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재호가 토요일은 딸애 식구들과 같이 윤중로 벚꽃구경을 간다더니만 밤에 전화를 했다. “용아, 내일 우면산에 가자-” 정재호는 대구에 산다. 딸네 집에 볼일로 서울 불광동에 와 있다.
윤중로 벚꽃은 어쩌고? 딸네 식구들과 같이 가느니보다 친구들 만나기가 더 좋은가 보다. 듣고 보니 상근이가 토요일 우면산에 가자고 했다. 상근이와 재호는 동기이면서 고향친구다. 그래서 재호가 각별히 찾는다. 불광동과 방배동은 거리가 좀 있으니까 자주 만나지 못하니 상근이가 재호를 위해 이벤트를 만든 것 같았다. 그것만은 아니었다.
재호와 내가 방배동에 도착하니 처음 배봉용이가 왔고 장승웅, 김광현, 신원호가 왔고 이상근이가 나타났다. 우리는 7명이 되었다. 재호는 대구에 있으니, 우리 모두 등산회 멤버다. 물론 등산회 멤버는 따로 없다. 우리 동기생이면 보두가 등산회 회원이다. 번개 등산이 되었다. 재호는 산을 좋아한다.
우리 일곱은 방배동에서 예술의 전당 쪽으로 걸었다. 곳곳에 벚꽃이 피어 바람이 부니 하늘에서 꽃잎이 나비가 날개 짓 하듯 사방으로 흩어지기도 하고 꽃비가 내려 머리 위로 날아다닌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어울려 나무들 사이에서 삼색으로 합창을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우면산 중턱 자락 옆으로 걸어서 예술의 전당을 지나 대성사 아래쪽으로 해서 걸었다. 상근이가 막걸리를 가져와 모여 앉아 한 잔 씩 했다. 승웅이는 젊은이 못잖다. 산길을 걷는 것이 나는 것 같았다. 그는 벌써 산의 위쪽 능선으로 올라갔고 우리는 그곳에서 위로 올라가 되돌아 왔는데 어느새 승웅이가 나타났다. 활짝 핀 진달래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방배동으로 오면서 원호가 노점에서 붕어빵을 샀다. 우후후-.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그러나 붕어빵에는 우리가 청소년 때 어울려 먹던 풀빵의 우정이 있다.
우면산은 높은 산은 아니다. 우리 나이에 우리 힘에 적합하다. 우리가 주산으로 여기는 청계산은 물론 좋지만 가끔은 산행을 우면산이나 북한산 둘레길, 꽃잔치 할 때 일산의 호수공원이나 또는 고궁을 산책하는 것도 여유롭고 힘에 부치지 않는 좋은 산책길일 것이다. 장소를 한 번씩 옮겨본다면 청계산에서 먼 거리에 있는 새로운 동기들이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 등산회는 즐거운 곳이다. 우리의 웃음은 걸으면서 나타난다. 친구가 멀리서 왔으니 반갑고 즐겁다고 신원호가 쏘았다(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