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이 궁금했습니다.
추위 찬바람 험난한 코스 거친일정에 제 자신을 마주하고 싶었습니다.
행동보다 생각이 앞서고 겁이 많은 사람인데 백두대간 신청받는 순간
'하고싶다' 마음이 들어 뒷 일은 생각하지 않고 결정했습니다.
때로는 마음이 이끄는대로 용기있는 결정이 큰 선물로 다가옵니다.
백두대간은 2015-2016년 매듭짓고 새로이 시작하는 귀한 선물이지요.
연습산행으로 종민이와 모악산 다녀왔습니다. 체한 기운이 있어 몸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자연을 누리지 못하고 힘겨웠습니다. 함께 한 종민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백두대간에서 이런 상황이 주어지면 어떨지 상상하니 섬뜩했습니다.
잘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연습산행 구실로 별이와 대둔산 다녀왔습니다. 푸근한 가을 자연 누리며 마음 통하는 고민 나누었습니다.
힘이나고 즐거운 시간이었지요.
마음이 풀어지던 시기에 대익오빠와 통화했습니다.
"마라톤 10km 완주인데 3km만 연습해 온 사람이라면? 백두대간 맛보는 정도로 연습해서 익혀둬야지.
도와줄게~ 할 수 있어."
큰 자극이요 힘이었습니다.
대익오빠 참 고마웠어요.
눈이 내린 모악산에 혼자 다녀왔습니다. 화려하고 찬란했던 가을 모악산이 흰 눈으로 덮였습니다.
찬 바람, 흰 눈, 추위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산을 거닐었습니다. 예전보다 힘겹지 않고 쉬이 오를만 했습니다.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다니며 백두대간에서 누릴 빙산의 일각을 맛보았습니다.
온통 하얀 모악산을 다녀오니 백두대간이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연습산행은 북한산에 다녀왔습니다. 북한산이 지닌 위엄을 느꼈습니다.
오랜 세월이 축적되어 자리를 지키는 자연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제모습을 마주합니다.
다리가 떨리고 머리가 어질해지는 험난한 코스에선 두려움이 지배하는 마음과 줄다리기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혼자였더라면 엄두가 안나지만 함께 한 동료가 있기에 해냈습니다.
따뜻한 격려, 든든한 손길, 함께 부른 노래는 험난한 코스를 이겨내고
지루한 능선을 재미나게 다녀올 수 있는 힘이었습니다.
하산을 하니 자신이 대견하고 곁에 있는 동료가 더 귀하게 다가옵니다.
떨림과 긴장 기대와 설렘
여러 감정이 교차하며 백두대간을 맞이했지요.
멀게만 느껴졌던 백두대간이 다가왔습니다.
오대산 소백산 설악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
강원도에서부터 굵직한 산맥을 타고 내려와 경상도까지 내려왔지요.
'종주할 수 있을까?'
'다치면 어떻하나?'
이따금씩 마음을 누르는 걱정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굵직한 산, 한 곳 한 곳 봉우리를 다녀오며
추억 흔적 남겼습니다.
용기 인내 얻었습니다.
길게만 느껴졌던 하루, 일주일이 지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느 틈에 이곳에 왔을까요?
아련합니다.
꿈 꾼듯 합니다.
제가 백두대간을 정말 다녀왔을까요?
코밑이 조금 헐고
왼쪽 무릎에 이따금씩 신호가 올 때면
'다녀오긴 했구나.' 생각이 듭니다.
일요일 아침 눈뜨니 방에 할머니와 제가 나란히 누워있습니다.
오랜 시간 자고 맛난 엄마 밥상을 먹고 가족들과 함께인데
마음이 참 섭섭하고 서운하고 허전합니다.
휑~한 마음이 맴돌았습니다.
참 이상하지요?
백두대간을 종주했다는 생각에 짜릿하고 마냥 기쁠줄 알았는데
어찌나 서운하고 아쉬운지...
북적이던 동료
거친 일정
주먹밥과 김치 숭늉
방안 가득한 맨소래담 향기
온 몸을 자극하는 스트레칭
온탕 냉탕을 오가던 짜릿함
달빛에 걷던 길
빈 틈에 들어오는 찬 바람
한덕연선생님께서 들려주시는 동요(특히 반달)
그립습니다.
백두대간 마치고 하루가 지나니 2차 백두대간이 제게 주어졌습니다.
끔찍하고 꿈이길 바라고픈 힘든 일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소백산 칼바람보다 매서운 바람이 제 일상을 덮쳤습니다.
버겁고 무너지는 마음이 들곤하지만 지금, 여기에 집중하며 견디고 버텼던 산행기처럼
다시 해뜰 날 기다리며 견뎌내려합니다.
백두대간 다녀오니 깡이 생겼습니다.
버겁지만 이겨내 볼 용기가 생겼지요.
이따금씩 꺼내어 보면 웃음나는 추억 기억 흔적 느낌
힘들 때 지칠 때 쉬고플 때 다가와 따뜻한 말과 손길, 푸근한 품 내어주던 동료를 기억합니다.
제게 주어진 일상의 백두대간,
'오를 수 있을까?'
'매듭지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던지는 걱정어린 질문에
해낼거라고
이미 해냈노라고 답하고싶습니다.
함께여서 해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고마워요 :-)
첫댓글 혜련아^^ 잘 준비해주고 함께 해주어 고맙다.
백두대간 마치고 다음 날 마음이 어쩜 나랑 비슷한지..
함께 했던 순간들 기억하며 일상을 살자.
늘 응원해.
혜련이가 있어, 동료들이 있어 갈 수 있었다.
올랐다 보았다 해냈다.
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