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만 명.
1년에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는 관광객 숫자이다.
2012년 11월 서울 관광객 숫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이렇듯 바르셀로나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관광지로, 그만큼 사람들의 '손 때'가 많이 묻고, '발걸음'이 많이 지나가는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바르셀로나는 왠지 자연 친화와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자연을 끌어 안고, 인간을 배려하면서 살아가는 도시이다.
최근 들어 바르셀로나에서는 자연 친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오늘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 바르셀로나의 모습을 함께 보도록 하자.
1. 자동차를 못 타는 관광지? - 바르셀로네따 해변 자전거 전용 도로
2008년 43개 도시 연합인 지중해 연합은 바르셀로나를 '지중해 수도'로 선정했다.
지중해의 중심, 바르셀로나. 그리고 그 중심이 되는 해변이 바르셀로네따 해변이다.
지금은 지중해의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로 알려진 바르셀로네따 해변.
그러나 사실은 1992년 올림픽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곳이다.
1992년 이전에 바르셀로네따 해변은 백사장은 커녕 공장들로만 가득한 황폐한 공장지대 항구였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기점으로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아름다운 바르셀로나를 만들기 위해 새롭게 도시 계획과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한 노력의 첫 성과가 바로 여기 바르셀로네따 해변이다.
바르셀로나 시에서는 공장지대를 없애고 인공 백사장을 만들었으며, 외부 차량이 시내를 통과하지 않도록 외곽순환도로를 만들고, 도로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대신 산책로와 자전거 전용 도로를 설치하였다.
오늘날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해변에서 다른 도시에 비해 폭넓은 자전거 전용도로는 더욱더 빛을 발하고 있다.
해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며, 자동차를 이용하면 비싼 주차 비용을 지불하고도 해변까지 걸어가야만 한다.
람블라스 거리의 끝이자, 바르셀로네따 해변의 시작점인 콜럼버스 동상 앞.
관광객들을 위한 자전거 대여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보시다시피 바르셀로네따 해변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다른 도시의 자전거 전용도로에 비해서 2배 가까이 넓다.
양쪽에는 야자수가 빼곡히 둘러싸고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보면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한 시내와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바르셀로네따 해변을 따라 나 있는 자전거 도로 곳곳에는 자연 친화적인 요소 뿐 아니라 예술적인 요소도 많이 볼 수 있다.
'행복한 눈물'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리히텐슈타인의 조각과, 가재 조형물이 눈을 즐겁게 한다.
2. 쓰레기를 사랑하라? - 바수라마 캠페인
혹시 스페인에서 쓰레기를 사랑하라! 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있다! 일명 '바수라마'라고 불리는 말이다.
바수라마(basurama)는 쓰레기(basura)와 사랑(ama)를 결합한 말로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쓰레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쓰레기를 재활용하여 예술작품을 만드는, 젊은 스페인 예술가들의 모임을 뜻하는데, 바수라마의 젊은 예술가들은 대학생 시절, 비싼 재료를 구하기 힘들어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하면서 이 캠페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 후 오늘날에는 쓰레기, 재활용품 등을 이용한 설치미술, 축제, 캠페인을 통해 '행동하는' 예술가들의 모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한국인이 1년에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만 해도 4000만 톤이 넘는다.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쓰레기는 더 이상 더러운 것,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좀 더 쓰레기를 친숙하고, 아름답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 바수라마는 쓰레기에도 디자인을 적용하여 예술로 만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바수라마는 마드리드를 기점으로 스페인 전역,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앞 델스 안젤스 광장.
굉장히 독특한 전시가 펼쳐졌었다.
바로 바수라마의 쓰레기를 주제로 한 놀이 전시이다.
각기 다르게 생긴 버려진 가구들에 바퀴를 달고, 사람들은 그것들을 마치 놀이기구인 듯 즐겁게 탔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바수라마는 쓰레기가 단순히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바르셀로나 남쪽의 베니카심 해변에서는 3박 4일 간 음악 축제가 벌어졌었다.
축제의 한 구석에 대형 쓰레기통을 설치하고, 축제기간동안 생겨난 쓰레기를 여기에 모두 모았다.
완성된 작품은 거대한 육면체의 쓰레기. 언뜻보면 쓰레기라고 생각하기 어렵고, 그 크기로 인한 압도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서 바수라마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그냥 지나가는 무의미한 행동이 아니라 신중을 가하는 행동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단순히 전시만을 목적으로 하는 예술 활동이 아니라, 그 안에 자신들만의 철학을 담는 살아있는, 행동하는 예술가들, 바수라마.
그들의 노력이 수많은 관광객들에도 쓰레기가 없는 바르셀로나로 만들어 가고 있다.
(사진출처: 바수라마 공식 홈페이지-basurama.org)
3. 시민을 위한 빨간 자전거? - 시내 주요 교통수단 bicing
바르셀로나는 관광지 뿐 아니라 시내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도시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부터 자동차, 대중교통으로 인한 공해가 심했다고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바로 시내 주요 교통수단을 자전거로 바꿈으로써 가능했다.
바르셀로나 시내에서는 bicing이라고 적힌 자전거 대여소를 곳곳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bicing은 스페인어로 자전거를 뜻하는 bici와 영어의 ing를 합쳐서 만든 말로, 바르셀로나 시내 곳곳에서 자전거를 빌려줌으로써 공해를 줄이고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시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사업이다.
대여소들의 간격을 좁혀 편한 곳 어디서든 자전거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bicing은 바르셀로나 시민들을 위한 서비스로 카드를 발급받고, 카드를 기계에 대기만 하면 무인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1년에 24유로 정도이며, 바르셀로나 시내에는 400여 개의 대여소가 있다.
값싼 가격과 교통 체증 속 편리한 이용 덕분에 바르셀로나 시민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bicing 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바르셀로나 시에서는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지금도 계속해서 대여소 숫자를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어플을 통한 주차 공간 확인도 가능해지면서 더욱 편하게 시민들이 bicing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내에서는 자전거 도로가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바르셀로나에는 코너와 같이 도로 곳곳에 세심하게 자전거 전용 도로가 설치되어 있다.
또한 bicing 운영팀에서는 고장난 자전거를 고치기 위해 수시로 현장에 직원들을 파견한다.
길을 건너기 전, 신호등 또한 사람 뿐 아니라 자전거의 불을 표시해주고 있다.
이렇듯 bicing 사업에서는 바르셀로나 시 당국의 시민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환경도 지키고, 건강도 지키고, 편리함까지 갖춘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교통수단 bicing.
자연을 끌어안고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자하는 바르셀로나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이 외에도 바르셀로나는 태양열 발전 조례를 제정하는 등 자연 친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언뜻 인간의 손길과 자연은 반대되는, 함께 갈 수 없는 것이라 생각되지만 시민들의 노력을 통해 바르셀로나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도시 바르셀로나의 꿈은 '사람들이 살고 일하기 좋으며, 여행 오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 한다.
자연 친화 도시 바르셀로나의 현재를 보고 미래를 상상해보면 충분히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꿈은 이루어진다, 바르셀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