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에 희망을
2010년 12월 15일 한진중공업 측이 근로자 400명을 희망퇴직 시키기로 결정한 이후 노조의 반발, 김진숙씨의 크레인 고공농성, 희망버스 행렬, 입장을 달리하는 단체들끼리의 마찰, 그리고 경찰과의 충돌로 이어지는 한진중공업 사태가 아직도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노조와 진보진영에서는 노사협상과정에서의 합의를 깬 회사측의 일방적 구조조정을 문제삼고 있고, 회사를 비롯한 보수진영은 경영합리화를 위한 정리해고는 철회할 수 없다고 고집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본사 노동자들에 대한 분노가 가세하여 본사 노동자들의 투쟁을 비롯한 희망버스 운동을 폄하하는 일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평소 고압적으로 하청업체들을 대해온 데 대한 불만이 누적되어있었던 모양이다.
모두들 자신의 입장에 따라 본 사안의 핵심이슈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들이 각기 주장하는 내용이 진실로 핵심이슈이며 나아가 자신들을 살려낼 수 있을까. 또한 이 사태가 우리 지역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바로 이게 문제다.
노조가 보는대로 회사측의 일방적 해고가 이 사태의 핵심 이슈일까. 다른 지역의 일터에서 여전히 일방적 해고가 진행되고, 다른 기업에서 여전히 하청업체 노동자와의 갈등은 지속되는데도, 일방적 해고를 철회하면 과연 이 문제는 해결된 것일까. 다시는 한진중공업 일터에서 일방적 해고가 일어나지 않게 될까?
한진중공업은 조선소를 필리핀으로 옮기고 국내 부지는 아파트를 지을 요량이었다고 전해진다. 조남호회장이 고집하듯이 국내 노동자를 해고하면 한진의 조선사업은 장래가 창창하게 될까?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본사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되고 나면 처지가 더 바람직하게 개선될까.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부당한 방법으로라도 혼내주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들은 이 사태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구경만 하면 될까. 이 사태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든지 끝이 날 것이지만, 그 해결방향은 향후 동일한 문제에 대한 해결방향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혹여 그 방향이 지역민의 민생을 옭죄는 형태로 결정되는데도 이 문제를 방관하고 있어도 될까.
이상을 종합해볼 때, 노조측의 핵심이슈는 두가지다. 하나는 다른 조직과의 연대의 원활화다. 하청업체 노조와의 원활한 관계 조성, 다른 지역에서 동일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논의 계기 마련, 지역민들의 불편 사항에 대한 점검 등을 통해 튼튼한 원군을 마련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다. 또 하나는 차후에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필리핀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려는 회사측의 계획을 수정시킬 국내생산의 비전 제시가 그 일의 으뜸이다. 필리핀과 국내의 역할 분담을 나눌 때 국내의 할 일을 분명히 드러내고 그 역할에 국내노동자들의 적합도를 높일 스스로의 노력 혹은 회사측의 노력 촉구 등이 노조의 할 일이다.
조남호 회장의 핵심이슈는 회사의 장기비전제시다. 필리핀 이전, 아파트 짓기, 정리해고 등은 결코 회사의 장기 비전이 될 수 없다. 이 세상 어디에 인건비 깎아 일류기업된 곳 있다던가. 더구나 중국조선소가 용트림을 하는 이 판국에 겨우 인건비 장사나 하겠다는 비전으로 중국을 이길 수있나? 한국에서 어떻게 숙련공을 길러내어 최고급 선박을 만들어내겠다는 비전만이 조회장과 한진중공업을 살려낼 것이다.
다음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핵심 이슈는 본사 노동자들에게 대한 분풀이가 아니라 조선소의 국내존치다.
본사 노조와 연대하여 국내조선산업의 고급화에 노력을 하는 것이 그 답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지역민들도 이 문제 해결방향이 우리에게 갖는 파괴력을 인정하고, 정리해고 철회 조선소의 부산존치 등의 여론 형성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우리의 삶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