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특강하러 온 강사로서 이미 지나간 수업을 수습할 수도 없고,
불쾌해 하시는 담임선생님께 꿋꿋이 교육확인서 사인을 받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교실을 나왔다.
보건실에서 다시 만난 보건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같이 심각해지셨다.
본인이 기획하고 신청한 수업인지라 책임이 느껴지셔서 그랬을 것이다.
그 때 마침 첫 번째 수업한 학급의 담임선생님이 전담 수업이라 짬이 있어 보건실에 오셨다.
두 번째 반 담임선생님 반응을 들으시더니
본인 생각과 첫 번째 반 아이들 반응을 이야기 해주시며 나와 보건선생님을 격려해 주셨다.
교사마다 각자 철학이 있고, 경험이 다르니, 그럴 수 있다 하시며
나중에 시간이 되면 두 번째 반 선생님과 더 이야기 나눠보겠다고 두 분이 말씀하셨다.
입양 수업 내용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처음으로 접하고 집에 돌아오니 머리가 복잡했다.
그래서 밥 먹고 일단 한 숨 잤다.
실컷 자고 나서 오늘 수업 받은 학생들이 작성한 입양교육 만족도를 살펴보았다.
두 번째 반 학생들이 오늘 입양수업의 좋았던 점을 기록한 내용을 보니 약간 위로가 되었다.
입양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다. 입양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다는 내용이 가장 많았고
입양을 통해 가족의 다양한 형태를 알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다. 라고 쓴 학생이 있고
가족이 되는 방법을 배웠다 가족이 정말 고맙다 라고 쓴 학생도 있다.
40분짜리 입양수업을 듣고 4학년 학생이 이런 표현을 했으니 참 의젓하다 싶었다.
그 외 우리 가족에 대한 따뜻한 말을 써준 학생도 있었다.
만족도를 보고 학생들은 내 수업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해 준 것 같아 낙담된 마음이 회복되었고
새로운 기분으로 보건선생님과 두 번째 반 선생님께 문자를 넣었다.
보건선생님께는 입양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감사하다는 내용으로,
두 번째 반 담임선생님께는
오늘 수업이 부족했다면 죄송하다
부족한 부분은 선생님이 이후 채워주시면 좋겠다.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더 많은 지지가 필요한 아이들이다.
어려우시겠지만 건강히 자라도록 지원해 주시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고 문자를 넣었다.
보건선생님은 아주 길고 길게 위로하고 격려하는 문자를 주셨다.
두 번째 반 선생님은 답이 없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