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기후위기 직접행동 공동선언]
“공공교통이 우리의 미래다”
- 925 기후위기 직접행동에 함께하는 대중교통 이용자 및 노동자 공동선언 -
기후위기에 대한 과학적 사실이 가리키는 것은 하나다. 최근 천명된 또 하나의 사실은, 우리는 거대한 파국을 겪고 있는 중이며 그 파국의 원인이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교통분야는 한국의 탄소배출량 중 18%를 차지하고 도시 지역에서는 건물 다음으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요인이다. 또한 교통분야는 다른 분야와 다르게 지금 당장 이동량을 줄이면 바로 탄소배출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것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용자와 대중교통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이 다른 어떤 영역보다 교통분야의 기후위기 대응이 더 구체적이고 더 즉각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내놓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은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사실과 동떨어진 해법이고 무엇보다 이미 실패한 정책들의 나열이라는 점에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우선 2020년 12월에 문재인 정부가 UN에 제출한 국가보고서는 교통부분의 중요한 과제로 모달 쉬프트를 제시하고 있지만, 그것이 뜻하는 것은 내연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전환하는 것 외에 어떤 내용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당장 모달 쉬프트에 대한 천박한 이해를 둘째치고서라도 2030년까지 전체 차량 중 60% 이상을 내연자동차로 유지한다는 계획을 내놓는 것에 놀란다. 이미 유럽 등에서는 내연자동차 퇴출이 기정사실이고 얼마나 그 시기를 앞당길 것인가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얼마나 오랫동안 내연자동차를 유지할 것인가를 가지고 구태의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지난 8월에 발표된 탄소중립위원회의 3가지 시나리오 중 어느 시나리오도 2050년까지 내연자동차를 ‘0’으로 만든다는 계획은 존재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말로는 대중교통으로의 전환을 강화하고 교통의 공공성을 높이겠다고 하나 여전히 교통재정의 상당 부분은 도로를 새로 건설하거나 기존의 도로를 관리하는 데 사용된다. 기후위기 시기에 사실상 매몰될 것이 분명한 도로 인프라에 예산이 집중되는 동안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지역 중소도시의 버스들은 멈추고 있다. 그나마 도시교통의 공공성을 책임졌던 지하철마저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부채 구조에서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지만, 여전히 정부는 민간사업의 밥벌이로 전락한 민자도로 사업과 민자철도 사업에 집중한다. 정부의 지독한 도로 중독은 20년째 제자리에 머문 공영주차장의 요금과 그 사이 2배 이상 오른 대중교통 요금의 차이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다른 전 세계 국가와 도시들이 도로의 주인을 자동차에서 자전거와 보행으로 바꾸고 있을 때 한국은 오히려 고속도로와 국도를 더 추가로 짓고 있다. 15분 도시와 20분 도시의 비전을 가지고 가급적 직주근접을 실현하여 이동량을 줄일 수 있는 도시공간의 개편을 구상할 때, 한국의 정부는 수도권 주변에 자생할 수 없는 신도시를 짓고 있다. 어디서는 제로비전이라는 슬로건 하에 교통사고 사망률을 ‘0’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을 때, 한국에서는 여전히 통행속도를 중심으로 하는 교통경제학이 판을 친다.
지난 6월 교통분야의 기후위기 대응전략을 내놓은 영국은 그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300건이 넘는 문서화된 자료와 증거들이 제출되었고 7,000건이 넘는 피드백을 받았으며 49개의 지방의회와 8차례의 워크숍을 진행했고 전문가, 사업자,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과 함께 59차례의 정책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장관 직속으로 넷제로 교통자문위원회를 두어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자문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기후변화위원회를 참조해서 구성했다는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8월에 발표된 탄소중립시나리오의 상당 부분을 정부 측 전문가만 참여한 채 결정해서 빈축을 샀다. 그 전문가들이란 2016년 박근혜 정부의 NDC를 만들고 지난해 12월의 NDC 수정안을 만들었던 그 전문가를 말한다. 올해 10월 목표로 준비 중이라는 이행계획 과정에서는 모델국인 영국의 1/10조차도 기대하기 힘든 폐쇄적인 과정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재의 위기는 현재의 우리가 만든 위기이고, 이 위기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데서 발생하는 위기다. 그리고 그 책임은 더 많은 권한을 위임받은 현 문재인 정부와 사회적 권위를 가지고 있는 정부 측 전문가 집단에 있다.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현재의 위기에 대해 정부와 탄소중립위원회와 그동안 실패한 계획만을 만들어온 전문가 집단에게 책임을 묻는다. 당신들이 살아갈 지구는 우리가 살아갈 지구와 다른 곳인가. 어떻게 현상 유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계획만 수년 째 붙잡고 있는가. 이미 2015년에 계획했던 전기차 공급도 실패한 정부가, 그 전문가들이 다시 전기차와 수소차를 통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현재의 상황을 반성하지 않는 해법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현재의 위기는 지금까지 유지해온 현재의 반복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문재인 정부와 탄소중립위원회, 그리고 그동안 교통부문의 전문가를 자임했던 이들의 목적이 ‘현상유지’라고 단언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지금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고,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비용을 이유로 현재의 위기를 과소평가 하는 것이라 믿는다. 당신들의 대응은 실패했다. 이제 실제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과 대중교통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나설 것이다. 당신들의 지구가 우리의 지구와 다르지 않다면 지금 행동해야 할 때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미 간단하면서도 분명한 시작점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편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의 보장은 공공교통의 기본적인 목표다. 15대의 자동차 수요를 1대의 대중교통수요로 전환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당연히 그 선택을 해야 한다. 도로에 들어갈 돈을 더 많은 대중교통에 투자하라. 주차장 요금을 올리고 대중교통요금은 낮춰라. 교통혼잡을 야기하는 대규모 상업시설에는 그에 맞는 책임을 물어라. 공적 재원이 들어가는 교통수단은 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라. 대중교통 운영을 책임지는 지방정부에게 더 많은 권한과 재원을 이양하라. 이것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이다. 우리의 제안은 단순하다. 바로 대중교통을 공공교통 답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우리의 기후행동은 시작한다.
“공공교통이 우리의 미래다”
2021년 9월 24일
공 공 교 통 네 트 워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