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의사회 회보(제12호, 2015년 2월 발행)에 게재된 글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해야
마왕 신해철의 사망원인을 놓고 치열한 의료과실 공방이 있겠지만, 쉽지 않으리라. 그의 문제를 단순하게 정리해보면, 비만으로부터 시작해서 비만으로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비만전문가들이 비만을 해결해주겠노라 자신 있게 주장하지만, 우리나라 비만치료 수준이 이 정도일 수 밖에 없는지 몹시 안타깝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비만을 새롭게 분석하고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이라는데, 많은 체중감량 방법 중 식사량을 줄여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열심히 운동해서 칼로리 소비를 늘리는 방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덜 먹으면 허기지고 기운마저 떨어지는데도 많이 움직여야 하니, 실천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비만으로부터 탈출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또 헬스클럽 러닝머신에서 열심히 뛰어도 뱃살이 기대 만큼 줄어들지 않는 안타까운 체험을 하곤 한다. 왜 그럴까? 혹시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할 때마다 비밀번호를 제대로 입력해야 하듯이, 지방조직에서 지방을 꺼내려 할 때도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듯이, 우리가 생존하려면 외부로부터 침입한 미생물을 물리칠 수 있어야 한다. 위생이 개선되고, 의학이 발달한 오늘이 아닌 아주 오래 전 원시시대에는 오로지 면역(염증)반응이 강력해야 생존할 수 있었다. 염증반응을 담당하는 실체는 아이카사노이드며, 염증반응을 시작하는 염증진행 아이카사노이드와 염증반응을 마무리하는 염증회복 아이카사노이드 두 종류로 구성되어 있다. 1981년에 이르러서야 생존의 필수요건에 해당하는 염증진행 아이카사노이드 합성과정에 인슐린이 관여함을 알 수 있었다.
또 이미 알고 있듯이 칼로리를 많이 섭취하면, 쓰고 남는 칼로리를 인슐린이 지방으로 바꿔서 비축해두는 사실에서 인슐린이 생존에 필요한 주요 기능 두 가지(에너지 비축과 면역기능) 모두 담당함을 알 수 있다. 한편 세균도 침입하지 않았고 상처가 나지도 않았지만, 오로지 많이 먹어 인슐린을 많이 분비하면 피할 수 없이 염증진행 아이카사노이드를 많이 합성해서 감지하지 못할 정도이기는 하지만 세포 내 염증(침묵의 염증)을 진행시키고야 만다. 결국 많이 먹어 체지방을 많이 비축하고, 또 지방세포에서 침묵의 염증이 진행되면 마침내 염증이라는 덫에 지방을 가둬두는 셈이 된다. 그러면 지방조직에서 지방을 꺼내려 하지만, 덫에 걸린 지방을 꺼내기는 정말 어렵다. 열심히 운동해도 기대 만큼 뱃살이 줄어들지 않는 까닭이다. 더욱이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비만한 이는 에너지를 체지방조직에 넘치도록 보유하고 있어도 체지방이 침묵의 염증이라는 덫에 걸려 있어 에너지로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움직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먹고 또 먹어서 충당하거나, 아니면 체지방조직으로부터 에너지 자체공급이 어려우니 에너지를 쓰지 않으면 된다. 즉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많이 먹고 덜 움직이는 라이프스타일은 비만의 원인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우리 몸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비만의 결과라는 지금과 정반대 해석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리하면, 비만을 관리하려고 지금처럼 칼로리 대차대조 개념을 바탕으로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릴게 아니라, 지방비축과 염증반응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모두 담당하는 인슐린의 분비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동시에 체지방조직으로부터 지방을 꺼낼 수 있도록 정확하게 비밀번호를 입력해주는 “염증회복 식사”를 실천해야만 지방을 옭아매고 있는 지방 덫을 풀고 지방을 꺼낼 수 있어 비만의 굴레로부터 확실하게 탈출할 수 있음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 비만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와 같이 주장하는 이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해야 마땅할 것이다.
참고로 비만관리에 도움이 될 도서로 'The Zone', 'The Anti-Inflammation Zone', 'Toxic Fat', '나와 가족을 위한 휴먼영양학' 등을 추천해보며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