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견뎌주었어요. 잘 버텨내셨어요.
어느 날 복지관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저기 혹시 저한테 도움을 줄 수 있으세요?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임대료가 많이 밀려서 쫓겨나게 생겼어요."
전화를 준 남성분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나기로 한 뒤 정현(가명)씨가 복지관에 내방하여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현씨는 어릴 적부터 가정불화와 학창시절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고등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20대 후반에 출가하여 독립을 꿈꿨지만 취업 후 대인관계에 어려움으로 그만두기를 반복하였고 노숙생활과 쉼터 생활을 했던 과거를 이야기했습니다.
다행히 지인의 도움으로 기초생활수급권자 신청과 LH전세임대주택을 통해 현 거주지에서 지내고 있었지만 무기력함과 생계의 어려움을 느끼며 임대료 납부도 하지 못한 본인의 삶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정현씨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과 성인이 되어서도 외롭고 쓸쓸했던 마음을 공감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동안 힘들게 지내왔던 삶에 대해 “잘 견뎌주었다, 잘 버텨내었다, 먼저 용기를 내서 복지관에 연락을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전한 뒤 현재 놓인 문제 상황을 해결할 방안에 대해 같이 계획을 세워보았습니다.
# 용기를 낸다는 것,
정현씨의 체납된 주거비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내 자원을 탐색하였고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업에 신청하기 위해 정현씨와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눈 뒤 체납금이 해결이 된다면 현재의 삶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어서 체납금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 일회성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이번 사업을 통해 재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여 정현씨의 대인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에 대해 심리정서치료를 받기로 하였습니다.
심리정서치료 일정을 조율하고 정현씨와 앞으로의 사례관리계획을 함께 실천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을 때 정현씨는 복지관으로 찾아와 한 통의 편지를 건네며 입을 열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6개월의 사례관리 기간 동안 참여를 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것 같아요. 수급권자로 살아가는 것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직은 도전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 끈이라고 생각하고 복지관에 왔었는데 정말 감사했습니다.”라며 어렵게 이야기를 꺼낸 정현씨는 조금 더 늦기 전에 다시 새롭게 도전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지방에 일자리를 구했다고 했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이발도 하고, 깔끔해진 외관은 정현씨의 각오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정현씨와 계획했던 것들이 많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정현씨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기로 결심하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처음 약속했던 6개월의 사례관리기간, 다 채우지 못하면 어때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생겼는걸요.”
*정현씨가 건네준 편지봉투에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가득 담겨 있었고, 소정의 금액이 들어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여주민에게 금품을 받을 수 없기에 정현씨에게 복지관으로 후원을 하는 것으로 해도 될지 물어본 뒤 정현씨의 동의하에 복지관에 후원을 하였습니다.
첫댓글 자신의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정현님을 응원합니다!
내 이웃을 위해 마음으로 전해주신 후원금이 더욱 값지고 귀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