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 3일 아픈 뒤 사망한다는 뜻)’. 100세 건강을 바라보는 21세기 노인은 더 이상 손자나 보면서 여생을 조용히 정리하는 집단이 아니다. 현재 인구의 10%, 20년 뒤엔 20%를 차지할 노년층. 죽는 날까지 활기찬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알아 둬야 할 건강법과 제거해야 될 걸림돌을 알아본다.
혈관 건강이 으뜸
심장병과 뇌졸중은 노인 건강의 최대 공적. 이를 예방하려면 혈관이 우선이다. 문제는 혈관은 나이 들면서 굳어져 동맥경화·고혈압 등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실제 65세 이상 노인은 특히 수축기 혈압(높은 쪽 혈압)이 높아 70% 이상이 치료가 필요한 고혈압 환자다. 의학적으로 정상 혈압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120/80㎜Hg 이하다.
따라서 노년기, 우연히라도 ‘그 나이엔 혈압이 높으니까…’ 라고 지나치지 말고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노인 고혈압은 목표 혈압을 6개월~1년 정도 긴 기간에 걸쳐 조절하며 약의 용량도 젊은 층보다 적게 사용한다. 노인 역시 약물 치료뿐 아니라 금연, 체중 관리, 지속적인 운동, 싱겁게 먹기, 절주 등 생활수칙을 꼭 지켜야 한다. 만일 당뇨병과 고지혈증이 있다면 이 역시 적극 치료해 혈관 손상을 막아야 한다.
활기차게 댄스 수업을 받고 있는 어르신들. 자주 웃고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며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노인이 장수한다. [중앙포토]
관절·근육·뼈도 튼튼하게
‘효자 집안 노인은 장수하기 힘들다’. 노후 건강이 신체활동과 직결됨을 강조하는 말이다. 활발한 노년기를 위해선 뼈·근육·관절 등의 건강은 필수 조건이다. 노화는 골밀도, 관절 유연성, 근육량 등을 감소시키며 실생활에선 유연성·민첩성·근력·지구력 등이 떨어진다.
따라서 노년기엔 아침·저녁 최소한 10분 이상 스트레칭을 통해 관절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신체활동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릎관절 통증. 따라서 허벅지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이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똑바로 서기’와 무릎을 30~40도 구부린 ‘기마자세’를 번갈아하기다. 틈 날 때마다 하다 쉬다를 반복하며 하루 100번은 하는 게 좋다.
유산소운동도 하루 30분씩은 생활화해야 하는데 건강한 노인은 속보를, 무릎 관절에 문제가 있을 땐 고정식 자전거 타기나 수영을 택하면 된다.
만일 관절염·고혈압·심장병·당뇨병 등 지병이 있는 노인이라면 현재의 체력과 건강상태를 고려해 운동량·운동강도·운동시간 등을 정해야 한다. 비만 노인은 체중 감량을 반드시 실천할 것. 칼슘·단백질 등 적절한 영양도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
치매와 우울증은 정신 건강의 복병
노년기에도 삶의 질은 맑은 정신에서 출발한다. 이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우울증과 치매다.
노인 우울증은 치매처럼 ‘나를 해치려 한다’는 식의 피해망상, 심한 기억력·집중력 감소, 높은 자살률 등이 특징. 실제 65세 노인 사망자 5명 중 한 명은 자살로 생명을 마감하며 배후엔 우울증이 도사리고 있다는 외국 연구 결과가 있다.
노인 우울증은 질병과 배우자 사망 등으로 촉발되기 쉽다. 증상도 ‘여기저기가 아프다’는 식의 신체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노인이 말수가 적어지고 무표정해지거나, 체중·식사량이 감소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가족·이웃을 이유 없이 의심하고 비난하며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발언 등을 할 땐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다행히 노인 우울증도 다른 연령층처럼 약물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가족파괴범으로 불리는 치매는 본인과 가족 모두의 근심거리인데 한참 진행될 때까지 방치하기 쉽다. 초기엔 ‘기억력 감퇴’가 와도 중요한 사건은 기억하는 데다 단순 작업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치매 역시 조기 발견·치료로 병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65세 이후엔 매년 인지기능검사를 통해 조기에 치매를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 주신 분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김철호 교수,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 서울대병원 정신과 조맹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