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똑똑똑!! 똑똑똑!! 누가 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바닥은 너무 차서 침대에서 내려올 수가 없다. 똑똑똑!! 똑똑똑!! 다급함이 느껴지는 노크 소리에 시선이 쏠렸다. 조용히 이불 밖으로 나와 네모난 문 앞으로 몸을 옮겼다. 잠시 망설이다 다음 노크 소리에 문고리를 손으로 감쌌다. 세상의 냉기를 모두 끌어 앉은 듯한 문고리는 차가웠다. 나는 온 힘을 다하여 세상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2.
내 친구 고마는 농부를 꿈꾼다. 농업 대학을 다니며 퍼머컬처를 공부한다. 물론 대학에서 퍼머컬처를 가르쳐 주는 건 아니고 현재 ‘밭멍’이라는 농장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자연농과 퍼머컬처에 관해서 이야기도 해주고 디자인이 어쩌고 했었는데… 귓등으로 들었다. 다음에 우리가 만난다면 더 넓고 깊은 대화를 할 수 있겠지?
2.
선거일에 통영에서 자주 찾는 카페를 갔다. 마침 딸기를 키우는 농부 선주님을 만났다. 소란과 했던 퍼머컬처 수업을 이야기했다. 선주님은 소란과 친구라고 했다.(우리는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 작년에는 통영의 ‘세자트라 숲’에서 소란이 수업을 했다고 한다. 관심을 가지면 보이는 것이 많다.
3.
이번 소란의 수업에서 나를 사로잡은 것은 단순하다. 피! 자! 밭! 너무 동글동글 반짝반짝한 이름. 밭이 가질 수 있는 이름이 있다면 이것보다 기름지고 싱싱하고 풍부하고 직관적으로 오감을 만족시키는 이름이 있을까.
해수에게 전화를 했다. “나의 동료가 되어줘!!”. 동료를 구했다. 밭도 구했다. (우리 집) 이제… 뭘 하면 될지 모르지만 시작은 했다. 피자가 될지 파전이 될지 (둘 다 ㅍㅈ) 모르지만 올해의 꿈은 농부로 정했다.
4.
"안녕하세요? 첨벙씨 맞으시죠?" 문밖에는 피자가 서있었다. 완전히 둥글지는 않았지만 고소하고 시큼한 향이 어디로 보나 피자였다…라는 이상한 망상도 해보았다. 어쨌든 나는 문을 열었고 세상은 더 넓어졌다.
경험은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때마다 세계가 한 칸씩 넓어진다. 새로 문이 열리면 세계의 모양도 크기도 달라진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무루 지음
첫댓글 농사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ㅎㅎㅎ
1년 후기를 엮으면 한 권의 에세이가 될 것 같아요
피자밭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매력이 깃들어있네여...
불멍, 물멍, 별멍... 그리고 밭멍
참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