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안군 주산면 갈촌리 화정마을에 조성된 바이오디젤의 원료가 되는 유채꽃밭을 나들이 온 어린이들이 둘러보고 있다. |
내가 사는 마을에서 내가 쓸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이것이 바로 '지역 에너지'다. 각 지역마다 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원료부터 스스로 만들어 자립률을 높인다는 개념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쓰고 버리는 혹은 버려진 에너지를 활용하거나 친환경적 자원을 활용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노력을 우리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역 에너지를 활용하는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마을, 바로 부안군 주산면을 둘러보자.
▲ 주산면의 오늘과 바이오디젤
부안은 바람과 태양열, 분뇨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민에너지 발전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앞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디젤의 파급 효과가 곳곳에서 입증되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2007년 7월부터 오는 2010년 6월까지 부안군 일원에서 시범 생산 중인 바이오디젤용 유채 재배 지역은 올해까지 모두 1400ha에 달한다.
더욱이 농민들이 시작한 유채 활용이 부안군의 친환경 농법과 맞아 떨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자원 순환, 동네 에너지 활용, 지속 가능한 농업 등은 농민들이 앞장서서 조직한 전북부안유채네트워크·주산사랑영농법인 등과 함께 확대되고 있다.
이런 성공에는 유채 재배 농민들의 수많은 실패가 있었다.
2006년 유채로부터 얻은 기름을 활용하고 무료로 주민들에게 보급할 예정이었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연료를 자급하는 것이 제한 또는 금지됐다.
시범 사업을 시작하던 2007년부터 기술 교육과 안내 전단을 돌리는 등 사전 교육을 마치고 442ha에 파종했다. 하지만 경험 부족과 유채 이모작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고작 77ha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좌절 속에도 꾸준한 교육과 애착으로 성장해 지난해에는 487ha를 파종하고 392ha를 거둬 들이면서 5배 가량 성장을 이뤄냈다.
▲ 바이오디젤의 시작과 영향력
유가의 고공행진이 멈출 줄 모르면서 제1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바이오디젤은 대체 연료 뿐만 아니라 대기 오염과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고 농가 소득과 직결될 것이라는 기대에서 출발했다.
유채 재배는 환경 보호에도 기여한다.
유채는 3.3㎡당 7.9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2.5kg의 산소를 생산한다. 또 1.33kg의 유채씨는 0.53kg의 바이오디젤을 생산한다. 경유를 유채 기름으로 대체하면 kg당 이산화탄소 2.2kg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유채 재배 면적이 55만ha까지 확대되면 농업보호, 환경 개선, 석유 수입 대체 등 2조 371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오디젤 보급률은 2006년 4만6000㎘, 2007년 10만 8000㎘, 2008년 19만 5000㎘로 증가세를 보이며 성장하고 있지만 이는 경유 사용량의 1.5% 남짓으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는 매년 0.5%를 늘려 2012년 3%까지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이는 숫자 놀음이라는 것이 농민들의 지적이다.
▲ 바이오디젤 정착 위한 해결 과제
바이오디젤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농가 소득으로 이어져야 한다. 즉 경제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료를 생산하는 농가에는 생산 보조금이나 지원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정유사 등 업체에도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위해서는 유류세 인하 방침도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상용화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지난 2006년부터 상용화를 시작했다.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바이오디젤 원료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 이는 바이오디젤의 원료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기여 효과가 희석시킬 우려가 있어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업체에 각종 혜택을 주는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현재 점차 확대 중인 경유와 바이오디젤의 혼합 사용을 일정 비율 의무화하는 대안도 조심스럽게 제시되고 있다.
"자원순환형 사회의 일환으로 농업에서도 분명 할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독자적으로 유채와 벼를 이모작하면서 출발했습니다."
부안을 노란 들판으로 물들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주산사랑영농조합법인 김인택 사무국장(48).
2007년 7월 부안군에서 바이오디젤용 유채생산 시범사업을 지원하기 훨씬 전인 2005년부터 김 사무국장과 농민들은 회의를 거쳐 부안군 주산면에 둥지를 틀고 유채재배를 시작했다.
"주산 초등학교와 교육청이 함께 회의를 거쳐 유채 기름을 급식소에서 사용하고 남은 폐식용유는 바이오디젤로 활용하는 것이 저희 처음 목표였죠. 그렇게 2006년에 학교 버스도 운영하고 트랙터와 경운기 같은 농기계도 굴렸었죠."
하지만 이렇게 학교에 1년 동안 무료 공급한다는 협약식을 마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법이 개정되면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BD20(바이오디젤 20%+경유80%)과 BD100(바이오디젤 원액)을 사용하는 것이 법적 제재를 받게 된 것.
애초 경유의 대체 원료로 개발됐던 BD20의 경우 안정성과 효능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사용을 제한했으며, BD100 역시 유사 석유로 분류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유채를 원료로 한 바이오디젤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6월 수확량을 기준으로 전남과 제주 등 타도와 비교할 때 가장 높은 수확률을 보였습니다. 조금씩 확대되고 성장하는 것이죠. 하지만 지원정책이나 인센티브가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정부는 경유의 유채 함유량을 매년 0.5%씩 늘린다는 목표지만 이는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유채 재배 경험이 부족한 농민들은 각고의 노력 끝에 주산면의 500ha에 달하는 재배 면적의 수확률을 해마다 늘리며 보리 재배와 비슷한 수익을 내고 있다고 김 사무국장은 설명했다.
시범 사업으로 지정되면서 농림부와 부안군에서도 재배 면적을 기준으로 각종 비용을 지원하며 농민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바이오디젤 사업의 경제성을 논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
김 사무국장은 "농작물을 식용 후 부산물을 활용해 바이오디젤로 활용하는 것은 자원순환형 사회를 만드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고 다른 연료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훨씬 적다"며 "WTO(세계무역기구)나 FTA(자유무역협정) 기준에서 벗어지 않는 범위 내에서 농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정부차원의 자구책을 마련해주는 것도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