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평범했던 일상을 그리워하며 책을 펼쳤다. 평범한 일상에서 “독서”는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뒤로 밀렸었던 것임을 새삼 깨달으며 말이다. 그리 두껍지 않고 삽화가 있어 동화책을 읽듯 편하게 읽으려 시작했으나 내용은 인생의 깊이감이 있었다. 내가 만약 이렇게 변한다면, 그리고 내가 가족입장이라면.......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곤충으로 변했다.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달라진 몸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불룩하게 솟은 갈색의 배가 보였고, 그 배는 다시 활 모양으로 휜 각질의 칸들로 나뉘어 있었다. 이불은 금방이라도 주르륵 미끄러질 듯 둥그런 언덕 같은 배 위에 가까스로 덮여 있었다. 몸뚱이에 비해 형편없이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들은 애처롭게 버둥거리며 그의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배를 위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버둥거리기만 할뿐 어떻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머릿속에서는 출근을 생각하고, 대략적인 시간의 흐름을 예상하며 직장에 최대한 늦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동생에게는 음악교육을 잘 시키고 싶어하는 좋은 오빠였으며 부모를 모시는 책임감 있는 가장임을 알 수 있다.
출근시간이 지나도록 방 밖으로 나오지 않는 그레고르를 걱정하는 가족들 -한 번도 결근을 한적이 없었다. - 그리고 왜 출근하지 않았는지 알기 위해 온 지배인. 방안에서 이상한 쉬익쉬익 하는 소리를 듣고 뭔가 일이 생겼음을 직감하는 그들은 방문을 열게 되고 지배인은 놀라며 급히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레고르의 변신을 눈치 챈 동생은 놀라기는 하지만 용기를 갖고 먹을 것을 가져다 놓는다. 처음에는 무엇을 먹을지 몰라 신선한 음식과 벌레가 먹을 만한 상한 음식을 같이 가져다 놓기도 한다. 오빠가 지나간 흔적, 진액 같은 것이 묻어있는 벽을 보며 좀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방에서 가구들을 빼내는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은 생활고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서 하숙방을 만들기 위해 잡다한 물건들을 그레고르가 있는 방으로 밀어 넣는다. 어머니는 변신한 그레고르를 보고 기절하고, 아버지는 그레고르에게 사과를 던진다. 등에 낀 사과조각이 썩게되고, 아무렇게나 쌓아올려진 짐들위에 수북한 먼지들이 그레고르에 몸에 붙는다. 그레고르는 먹지도 않고 점점 말라간다. 동생의 바이올린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방밖으로 나왔다가 놀란 하숙생들의 큰소리와 아버지의 고함 등 ... 자신을 반기지 않는 그들을 뒤로 한 채 그레고르는 아픈 몸으로 간신히 방으로 돌아간다. 사실 그레고르는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고, 달라지는 그들의 행동을 다 느꼈다.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오히려 모든 것-가족들이 자신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을 이해하는 모습이다. 다음날 하녀가 곤충의 시체를 발견하고 빗자루로 쓸어버린다. 가족들은 이사를 갈 수 있다는 대화를 나누며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을 한다.
단숨에 읽어 내려갔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이다.
변신을 하고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자신에 대해서 진정으로 생각하게 되지만, 살아온 삶에 자신은 없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자신만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살았는데, 가장역할을 했던 자신이 없으니 실업자였던 아버지가 일을 시작하고, 하숙을 놓는 등 방법을 찾아가는 가족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까? 그리고 자신이 가족들에게 전혀 쓸모없고 혐오감만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을 고스란히 느끼고 알게 된다면?
물론 가족들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느날 든든하고 사랑했던 아들이, 오빠가 어떠한 도움의 손길을 주더라도 다시 변화(변신) 할 수 없게 되어버렸을 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글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카프카의 [변신]은 일상이 흔들리는 요즘 나를, 그리고 나의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첫댓글 저도 이번달 숙제인 책이라 <변신>을 읽었어요. 선생님의 독후감으로 울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계속 곤충으로 변신한 주인공이 있고 침대에 누워있는 주인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선생님의 글을 읽고 한번더 찬찬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긴병에 효자 없다라는 말이 생각이 났어요. 사실은 좀 슬프지요..누구나 존재자체만으로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영화에나 가능한 일일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