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창작] 2022년봄호에 오랜만에 신작시 [소창다명小窓多明] 외1편(무지개 엽서)을 발표했다. 내가 ‘주간‘ 직을 맡아서 오히려 발표를 망설이다보니, 발표간격이 자꾸 벌어진다. 모처럼 발표라 오래 전 초정 김상옥 선생이 휘호한 추사 김정희의 [소창다명 小窓多明하니 아구좌 我久坐]를 마음에 다시 새겼다. 추사며, 초정과의 추억도 갈무리했다. 1971년도 이래 안방에 들어서면 언제나 반겨주는 서액, 등불이 따로 없다. [무지개 엽서]는 초정을 마주보는 죽은아내의 퀼트화가 블러일으킨 추억이다. 노혜봉, 이정현 시인에겐 [소명小明]을 아호로 삼고, 김다명 시인에겐 [다명多明]을 필명으로 쓰라고 권하기도 했다.
천지 네 귀퉁이마다 장군봉, 망천후·백운봉·청석봉을
문진文鎭으로 눌러놓자
평평해진 물결, 저마다 물방울 창을 달고
햇빛을 불러들인다
소창다명 小窓多明, 작은 창들이 불러들인 햇빛들
천지 아래 얼음물 속에 마련한 만병초꽃밭
한 송이 한 송이 헤아리다 잠드는 기쁨,
늘어지게 한잠 자다가 깨면
얼음방석째 두둥실 떠오르니
여기가 바로 꽃자리, 꽃이 피고 꽃이 지는
물마루, 반야용선 오가는 백두나루,
오래오래 지켜보느니,
내 한생 맑게 빚어 피운 삶의 꽃 한송이.
박제천/ [소창다명 小窓多明] 전문
고추잠자리 한 마리
고추밭 고추줄기 끝에 붉은 열매인양 매달려 있다
무심히 눈을 맞추다본즉
고추잠자리 보고온 한세상 풍경의 파노라마
색계 너머 무색계, 무색계 너머 색계
보이는 것은 별이 아니다
별들은 빛나되 보이지 않는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죽어서 별이 된 아내가 문득
고추잠자리 되어, 어서 오라 손짓하네
내가 날아다닐 하늘 33천 한데 겹친
무지개길, 무지개 등에 걸터앉은 고추잠자리
그 손짓 아득한 세상, 눈물겹게 황홀하구나.
박제천/ [무지개엽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