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하는 운동의 효과
앞에서 “과로나 수면 부족으로 집중력이 크게 떨어질 때는 집에서 쉬는 게 나을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운동의 효과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머리도 맑아지고 경우에 따라서 피곤이나 무력감이 싹 가시고 활기가 생깁니다.
그러나 잠깐 동안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갈수록 그 효과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수면 부족과 휴식 부족, 과로와 (과로가 없어도 스트레스가 많을 수 있음. 흔히 실직자는 과로할 일이 없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음) 스트레스가 많아도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 대부분 머리가 맑아지고, 피곤도 사라진 듯 느낍니다.
그러나, 잠깐 동안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커피의 그런 효과조차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을 잘 알지 않습니까.
운동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운동도 커피와 마찬가지로 충분한 수면과 휴식 자체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본적으로 스트레스가 원인이지 운동이 답이 아닙니다.
더 공정하게 말하면 운동이 주는 각성 효과나 신진대사에 미치는 효과는 커피가 주는 효과보다 분명히 훨씬 건강합니다.
그러나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고 높은 불안과 높은 스트레스가 애초에 없거나 덜하거나 간헐적인 것이 훨씬 더 낫다는 점은 운동이든 마약이든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운동을 "부작용 없는 좋은 약" 이라고 예찬하는 수많은 서적, 미디어, 강연자 등등 대부분 그들의 관점은 운동을 보약 삼아 열심히 성공(또는 생존)을 위해 달려보자는 담론의 연장선입니다.
오히려 운동의 가장 좋은 효과는 가능한 한에서 자신의 생활 패턴을 운동을 하기 위해 자연스레 건강하게 조직하게 되는 효과입니다.
(물론, 과로와 불안과 스트레스가 극심한 세상에서 아예 자기 생활을 조직할 수 없는 조건의 사람들이 많습니다. 24시간 자체가 틀에 박힌 듯 자신이 통제할 여지가 거의 없는 생활을 말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하는 얘기는 조정할 여지가 있는 분들에게 해당됩니다)
'내일 운동가야 하니까' '주 3회는 체육관 가야 하니까...' '11시에 자자.' '주말에 운동 가야 하니까 주중에 일을 최대한 끝내자.' '저녁에 운동해야 하니까 낮에 너무 오래 앉아있지 말고 자주 일어나자.' '미드는 주말에 보고 오늘은 일찍 자자.' '야식 먹고 자면 위염 나고 그럼 운동할 때 머리 아프더라... 먹지 말자.' '아침 점심 굶으면 저녁에 운동 못하니까 식사 제때 하자'......
이런 식으로 좋은 컨디션으로 운동을 잘 하고, 잘 배우고 잘 익히기 위해서 생활을 더 좋은 방향으로 조절하게 되는 게 정기적 운동의 진정한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을 통해서 아드레날린이 나오고 코르티솔을 짜내면 (이미 오랜 세월, 과로와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돼 코르티솔의 긴급 대응을 너무 오래 남용했다면 이제 필요할 때 제대로 작용하지 못할 것... 그러니 짜낸다는 표현이 적절함) 각성 효과가 생기지만, 그것은 운동의 효과 중 가장 즉각적인 효과일 뿐입니다.
이 효과는 거칠게 말하면 거의 커피와 같은 운명입니다.
왜냐하면 나이를 먹을수록 신진대사의 탄력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연로할 때까지 평생 운동을 잘 즐기는 사람들이 누리는 진정한 이익은 그 어떤 다른 수치들(근육량, 체질량 지수, 턱걸이 횟수, 마라톤 기록, 날씬한 몸매 등)이 아닙니다.
운동을 하기 위해서 생활을 정기적으로 건강한 패턴으로 조직하는 그들의 건강한 생활 태도 자체입니다. 그에 비하면 다른 것들은 사이드 이펙트라 할 만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TV를 보며 뛰는 러닝 머신 운동보다 집중해서 잘 배우고 잘 익혀야 하는 모종의 기술 체계와 운동 감각이 요구되는 운동들을 좋아합니다.
그러면서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과 신중히 조응해야 하는 운동들을 말합니다. 그러면 운동을 최대한 맑은 정신으로 가야 합니다. 덕분에 생활을 미리 조직하게 되고 그것이 바로 운동이 주는 효과 중의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2019년 10월 20일 스쿨오브무브먼트 셀프 디펜스 앤 파이팅 수업에서 배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