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화 심리학에 대한 글을 한국어로 읽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다른 분야도 별로 다를 바 없겠지만, 진화 심리학 번역서의 번역이
대부분 엉망이다. 그리고 보통 쉽고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만 번역출간된다. 한국은 진화 심리학 불모지이기 때문에 한국인이 쓴 글 중에는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가능하면 아예 한국어 책을 끊는 것이 좋다. 아직 영어로 편하게 읽지 못하는 사람은 처음에는 영어로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매우 답답할 것이다. 하지만 전문 진화 심리학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면 처음부터 영어로 읽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진화 심리학을 독학으로 공부한다고 굳이
영어까지 독학으로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건이 된다면 영어 회화 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 물론 수십 명씩 강의를 듣는 수업이 아니라 서너 명이 원어민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수업을 하는 학원에 다녀야
한다. 토익 점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영어를 배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2. 나열된 순서대로 다음 책들을 원서와 번역서를 함께 읽으면서 번역을 검토한다. 그리고 오역을 정리해 둔다. 가능하면 남들도 볼 수 있도록 정리해서
인터넷에 올린다.
『진화의 미스터리: 조지 윌리엄스가 들려주는
자연 선택의 힘(Plan and Purpose in Nature)』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
『눈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
『욕망의 진화(The Evolution Of
Desire)』
『빈 서판(The Blank Slate)』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the Mind
Works)』
『언어본능(Language Instinct: How
the Mind Creates Language)』
3. 어떤 책이나 논문을 읽든지 비판하고 싶은 내용을 정리해 둔다. 가능하면 남들도 볼 수 있도록 정리해서 인터넷에 올린다.
4. 한국과 같은 나라의 학자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번역이다. 오역 지적에 비해 실제로 번역을 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출판사와 계약을 해서 출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당장 쉽지 않다. 우선 저작권 문제가 없는 글을 찾아서 번역해 본다. 그리고 그 번역을 인터넷에 올린다.
5. 기존의 책이나 논문에 나오는 내용을 정리해서 글을 써 본다. 진화 심리학에 대해 전반적으로 정리해 볼 수도 있고, 특정 주제(예컨대, 집단 선택, 도덕성, 질투, 친족)에 대해
정리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능하면 남들도 볼 수 있도록 정리해서 인터넷에 올린다.
6. 인터넷에 글을 올려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학자는
책이든 논문이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써야 한다. 학자가 되고 싶다면 처음부터 그런 훈련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날카로운 비판을 해 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써 보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런 글을 써 보면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어설픈지 금방 드러난다.
7. 나는 진화 심리학을 깊이 공부하려면 수학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다음 책들에서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공업 수학(engineering mathematics)
통계학 입문서
게임 이론 입문서
다음 책에 도전해 본다.
『Mathematical Models of
Social Evolution: A Guide for the Perplexed』, Richard
McElreath and Robert Boyd
8. 나는 컴퓨터에 대해 깊이 아는 것이 진화 심리학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선 프로그래밍부터 배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다음 두 권의
책을 순서대로 읽는다.
『Programming: Principles and
Practice Using C++』, Bjarne Stroustrup
『C++ Programming Language』, Bjarne Stroustrup
이덕하
2012-01-25
삭제된 댓글 입니다.
Tooby는 진화 심리학이 진화 생물학과 인지 심리학의 결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인지 심리학의 핵심에는 컴퓨터 과학이 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과학을 배우는 길 중 하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꼭 C++를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화 심리학의 개념적 기초(Tooby & Cosmides, 초벌번역 마침)>
http://cafe.daum.net/Psychoanalyse/Glrk/44
좋은 내용이기는 하나,,,이정도로 공부할 거면 외국유학을 권해드립니다. 광범위하게 아는 것도 중요하나 타분야에도 전문가가 있으니 그들과 공동연구가 필요하겠죠.
진화론에 대해서 입문용으로 번역된 책도 좋은 책이 있기는 합니다...뭐 도킨슨의 저작이나. 지울수 없는 흔적, 또 우주에는 신을 위한 공간은 없다 등등 잘 번역된 책도...있기는 한듯 합니다..한국의 번역 현실이 워낙 열악해서....사실 좋은 번역이 무척 드물지만.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번역된 책을 읽다가 막히면 번역 오류 가능성을 제일 먼저 생각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