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다시 찾은 국선도 수련원, 다시 찾은 이유 중 하나는 허리 통증으로 다른 운동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두 차례나 수련에 도전했으나 몇 달, 그리고 몇 차례 다니다가 그만두었다.
선생님께서 "괜찮습니다. 징검다리 건너듯 건너도 됩니다." 하셨다.
그 말씀에 감사하기도 송구스러운 마음에 용기를 내었다. 한편 징검다리 건너에 뭐가 있길래? 궁금하기도 했다.
1년 전에는 그저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수련을 하는 것! 혼자 하기 어려우니 선생님의 가르침에 도움을 얻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때만 해도 국선도를 편안하게 하는 운동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내 몸에 대해, 그리고
수련한다는 것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것 같다. 물론 여전히 무지랭이지만, 뭐가 뭔지 몰랐던 때와 뭐가 뭔지 조금을
알것 같은 지금은, 그 차이들을 조금씩 알아가려한다. 건강한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한 수련, 그런 후에야 나타나는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호기심이 들기도 한다.
<중기단법 전편>을 어느 정도 익힌 다음,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이완과 호흡과 행공 중에 어느 것이 제일 힘든가요?"
그때는 뻣뻣하게 굳어있는 나의 몸을 확인하는 순간이 행공이었다. 여러번 반복해서 알려 주셨는데도 몸은 따라주지 않았고,
동작이 안 되면 이완도 호흡도 엉키기 일쑤였다. 그래서 "행공이 제일 힘들어요."라고 대답했다.
동작이 그려져 있는 그림대로 해야 제대로 하는 행공인줄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물으신다면 대답은 '다 어려워요'이다. 다 어렵다! 매일매일 다르게 반응하는 내 몸에 실망스럽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다행인 날도 있다. 어제는 힘들었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나아짐을 느꼈을 때이다.
아마 앞으로도 이완, 호흡, 행공이 다 어렵게 느껴질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 늘 수련에 게으르면 안 되고 집중해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와 닿는 요즘이다.
이완, 이완은 과하게 힘을 썼거나 스트레스에 의해 긴장되는 곳을 풀어내는 시작이다.
평소에 기력이 부족한 나는 과하게 힘쓰는 걸 멀리한다. 그런데도 늘 어때와 뒷목은 뭉치고 뻐근했다.
같은 상황에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니 스트레스는 늘 어깨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완의 첫 순서로 어깨를 돌리면서 어깨를 바라본다. 목을 돌리면서 뻣뻣하게 굳어있는 목을 바라본다. 그리고
긴장되어 있음을 자각하고 편안히 이완하도록 한다. 어느 순간 목을 돌릴 때마다 모래가 끼어있는 듯 했던 서걱거리는
불편함이 사라졌다. 내 일상의 큰 불편함이 이완으로 해결되었다.
호흡, 제대로 숨을 쉰다는 것! 늘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는데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숨이 차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체질상 소화기가 약한 나는 체하기를 반복했고 명치가 늘 답답했다. 명치를 풀어내는 준비운동을 자주하고, 가로호흡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호흡의 시작은 들숨과 날숨을 자연스럽게 쉬는 것이다. 그런데 자연스럽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고요하게 코로 들이마시고 코로 내쉬는 것보다 선생님 당부대로 입으로 들이마시고 내뱉을 때 좀 시원해짐을 느꼈다.
호흡 집중의 방해요소는 쉬지 않고 파고드는 망상이었다. 잡념을 얼마나 달고 사는지 알았다.
선생님께서는 그냥 흘러 보내면 된다 하셨다. 그러나 쉽지 않다. 잡념을 그냥 흘러보내기 어려운 것처럼
들숨과 날숨을 지켜보기도 쉽지 않았다. 평상시의 습관들이 늘 방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숨을, 호흡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만큼, 쌓아온 긴장으로 몸의 정렬은 늘 흐트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는 늘 70프로만 하면 된다고 하시지만 나는 40프로의 호흡을 하기도 어려워한다. 요즘 이것저것 스트레스로
다시 자주 명치가 답답하다. "자연스럼게 호흡하리라. 몸이 자연스럽게 호흡하도록 지켜보리라."
이것이 나의 숙제이다.
행공, 굳어진 몸은 그동안의 나의 습(習)들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50년을 살았으니 그 세월만큼 굳어져 온 것이었다. 굳어진 몸을 움직이며 펴기 위해서는 이완이 되어야 한다. 이완이
되기 위해서는 들숨과 날숨이 편안해야 한다. 그래야 행공을 잘 할 수 있다. 그 완성이 "이완된 상태에서 펼치라!"이다.
펼치는 것이 힘을 주어 스트레칭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원하게 뻗는 것이 아니고, 늘리는 느낌이어야 하는데 몸이 몰라서였다. 요즘은 조금을 알 것 같아 기쁘다.
손이 떨리듯 저리면서 따뜻해진다. 다리에도 묵직한 기운이 전해진다. 이러한 기감을 알게 해준 것이 참장공이다.
의자에 앉듯이 다리를 살짝 구부리고, 허리는 반듯이 세우나 앞으로 약간은 기운듯하고, 발바닥 전체에 무게감이 느껴질 때
양 팔이 올라간다. 처음에는 동작을 하듯 올렸으나 어느 순간 팔이 저절로 올라가 커다란 풍선을 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온다.
그 자세를 유지한다. 마음이 고요해진다.
여전히 국선도 입문의 단계를 지나고 있는 요즘, 국선도 수련을 한다는 것이 단순한 운동이 아님을 주위 친구들한테 전하게 된다.
그래서 꾸준함이 어려운 것 같다. 어쩌면 수련의 과정을 넘어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은 수행의 과정인 것 같다. 물론 그 경지를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입문단계이지만 달팽이처럼 느리게 가더라도 지켜봐주시는 선생님께 늘 감사하다.
수련 시작할 때만다 국선도 훈을 외친다. 혼자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도반 모두 함께 소리를 내니 공명의 힘이 전해오는 시간이다.
몸과 마음의 불균형에서 온 것들을 발견하고 바르게 보는 것(정시 正視),
스승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올바른 마음을 새기고(정심 正心),
매일 같은 순간이 반복되더라도 게으르지 않고 깨어있는 의식과 감각을 키우며(정각 正覺),
고요하고 맑아진 마음에서 생겨나는 긍정적인 힘들이 바른 길임을 알며(정도 正道),
그리고 주저하지 않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정행(正行)의 가르침을 새기려 한다. 그래서 좀 더 강해지고 성숙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