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라는 이름의 고비
김민정
고비에 다녀와 시인 C는 시집 한 권을 썼다 했다 고비에 다녀
와 시인 K는 산문집 한 권을 썼다 했다 고비에 안 다녀와 뭣하나
못 읽는 엄마는 곱이곱이 고비나물이나 더 볶게 더 뜯자나 하시
고 고비에 안 다녀와 뭣 하나 못 쓰는 나는 곱이곱이 자린고비나
떠울리다 시방 굴비나 사러 가는 길이다 난데없는 고비라니, 너
나없이 고비라니…… 너나없이 고비는 잘 알겠는데 난데없는 고
비는 내 알 바 아니어서 나는 밥숟갈 위에 고비나물이나 둘둘 말
아 얹어 드리는데 왜 꼭 게서만 그렇게 젓가락질이실까 자정 넘
어 변기 속에 얼굴을 묻은 엄마가 까만 제 똥을 헤쳐 까무잡잡한
고비나물을 건져 올리더니 아나 이거 아나 내 입 딱 벌어지게 할
때 목에 걸린 가시는 잠도 없나 빛을 보자 빗이 되는 부지런함으
로 엄마의 흰 머리칼은 해도해도 너무 자라 반 가르마로 땋아 내
린 두 갈래 길이라는데 어디로 가야하나 조금만, 조금만 더 필요
한 위로는 정녕 위로 가야만 받을 수 있는 거라니…… 그렇다고
낙타를 타라는 건 상투의 극치, 모래바람은 안 불어 주는 게 덜
식상하고 끝도 없는 사막은 안일의 끝장이니 해서 나는 이른 새
벽부터 고래고래 노래나 따라 부르는 까닭이다 한 구절 한 고비,
엄마가 밤낮없이 송대관을 고집하는 이유인즉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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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소절 소절 마다 고비여서
읽는 맘이 힘들었는데
이렇다면???
엄청 잘 쓴 시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학동네 편집부에 계신분 아닌가요? 그 분 시 가지고 배운적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