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엽기 마지막 사냥 (12월 16, 17, 18일 오전)
요샌 출렵 때 마다 이게 마지막 사냥이 아닐까 하며 불안 속에 나서곤 한다.
그런데 정말 이번 사냥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16일 새벽에 항상 마음이 서로 잘 통하는 신장상 후배님 내외와 죽암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한 후에 총을 찾아 또 합금리로 직행.
옥천포 후배님도 가덕, 합금리가 제일 개체 수가 많으니 거기서 하고 내일은 자기하고 하잔다.
우와~! 그런데 벌써 엽사들이 사방에 쫙~ 깔려있다.
다 우리 마음과 마찬가지겠지.
종전에 털던 곳을 샅샅이 뒤졌으나 까투리만 4마리나 만났다.
신 후배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쪽으로 오면 식당이 없어 늘 점심 해먹을 것을 싸가지고 온다.
아무리 즐기는 사냥을 한다 해도 한 마리 건지고 먹으면 더 맛이 있고 행복하련만...
그래도 시장하던 터라 불고기와 곁들인 막걸리, 햇반이 너무 맛이 좋았다.
오후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합금리 펜션 밑으로 쳐들어갔다.
이번에도 신 후배님 내외는 왼쪽 악산을 타고 아내 정포와 나는 오른쪽 냇가를 털었다.
지난주에 나를 골탕을 먹인 그 선달을 꼭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이지를 않는다.
시간대가 맞지 않아서일까?
돌아오는데 ‘루키’가 멋지게 포인!
“오? 그 장선달?”
그러나 뜨는 것은 모두 까투리뿐이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신 후배 쪽에서 총소리가 난다. 한방이다.
또 까양이 나간다.
터덜터덜 나오니 신 후배는 한 마리를 했단다.
다행이다!
“신 후배님! 축하합니다!”
파출소에 엽총을 영치하는데 대전 강중호 후배님을 만났다.
“회장님? 잡으셨어요?”
“한 마리도 못했오! 까투리만 만나서...”
“그럼, 내일 저하고 같이 하시죠. 전 꿩을 많이 만났는데 미리 날라 겨우 한 마리 잡았습니다.”
다음 날 오전에 우리 넷은 강 후배님과 함께 배를 타고 여러 섬으로 갔지만 타이밍이 안 맞는지 멀리서 나가는 것 한두 마리 외엔 하나도 볼 수가 없었다.
점심 때 석성원 후배님이 어렵사리 와서 안내를 해준다고 했지만 배를 하루 종일 빌렸다는데 어떻게 따라 갈 수가 있을까?
그러나 오후에도 꽝을 치고 강 후배님한테는 신세만 졌다. 점심도 얻어먹기만 하고.
미안하고 죄송스러웠다.
그런데 우리를 안내를 도맡아 자신을 했던 강 후배님의 마음은 오죽했겠는가?
자! 이제는 접을 시간이다.
신 후배님과 같이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오기가 생겼다.
“여보! 정포수! 우리 내일 일요일 반나절만 하고 올라가면 안될까? 이게 금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
아내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러면 내일 오전 만 하고 올라가죠?”
신 후배님 내외만 올라가게 하는 것이 많이 미안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마지막 3일 째.
이틀 꽝을 치느라고 발품을 많이 팔았지만 이상하게도 발은 가벼웠다.
첫날 저녁을 먹으러 가다가 아내가 발을 헛딛어 넘어져 오른 쪽 무릎이 많이 까지고 팔꿈치가 멍이 시퍼렇게 들었는데도 컨디션이 좋다고 하니 무척 다행이었다.
아마도 늘 운동을 많이 하는 노땅들이라 유연해져 덜 다친 것이 아닐까?
이번에는 옥천포 후배님 목장 뒤인데 여간한 배짱이 없이는 들어갈 수가 없는 엽장이다.
어쭈? 야산 너머에서 옥천포님 세타 ‘램’이 포인하는 소리가 들린다.
옥천포 후배님은 밑으로 돌아내려가고 난 산 중턱을 타고 넘었다.
아내 정포는 등성이를 쭉~ 타고 올라오고 있었고.
“고! 고! 고!”, 옥천포 후배님의 고함소리.
안 들어간다. 너무 가까이 있는 것 같다.
우리 개 ‘루키’도 포인!
“‘루키’! 들어갓!”
“꽈드등! 꺼겅껑껑!!!”
얼마나 빠르던지 우린 뒤를 쐈다.
아니, 내가 뒤를 쐈죠!
누구 총에 떨어지던지 떨어질 것 같아 둘 다 한 방 밖에 쏘지를 못했다.
아내 정포는 열심히 올라오다 꿩을 보지 못해 쏘지도 못했단다.
우린 둘 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한참을 멀건이 서있었다.
“후배님? 그 녀석은 살 꿩이요! 허! 허! 허!”
“아? 오늘도 꽝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산을 넘어가는데,
“빅~ 빅~ 빅~”, 옥천포님 명견 세타, ‘램’이 포인하는 소리다.
얼마나 반가운 비퍼음인가?
한 걸음에 내달려서 나는 산 아래, 중턱엔 옥천포 후배님이 서있고 아내 정포는 내 왼쪽 20m에 삼각대로 포진을 하였다.
“꽈드등!!! 꺼겅껑껑!!!!”
내 왼쪽에서 오른쪽 나무 사이로 총알같이 빠져 나가는데 순간적으로 무아지경에 재빨리 들어, “탕! 탕!!!”
첫발은 몸통에 되게 맞아 겨우 나가는 것을 날개를 맞추려고 한 발 더 쏜다는 것이 그만 하탄이 나고 말았다.
“굿샷! 잘 쏘셨어유! 나무 사이로 빠르게 나가는 거라 쉽지 않았을 텐데유!”
“하탄이 났어요! 찾기 쉽지 않을 텐데?”
“아니예유! 산 어머 떨어진 것을 봤어유!”
이리하여 겨우 이틀 반 만에 장끼 한 마리를 잡은 것이다.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12시다.
“회장님? 칼 있쥬? 주세유!”
꿩 내장을 다 빼서 솔가지 까지 끼워 내차에 실어주는 것이다.
말이 그렇지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매번 꿩을 건넬 때는 꼭 이렇게 마무리를 해서 주는데 어찌 감동을 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회장님! 조심해서 올라 가세유!”
“고맙소! 우린 항상 신세만 지네요!”
“그런 말씀 마세유!“
우린 서로 얼싸안았다.
금년 마지막 사냥일지도 몰라 더 꽉 껴안았다.
마치 헤어지기 싫은 연인처럼.......
(부언)
옥천포 후배님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디쯤 올라가느냐? 졸렵지 않으냐? 잘 도착했느냐”를 꼭 묻는 이 땡포 박이 가장 존경하는 후배다.
이러니 우리 내외가 살맛이 나지 않겠는가?
아? 또 한 분이 있다.
신장상 후배님!
이분은 일년에 꿩을 한, 두 마리만 가져가고 전부 이 땡포 박 차지다.
그런데 이분도 꼭 꿩 내장을 다 빼고 뒤처리를 말끔히 해서 넘긴다.
심지어 내장을 뺄 때 쓴 일회용 장갑도 냄새가 난다고 자기 차에 싣는 분이다.
그리고 꼭 올라 갈 때 안부를 묻는 것도 잊지 않는다.
어찌 아내 정포와 내가 행복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저러나 금년 사냥은 이렇게 너무도 아쉽게 끝났으니 그 해맑은 행복을 어디서 찾아야 될지 너무도 답답하다!
망막~하다!
정말 기가 막힌다!
앞으로 우리에게 얼마 남았을지도 모를 사냥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니 우리 내외는 어떻게 지내야 하나?
바람이 거세 비닐하우스에서 불고기와 막걸리를 들고.
이틀 반만에 잡은 궝을 '루키'가 물고 온다
5년전 영동에서 옥천포 후배와 LA갈비와 맥주를...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2017년에도 즐겁고 안전한 엽기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7년? 글쎄요.
잘 돼야 할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