 기다리는 겨울 강의 이미지를 아름답고도 간절한 시어로 고독한 겨울 강의 침묵을 노래하면서 그래도 봄을 기다리는 위대한 강의 이야기를 시로써 풀어 내리고 있는 매우 아름다운 시 작품이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 –겨울 강은/-이라고 짤막하게 표현한 것이 겨울 강이 주는 무게있는 비중의 이미지를 잘 말해주고 있고, 시 구절 뒤에 오는 긴 여운을 느낄 수 있어 참으로 좋은 시의 표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석오 시인의 시집 ‘시절초상’은 자신이 일생 살아오면서 보고 느낀 대상에 대한 기억들을 사색이라는 체로 다시 걸러서 그 속에서 깨달은 자신의 모습을 주옥같은 시로 일구어낸 저서이다.
그것은 회한의 푸념일 수도 있고, 자신에 대한 위안일 수도 있으며, 세상에 대한 외침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연과 사람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서정적으로 표현해 낸 서정시집으로 ‘시절초상’이라는 책제를 정한 이유를 인간과 세상의 무상한 여정은 언제인가는 끝이 나고, 인간은 결국 회상 속에서 그 때 그 때의 시절 모습이 존재한다는 순간과 영원의 철학을 말해주 고 있다고 본다.
더구나 뇌질환을 겪고 있는 저자의 투병은 이루말할 수 없는 고통의 연속임에도 시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숙명적 과제를 이 처녀시집 ‘시절초상’을 통해 극복하려는 저자의 의지와 이 생에서의 아름답고도 순수한 꿈의 세계는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시 정신의 세계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시집 ‘시절초상’은 어떻게 생긴 것이 시라는 모습이며, 어떻게 써야 하는지와 무엇을 써야 하는지 까지 서정시의 표본을 잘 말해주는 저서로 위대한 시 정신의 진수를 보여주는 책으로 평을 하고 싶다.
-이천이십일년 봄을 맞으며 이석오 시인의 시집 ‘시절초상’에 부쳐
엄원지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