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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아트 무비의 향기'
< 페인 앤 글로리
- Pain & Glory : Dolor y Gloria >
수많은 걸작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했으나
지금은 피폐해진 몸과 마음으로 인해 모든
영화 작업을 중단한 감독 살바도르 말로
(안토니오 반데라스 분)...
그러던 어느 날,
살바도르는 영상자료원으로부터 리마스터링된
자신의 옛 작품인 < 맛 - Sabor >을 재상영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지요.
32년 만에 다시 보게 된 작품에 새로운 감명을
느낀 그는,
절교한 채 지내고 있는 알베르토 그레스포
(아시에르 에산디아 분)를 불쑥 찾아가 화해를
시도합니다.
"왜 왔느냐" 는 알베르토의 퉁명스런 질문에
살바도르는 "이 영화와 화해하는 데 32년이
걸렸어" 라고 말하죠.
알베르토는 우연히 공개되지 않은 살바도르의
단편 < 중독 - Adiccion > 을 읽고 단숨에
매료됩니다.
그는 살바도르에게 자신이 그 작품을 연기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부탁하지요.
사적 경험이기에 공개를 꺼렸지만, 살바도르는
알베르토의 설득에 넘어가 원고를 토대로
공연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노쇠한 심신이 일깨워준 인생의 비밀일런지요?
살바도르는 노년에 이르러서야 지난 시절을
올곧게 마주하며, 창작의 영감 또한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공연 연습 중인 알베르토를 찾아온 살바도르는
그가 그토록 대본에 집중하는 이유를 묻지요.
알베르토는 답합니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겠어?
일이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있었지만 난 연기의
노예라고.
하지만 이 연극은 나한테 꼭 필요한 거니까
최대한 맑은 정신으로 있어야 해.
당신이 글에 담아둔 감정의 부스러기까지
결코 놓치고 싶지 않아!"
비록 전성기가 끝난 배우지만, 아직도 때때로
끓어오르는 연기를 향한 열정을 고스란히
펼쳐내며,
살바도르로 하여금 강렬한 이끌림이 있었던
과거 속 삶을 되짚어보게 하는 알베르토...
한데, 살바도르의 옛 연인 페데리코(레오나르도
스바라글리아 분)는 자신들의 내면적 서사가
담긴 연극 < 중독 > 을 관람하게 됩니다.
"나는 사람들로 꽉 찬 화장실에서 마르셀로를
만났다.
그를 처음 본 건 아니었지만 우연히 서로 스쳐
지나며,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은
바로 그날 밤이었다
우린 온 주말을 침대에서 보냈다.
되돌리기엔 이미 일년이 지나버렸고,
서로가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1981년, 마드리드는 우리 것이었다.
그리고, 영화들이 나를 구했다
(And the movies saved me)..."
눈물을 흘리며 극에 몰입했던 페데리코는
알베르토에게 물어 살바도르의 집을 찾아가죠.
살바도르와 오랜만에 만나 안부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페데리코는 연극 중 인상에 남았던
대사를 언급합니다.
"당신은 여태까지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채우지
못했던 내 삶을 채워주었어.
당신의 영화 한 편 한 편이 내 삶의 중요한
사건이었고, 세계적으로 성공한 것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해!"
페데리코는 공연을 통해 알게 된 살바도르의
상처와 아픔을 위로하며 자신의 진심을
에둘러 전합니다.
살바도르는 페데리코의 말을 기쁘게
받아들이면서도,
"하지만, 신이 정해 준 대로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야"라고 말하며 그를 다시 떠나보내죠.
노화한 육체가 체화케 한 달라진 삶은,
그에게 또다른 영화의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줍니다.
살바도르는 알베르토의 조바심을 이해하게
되죠.
그리고 자신의 육체적 고통을 경감시켜주는
헤로인에 중독됩니다.
생명 같았던 연인 페데리코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중독’을 뒤늦게 경험하면서...
살바도르는 좌절과 자포자기로 가득 차 헛되이
흘려보냈던 마드리드에서의 젊은 날들을
비로소 받아들이게 됩니다.
먼 세월과 깊은 감정의 골을 지나 자기 앞에 선,
어느덧 반백이 된 페데리코를 포용할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게지요.
살바도르는 그렇게...세월의 축적과 고통의
응축이 최고조에 이른 순간,
마침내 어린 시절, 그리고 어머니에게
돌아가게됩니다.
그동안, "영화에는 엄마 이야기를 쓴 적 없다"는
살바도르...
그는 어머니에 대한 부채 의식의 고통을
또 한번 영광으로 승화코자 합니다.
영화는 이토록 강렬했던 첫 사랑과 찬란한
욕망, 몸서리치게 괴로웠던 이별의 이야기를
내밀하게 풀어내지요.
< 페인 앤 글로리 > 는 제목 그대로 고통과
영광의 기록입니다.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영광은 고통의
결과물인 것이죠.
영광 없는 고통은 있을 수 있지만,
고통 없는 영광은 있을 수 없습니다.
감독이 영화 도입부에 살바도르의 질병을
지나칠 정도로 자세하게 소개한 소이(所以)인
것이죠.
영화는 살바도르가 안고 잇는 허리, 어깨,
위장 질환과 같은 육체의 병부터 정신적인
질병인 우울증까지 알려줍니다.
살바도르가 누리는 감독으로서의 영광은
이러한 고통과 함께한 것이죠.
살바도르는 몸과 맘을 관통해온, 파란만장한
삶의 행로를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그러고 나서 최초의 순간, 최초의 인물에게로
돌아가지요.
이렇듯 시간과 기억에 관한 드라마로 자리하는
< 페인 앤 글로리 > 가,
현재와 과거, 현실과 영화를 조립하는 방식은
자못 흥미롭습니다.
주로 어린 시절을 담아낸 영화가 실제 서사처럼
느껴지고,
고통 속 영광의 현실과 예술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로 어우러지죠.
살바도르가 유년 시절 동굴 집에서 자신의 책
읽는 모습을 그린 석공 에두아르도의 그림을
찾아 나선 행동이 이런 맥락의 이음새를
암유합니다.
감독 알모도바르는 알베르토와 살바도르로
하여금 자신을 대변토록 하지요.
하여, 거장의 섬세한 손길로 직조된 영화론
혹은 예술론으로 읽혀지는 < 페인 앤 글로리 >...
영화는 마치 한권의 자서전 같지만 연대순이
아닌 파편적인 기억들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요.
< 페인 앤 글로리 > 의 서사는 크게 세 개의
층위로 구성돼 있습니다.
영화로 표현된 과거, 어머니와의 에피소드,
현재의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갈등의 해소이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이 복잡한 스토리를
석공, 배우, 첫사랑을 등장시켜,
현재와 과거, 현실과 영화를 넘나드는 변주의
미학으로 촘촘히 엮어내고 있습니다.
살바도르가 자신의 첫 번째 열망이었던,
에두아르도(세사르 빈센트 분)가 그린 '그림' 을
손에 넣었을 때는 완벽한 결말에 이른 것처럼
보이죠.
영화 안에서 제기된 모든 질문이 완벽한 답을
찾은 듯 말입니다.
살바도르의 말대로 '그림은 도착해야 할 곳에
도착' 한 셈이지요
하지만, 관객이 충만한 위안을 얻으며 영화의
문이 닫히려는 그 순간,
알모도바르는 지금까지 관객이 본 모든 것을
다시 ‘영화’로 만듭니다.
그는 < 페인 앤 글로리 > 속 마지막 영화
(극중극) 촬영 시퀀스를 통해,
이 영화 자체를 다시 수신자를 찾는 편지로
변용시키죠.
영화의 결말은 그렇게, '실체적 현실과 꿈의
영화' 를 콜라주한 마법의 램프를 건네줍니다.
우리는 깨닫게 되지요.
감독에게 고통과 영광을 모두 가져다주었던
인생이 곧 영화이자, 영화가 곧 그의 인생였다는
사실을...
1. < 페인 앤 글로리 - Pain & Glory > 예고편
https://youtu.be/j-8IBr_t4fk
https://youtu.be/kJTLyEOO4co
* 감독 추천 영상
https://youtu.be/5RfAsGX7v5U?list=PLO76d2AZ9lcUUT9w0Qq9SKPf2pfLIAjSs
<페인 앤 글로리> 는 살바도르 말로의
'지리학' 과 '해부학' 시퀀스를 통한 자신의
성장통 고백으로 그 막을 열어가지요.
- 지리학(Geografia)
"시간이 흘러 나는 영화감독이 되었다.
내가 만든 영화를 홍보하느라 여행을
다니면서 비로소 스페인 지리를 알게 되었다.
성공했기 때문에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내 지리학 지식은 감독으로서 커리어와
비례했다..."
- 해부학(Anatormia)
" 나는 통증과 병을 겪으며 내 몸에 대해 알게
되었다.
30년을 무시하면서 살았지만 내 머리와
그안에 있는 것이 기쁨과 지식의 원천인 동시에
고통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것을 알게됐다.
난 불면증과 만성인두염, 귓병, 역류, 괘양과
내인성 천식을 앓게 되었다..."
이처럼, < 페인 앤 글로리 > 는 알모도바르의
영화들이 쌓아준 ‘글로리’의 뒷모습을 진솔히
드러내죠.
즉, 그의 이전 영화에서 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영광의 성공' 이면에 남아 있는
감정의 앙금들을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살바도르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자신은
더이상 메가폰을 잡을 수 없다고 주장하지요.
“영화는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작업인데
불행히도 나는 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의 비서나 주치의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요.
그의 에너지 고갈은 신체적인 것이라기보다
정신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허리 수술과 어머니의 상실”,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완벽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털어놓기에 이르죠.
평생토록 '중독' 처럼 천착했던 영화 작업
활동을 완전히 끊게된 살바도르...
< 페인 앤 글로리 > 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가
‘중독’ 입니다만...
살바도르는 오히려 ‘마약 중독’이라는 뜻하지않은
금단 현상과 부딪히게 되죠.
헤로인에 중독되면서 그는 과거 속 자신과
조우하게 됩니다.
살바도르는 < 맛 > 을 연출하며, 알베르토에게
건조하고 절제된 연기를 원했지만 그는
과도하게 진중한 연기를 했지요.
살바도르는 그것이 알베르토가 마약에 취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를 혐오합니다.
그래서 그 영화 이후 알베르토를 다시는
보지 않았던 게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래전 그들을
갈라서게 했던 바로 그 헤로인이 그들의 관계를
다시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됩니다.
알베르토의 치부인 마약 중독을 실시간 전화
통화 대담에서 폭로한 것을 사죄하며,
살바도르는 자신의 단편 < 중독 > 을 그가
연극 작품으로 만들 수 있도록 건넨 것이죠.
< 중독 > 에는 살바도르가 왜 헤로인에 취한
알베르토의 연기를 그토록 증오했는지, 진짜
사유가 담겨져 있습니다.
살바도르가 < 맛 > 을 만들 즈음 연인
페데리코는 헤로인에 중독되어 있었죠.
그는 페데리코를 구하기 위해 애썼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살바도르는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는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그 관계에서 벗어나지요.
살바도르가 용인할 수 없었던 알베르토의
중독은,
실상은 페데리코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에 대한 혐오와 그를 잃은 상실감의 음영였던
것입니다.
중의적인 표제인 자신의 작품 < 중독 > 을
통해 재회하게 된 옛사랑 페데리코,
그와 마주하면서 살바도르는 비로소 깨닫게 되죠.
'고통(pain)' 이 있었기에 '영광(glory)' 의
나날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바늘과 실처럼 모든 영광에는 고통이 따를 터...
‘헌신’ 끝에 맞이한 영광은 빛나지만, 뒷면에는
깊은 '수술 자국' 처럼 선명한 고통이 있는
게지요.
살바도르는 영광 뒤에 따르는 고통도 인생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고,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을
다시 카메라에 담기로 합니다.
이젠 제3자의 위치로 한 걸음 물러난 채,
자기 역사를 찬찬히 짚는 노장 감독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그윽하고 차분하게
조명되죠.
http://naver.me/FMhLoIzk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로 쓴 자서전’ 이라
불려지는 < 페인 앤 글로리 >...
그는 이 영화를 “70년을 살아온 결과물”
이라고 말합니다.
감독 자신의 생애와 예술관이 압축돼 있는
작품인 것이죠.
< 내 어머니의 모든 것 > 으로부터 < 귀향 > ,
그리고 < 그녀에게 > 로 이르기까지,
일련의 작품을 통해 욕망, 광기, 집착 등
인간의 본능을 담아왔던 알모도바르.
노년의 그는 < 페인 앤 글로리 > 로 돌아와선
관조적인 시선으로 삶과 영화, 예술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탐구합니다.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예술가 살바도르 말로가
주인공인 이 영화는 알모도바르의 실제 삶과
겹치는 지점이 많지요.
스페인 출신의 노장 영화감독이라는 점도
그렇고, 게이라는 성적 정체성,
극 중 주인공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나
소년 시절 낯선 곳으로 이사했던 경험도 모두
그에게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자신이 리얼리티보다는 픽션에
주목한다며 이같이 말했지요.
“첫 번째 대사는 내 삶으로부터 나오지만,
곧 허구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극 중 살바도르를 통해 감독은 힘주어 말하지요.
"영화를 못 찍는다면 내 인생은 의미가 없어.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척도는 내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지..."
< 페인 앤 글로리 > 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합니다.
빈곤함에 내쳐진 어머니(페넬로페 크루즈 분)와
살바도르는 많은 갈등을 겪지요.
어머니는 어린 아들을 수도원에 보내려고
하고, 아들은 신부가 되기 싫다며 앙탈을
부립니다.
https://youtu.be/k5buVpSEZS8?list=PLO76d2AZ9lcUUT9w0Qq9SKPf2pfLIAjSs
아들은 대합실 의자에 누워서 도시에 가면
극장이 있느냐고 묻고, 어머니는 집을
얘기하죠.
또한 어머니는 영화 감독인 아들이 고향 사람들
이야기를 하지 않기를 원하지만,
아들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을 기어이
카메라에 담습니다.
그러나 살바도르에게 어머니는 결국
영화(예술)의 뿌리이지요.
병실 장면을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길고
자세하게 묘사한 이유일 것입니다.
살바도르는 어머니(훌리에타 세르라노 분)의
병상에서 자신의 영화에 대한 어머니의 '용서'가
아닌 '원망' 의 이야기를 듣지요.
그리고 “그냥 전 제 자신이었을 뿐이었는데,
엄마를 실망시켜드렸어요. 정말 죄송해요”라고
답할 뿐입니다.
살바도르는 추억하지요.
"내 어린 시절의 영화에 대한 기억이란 항상
암모니아 냄새와 자스민 향기, 한여름밤의
산들바람과 엮어 있었다..."
살바도르는 영화에 자신의 인생을 다 바쳤고,
인생의 다양한 사건과 사람들은 그의 작품이자
페르소나가 되었던 것이죠.
https://youtu.be/Z6VRGFcP_E0
< 페인 앤 글로리 > 는 늙음에 대한 고통스런
선언이자,
이전까지 자신의 영화가 선사했던 영광에 대한
회한어린 자기 성찰로 다가오지요.
떨어진 물건을 주울 때면 쿠션을 가져다 무릎을
받쳐야만 간신히 집을 수 있는...
살바도르의 삶은 말 그대로 ‘페인 앤 글로리’,
상처와 영광으로 가득합니다.
그것은 모두 그의 영화적 커리어들과 연관되죠.
독보적인 명성을 얻었고, 오랫동안 사랑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머니와 소원해졌고, 애인을
잃었으며, 또 동료 배우와 등을 돌렸습니다.
< 페인 앤 글로리 > 는 살바도르의 쇠잔해진
육체와 영혼이 어떻게 그를 창작 부재의
황폐한 상태로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며,
그 막을 열어갑니다.
수영장 물속에 잠긴 살바도르의 벗은 몸을
찬찬히 훑는 카메라는 그의 등에 깊이 팬,
수술의 흔적을 보여주죠.
계속해서 “왜 내가 영화를 더이상 만들 수
없는지”를 설명하는 살바도르는,
역설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과의
관계에서 “왜 내가 영화를 만들어야만
하는지”를 발견케 됩니다.
하지만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인 것으로,
늙고 병든 그의 육체는 ‘열정’이 넘치던 시기에
그가 볼 수 없었던 것들을 향해 눈을 뜨게 하죠.
그를 '모호함' 으로 매료시켰던 영화 속 물의
이미지와 사운드는, 이제 '뚜렷한' 실재(實在)가
됩니다.
1 -1. '알베르토의 댄스' 씬
https://youtu.be/o2-6HOdySFA?list=PLO76d2AZ9lcUUT9w0Qq9SKPf2pfLIAjSs
물에 몸을 담가 스스로를 치유하는
살바도르...
그는 과거를 마주하는 것을 '고통’이라 여겼죠.
식도를 막고 있는 이상한 것과 같이 과거는
떼어내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영화 < 페인 앤 글로리 > 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향해 진심으로 ‘내 인생’을 헌정할
것인지 사유케 되지요.
신은 우리에게 평생의 '고통' 을 줬지만,
고통을 이겨낼 찬란한 '영광' 또한 그 가시밭길의
끝에 선물처럼 놓아줬기 때문일 것입니다.
< 페인 앤 글로리 > 에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임을 직감할 수 있는
특유의 강렬한 색채미가 여전히 배어있죠.
인물의 의상이나 그림, 소품들을 통해 표현되는
독특한 색감과 감각적인 화법, 기하학적인
구도는 거부할 수 없는 그만의 매력입니다.
그렇게... < 페인 앤 글로리 > 는,
사랑과 이별의 순간, 슬픔과 후회의 감정,
그리고 창작을 향한 욕망을 감각적 이미지에
아름답게 녹여낸 거장의 뜨거운 고백으로
울려오죠.
감독은 영화 타이틀의 뒷 명제 '영광(Glory)' 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영광은 예술품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아파트에
사는 주인공의 삶을 의미한다.
주인공의 삶의 발자취가 바로 영광이요,
또한 그가 영화를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만드는 것 또한 영광일 것이다..."
1-2. < 중독 > 공연 씬('Love is not enough')
https://youtu.be/WquQrlbY7QE?list=PLO76d2AZ9lcUUT9w0Qq9SKPf2pfLIAjSs
원색의 강렬한 색감과 함께 펼쳐지는
성과 욕망,
종교와 가족에 대한 통속적인 멜로드라마,
그리고 도발적인 상상력과 히치콕스런
서스펜스를 얹어 부조리한 유희 정신을 즐기는,
또한 정신없이 몰아치는 사건과 한마디
대사로도 급변하는 갈등 구도...
시각적으로나 서사적으로나, 알모도바르의
필름은 가히 역동적이죠.
여기에 이글레시아스의 관능적이고
격정적이면서도,
때론 서늘한 스페인 고유의 센티멘트를 담아낸
선율이 만나 오묘한 조화가 이루어집니다.
현악기군의 풍성한 울림과 정열적인
플라멩고의 기타,
명징한 타건의 울림이 인상적인 피아노,
그리고, 미니멀리즘 적인 향기의 일렉트릭
사운드를 콜라주해 품어내는 그의 스코어는
극적이고 매혹적이죠.
사뭇 과격하고 황당하지만 따스한 시선이
느껴지는 알모도바르 감독의 메시지를
보듬어안는 이글레시아스...
그의 음악은 더도 덜도 아닌 중용의 미덕과
함께하며, 여성적인 터치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재즈 색깔과 라틴 리듬에 클래시컬한 멜로디가
어우러진 이글레시아스의 재단술은,
알모도바르가 건네고자 하는 테마와 이미지에
딱맞춤된 사운드를 선사해주지요.
하여, 잔잔한 나이 듦 속 주름의 결이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듯,
영화 < 페인 앤 글로리 > 에는 더욱 섬세해진
의미와 은유의 결이 적요하게 드러납니다.
육체적 통증과 불면으로 고통받고 있던
살바도르는 알베르토와 헤로인을 함께하며,
자신의 과거 - 주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 - 를 여행하지요.
< 페인 앤 글로리 > 는 노쇠한 육체적 상태에
이르게 된 감독의 시선으로만 볼 수 있는
것들에 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살바도르가 알베르토의 연기에 대해 토로했던
불만은 알모도바르의 자전적 고백으로
여겨지죠.
‘중독’에 빠진 알베르토가 만들어낸,
참을 수 없는 진중함과 리듬감...
살바도르의 글 <중독 - Adiccion> 이
알베르토의 '헤로인 중독' 이 아닌,
자신의 유년기와 영화, 그리고 사랑에 관한
것이라는 점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1-3. '책 읽는 소년 살바도르' 그림 씬
https://youtu.be/P0ZUcZOdkq0?list=PLO76d2AZ9lcUUT9w0Qq9SKPf2pfLIAjSs
2. <페인 앤 글로리 - Dolor y Gloria> OST 28곡
-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vOU2OeQiM8WHmpytg4usL59yVpBIBA11
데뷔 40년을 넘긴 고희의 노장 알모도바르가
반추하는 '고통과 영광' 의 회고록인만큼,
이글레시아스의 음악 역시 < 비밀의 꽃 > 부터
25년간 함께 해온 세월을 총결산하고 있지요.
서늘한 긴장감을 품은 채 비브라토와 피치카트를
구현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토마스 보우스의
솔로 연주는,
끊어질듯 끊어질듯 이어지는 미니멀리즘적
되돌림으로 늙고 병든 육체의 쇠약함을 쓸쓸한
간절함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유령처럼 헤메이는 클라리넷의 아련함과
새벽 이슬처럼 반짝이는 피아노의 영롱함은,
과거 기억의 편린을 소환하며 현재의 상처뿐인
영광을 무연스레 위로해주지요.
원색적인 화려함의 색채감이 모호해지며
명징한 라틴 스타일은 그 숨결이 다소
사위었지만,
매혹적인 잔향으로 일렁이는 일렉트릭
사운드는 또다른 미려함의 노스텔지어를
불러일으킵니다.
하여, 오리지널 스코어 전반에 걸쳐 고즈넉한
인생 황혼기를 맞이한, 체념보다는 수용에
가까운 처연함의 비감미로 울려오지요.
3. 'A tu vera' :
뮤지컬 <달의 발코니 - El balcón de la luna> 중
- 롤라 플로레스
https://youtu.be/JF-dTBA3ywY
3-1. 빨래터 씬 https://youtu.be/Bp4LiRoNrgk?list=PLO76d2AZ9lcUUT9w0Qq9SKPf2pfLIAjSs
4. 'Como pudiste hacerme esto a mi'
- 알라스카 이 디나라마
https://youtu.be/aEPDNfgLA8Q
5. 영화 < 나이아가라 > 속 'Kiss'
- 마릴린 먼로
https://youtu.be/aDIvP2nyb2E
6. 'La Vie En Rose'(장미빛 인생)
- 에디트 피아프
https://youtu.be/hofLV3kPFgU
7. 'La noche de mi amore'
- 차벨라 바르가스
https://youtu.be/3vzLWsMG110
8. 'Come Sinfonia'
- 미나
https://youtu.be/ETGjL3hm1Bc
8 -1. https://youtu.be/NGLqE_yl6AM?list=PLO76d2AZ9lcUUT9w0Qq9SKPf2pfLIAjSs
삽입곡을 기막히게 활용한 알모도바르 답게
< 페인 앤 글로리 > 에서도,
그가 직접 선곡한 일련의 노래들은 화면
곳곳을 인상적으로 감싸안으며, 스코어의
빈 지점을 완벽히 보완해주고 있습니다.
오프닝의 빨래터에서 페넬로페 크루즈를
비롯한 아낙네들이 부르는 곡은,
1962년 < 달의 발코니 > 라는 스페인 고전
뮤지컬에서 안달루시아의 무용수이자
배우였던 롤라 프로렌스가 노래한
'A tu vera' 이지요.
영상자료원에서 상영된 살바도르 말로
감독의 < 맛 > 엔딩 크레딧에선,
알라스카 이 디나라마의 'Como pudiste
hacerme esto a mie' 가 슬쩍 스며듭니다.
알베르토가 살바도르의 대본을 읽으며 무대
스크린에 올려지는 영화 < 나이아가라 >
에선,
마릴린 먼로가 'Kiss' 를 특유의 몽환적인
목소리로 짧게 부르죠.
극중극 < 중독 > 을 준비하는 동안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 '장미빛 인생(La vie en rose)'
이 그레이스 존스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불려집니다.
정식 공연에선 멕시코 란체라의 전설 차벨라
바르가스의 'La noche de mi amor' 가
풀어집니다만,
사운드 트랙에는 피노 도나지오 작곡에
미나가 부른 'Come sinfonia' 만이 흐르지요.
9. 대합실 시퀀스
https://youtu.be/JI8n22FTlaM?list=PLO76d2AZ9lcUUT9w0Qq9SKPf2pfLIAjSs
영화 중반부,
몽상가의 주인공 소년 살바도르 말로와
엄마(페넬로페 크루즈 분)가 시골의 아빠 집으로
가는 도중 대합실 바닥에서 하룻밤을 청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바깥에선 화려한 불꽃놀이가 한창인 가운데,
차가운 실내 벽엔 당시 할리우드 스타들의
사진이 걸려 있지요.
명배우 '커크 더글라스', '도리스 데이' 가
그들입니다...
꼬마 살바도르는 배우들 사진 카드 2개를
엄마에게 보여주며 물어보지요.
"리즈 테일러와 로버트 테일러는 남매간이에요?"
"아마 그럴거야" 라고 무심히 답하는 엄마...
- 李 忠 植
첫댓글 < 페인 앤 글로리 > 의 주제는 그다지 새롭지
않으며 각 캐릭터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도
쉽지 않지요.
그런데도 영화는 적지 않은 여운을 남깁니다.
거장의 손길이 느껴지는 정교하고 자연스러운
연출, 탄탄한 시나리오, 무엇보다 진솔한
자기고백 때문이죠.
영화, 가족, 사랑 등 감독은 삶의 핵심 키워드를
선정해 관련 사건들을 묘사하는데, 그 흐름을
끊김 없이 매끄럽게 펼쳐냅니다.
시대를 오르내리며, 피아노 선율이나 수채화
같은 소재를 활용해 살바도르의 삶의 흐름을
엮어내는 솜씨도 탁월하기 그지없지요.
영화 < 페인 앤 글로리 > 예고편
https://youtu.be/j-8IBr_t4f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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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페인 앤 글로리 > 예고편
https://youtu.be/Z6VRGFcP_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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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페인 앤 글로리 > 속
'중독' 공연 씬-'Love is not enough'
https://youtu.be/WquQrlbY7Q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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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페인 앤 글로리 > 속
'책 읽는 소년 살바도르' 그림 시퀀스
(Clip 'Il ritratto')
https://youtu.be/P0ZUcZOdkq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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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 달의 발코니 - El balcón
de la luna > 속 'A tu vera'
- 롤라 플로레스
https://youtu.be/JF-dTBA3y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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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Mina)의 'Come Sinfonia'
- Soundtrack de < Dolor y Gloria >
de Pedro Almodóvar
https://youtu.be/NGLqE_yl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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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페인 앤 글로리 > 빨래터 씬
(Washing in the River)
https://youtu.be/Bp4LiRoNr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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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페인 앤 글로리 > 속
대합실 Clip 'Eat up'
https://youtu.be/JI8n22FT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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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의 살바도르 말로 집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실제 거주하는
아파트이며,
스튜디오 촬영 때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그림과 소품을 가져가 꾸몄다고도 하지요.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알모도바르의
은발 헤어스타일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감독의 옷과 신발들을 직접 착용해
리얼리티를 살리고자 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번이 알모도바르 감독과 함께 한
아홉 번째 영화인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죠.
병으로 인한 고통, 과거에 대한 후회,
창작에 대한 열망 등 감독의 여러 얼굴을
자연스럽게 그려냈죠.
알모도바르 감독은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연기해줄 것을 반데라스에게
요청했으나,
반데라스는 "모든 것을 비우고 새로운
당신을 만들어 하나의 인물로 완성하자"고
했다는 후문입니다.
< 내 어머니의 모든 것 >(1999),
< 귀향 >(2006) 등에서 알모도바르
감독과 작업한 페넬로페 크루즈는,
살바도르의 어린 시절 어머니인
하신타로 출연하죠.
알모도바르의 시네마 뮤즈로서 그녀
역시 영화에 다양한 층위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