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구 공원에 있는 모자상
온라인문학 카페에서 나와 소통하던 분이 병원에 검사받으러 가셨다가 그곳에서 아프리카 모자상을 보았다고 한다. 예전에 옥구 공원에서 찍은 우리나라 모자상과 비교해 보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리셨다. 그 모자상을 보고 피부 색깔만 다를 뿐 엄마와 아가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다르지 않았다.
엄마 품에 안겨있는 아가와 엄마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눈빛은, 차가운 동상임에도 왠지 모를 따스함이 흐르고 있음을 착각하게 만들었다. 엄마와 태아와의 자궁 안에서 엮인 인연은 죽어도 끊어내지 못하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강한 힘이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아직은 세상일보다 엄마 품이 좋을 나이 18살이 되기 전 겨울, 갑작스러운 병고로 인해 엄마는 이승 밖이 되셨다. 엄마의 숨결이 지워진 집은 허전했고, 연탄불을 지펴도 추웠다. 엄마의 죽음과 사춘기가 부딪히면서 나는 살고 싶다는 의욕을 잃고 절망의 늪 속으로 자꾸만 빨려 들어갔다. 내 머릿속에는 죽음 두 단어만 존재하였다. 그날도 학교를 파하고 돌아와 우두커니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었다. 엄마 따라 어떻게 죽어야 할지 고민하면서.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나는 걸어가고 있었다. 한참 들판 길을 걷다가 당도한 곳은 남자 두 사람이 창을 들고 성문을 지키고 있는 곳이었다. 성문 앞에서 서성거리자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안에서 나왔다. 그리고 내 손을 잡고 성문 안으로 들어갔다. 여자는 분홍원피스 건네더니 갈아입으라고 하였다. 현재 입고 있는 옷으로는 엄마 있는 곳을 갈 수 없다고 하였다. 나는 분홍원피스로 갈아있었다.
그리고 여자를 따라 더 깊숙이 안으로 들어갔더니 넓은 광장이 나왔다. 그곳에는 분수가 있고 많은 사람이 분주하게 오고 갔다. 여자의 손을 잡고 분수를 지나가려다가 나는 비명을 지를 뻔하였다. 어떤 젊은 여자분이 분수 곁을 지나다가 풀썩 주저앉더니 뱀으로 변한 것이었다. 살아가면서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이라고 여자는 말해주었다.
내 앞에는 끝을 알 수 없는 갈대밭이 펼쳐졌다. 그리고 점점 주위는 어두워졌다. 여자가 등불을 들고 길을 안내해 주겠다고 하였다. 나는 여자를 따라 갈대숲으로 나 있는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내 키보다 큰 갈대가 자꾸만 나를 끌어당겼다,
얼마를 갔을까. 조그만 한 초가집 하나가 나왔다. 울타리를 지나 마당으로 서자 여자는 등불을 토방에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물었다.
“꼭 엄마를 만나고 싶으세요?”여자는 재차 확인하려는 듯 하였다. 두려움에 얼굴색이 파래졌다. 그러나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는 엄마를 문 앞까지 와서 되돌아간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러겠노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방문을 열었고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한테 둘러싸여 있었다. 무서움과 반가움이 교차하면서 나는 울먹이며 ‘엄마’하고 불렀다. 엄마 표정은 싸늘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왔냐며 어찌나 화를 내시는지 무척 서운하였다. 엄마는 모든 걸 잊고 살라고 하였다. 엄마의 냉랭함에 온몸이 오싹해졌다.
여자를 따라 마당으로 나왔다. 여자는 손에 열쇠 하나를 쥐여주었다. 혹시나 시간이 지체되어 문지기가 서 있는 아까 그 문을 못 나갈 때 사용하라고 하였다.
여자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주변은 깜깜해졌다. 나는 아까 왔던 갈대가 무성한 길을 헤치며 앞 만 보고 마구마구 뛰었다. 저 멀리서 성문이 닫히고 있었다.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하마터면 성문에 낄뻔하였다.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었다. 내 온몸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그 뒤로 나는 엄마 말씀대로 잊고 살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순간순간 엄마 생각으로 삶이 축축해 지려 할 때마다 싸늘했던 엄마 표정을 떠올렸다.
이제는 생존의 엄마 나이를 앞지르기하였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손자의 할머니가 되었다.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의지할 곳 없었던 나는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었다.
옥구 공원에 있다는 모자상의 사진을 마우스로 클릭해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 나도 모르게 엄마와 내 모습이 겹친다. 세상에서 엄마 품처럼 편안하고 따듯한 곳은 없으리라.
첫댓글
아직 어리다면 어렸을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마음 붙힐곳이 없어
꿈속을 헤매였나 봅니다.
이제는 괜찮아요~
수연님 성품처럼 과거 속에서 단호히 빠져 나오세요.
내도 꿈에서 울엄마 아버지를 보았었는데요~
무척 젊은 나이에 그 분들은 그저 엷은 미소만 띄 뿐, 타인같은 냉랭함을 본 후론
아~ 이승에서의 인연은 암만 부모자식간이래도 연결되지 않는것 아닌가. 하는
나름대로의 매듭이 지어지더라구요.
글마다 느껴지는 외로움을 떨쳐내고 행복하게만 사시길...
지금은 잘 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