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周易)』은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 동이인(東夷人)의 성자(聖者) ‘복희씨(伏羲氏)’에 의해서 최초로 형성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우주 만물이 음양(陰陽)으로 되어 있다는데 주목하여 그것을 기호화하여 역(易)의 기초를 만들었다. 주역(周易)은, 우주와 세상의 모든 만물을 음양(陰陽)으로 설명하며 그 변화의 양상을 형상화하여 팔괘(八卦)를 완성하였다. 이후 주(周)나라의 ‘문왕(文王)’, ‘주공(周公)’에 의해 64괘가 만들어지고 괘사와 효사가 붙여졌다. 그리고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공자(孔子)’가 자상한 설명의 날개[十翼]를 달아 완성된 동양 철학의 진수(眞髓)이다. 일반적으로 ‘주(周)나라에서 가장 성행한 역(易)’이기에 ‘주역(周易)’이라고 하지만, ‘두루[周] 통하는 변화[易]의 원리’를 밝히는 고전으로 풀기도 한다. 성인(聖人)의 경전이다.
공자(孔子)는 일찍이 「계사전」에서, ‘주역(周易)은 세상 만물의 길을 열어주고, 각자의 역할을 이루게 하며, 온 세상의 도(道)를 망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역의 코드를 통해서 우주와 천지만물과 인생만사의 길을 찾은 것이다. 공자가 늦은 나이에 주역(周易)을 발견하고 나서 주역에 미쳐버리셨다. 그 주역 공부에 심취한 과정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 ‘위편삼절(韋編三絶)’이다. ‘주역의 죽간(竹簡)을 엮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떨어졌다.’는 뜻이다.
2. 공자(孔子)의 십익(十翼)
춘추시대 말기의 공자(孔子)는 이『역경(易經)』에다 다양하고 세세한 설명(說明)을 붙여 주역의 체계를 완성했다. 공자가 붙인 10갈래의 설명[傳]을 ‘십익(十翼)’이라고 한다. 고래로 성인의 글을 경(經)이라 하고, 현인의 글을 전(傳)이라 하는데, 공자는 문왕과 무왕을 성인(聖人)으로 추앙하며 스승으로 삼았으므로 공자는 자신이 쓴 주역(周易) 십익(十翼)을 모두 전(傳)이라 했다. 십익(十翼)은 단전, 상전, 계사상·하전, 건문언전, 곤문언전, 설괘전, 서괘상·하전, 잡괘전이 그것이다.
· 단전(彖傳) ; ‘문왕(文王)의 괘사(卦辭)’ 밑에 붙여놓은 설명으로 아주 단정적이고 간명하다.
· 상전(象傳) : 각 괘의 형상(形象)을 보고 보편적으로 설명한 글이다. 상전에는 괘사 밑에 붙어있는 것을 대상전(大象傳), 효사 밑에 붙어있는 소상전(小象傳)이라고 한다.
· 계사상전(繫辭上傳) · 계사하전(繫辭下傳) ; 계사전(繫辭傳)은 역경에 대한 기초지식을 서술한 글로 주역에 대한 입문서(入門書)라고 할 수 있다. 주역에 대한 철학적 내용을 다양하고 체계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 건문언전(乾文言傳) ; 건괘(乾卦)에 대한 6절(節)로 된 설명이다. 이 건괘(乾卦)는 이하 63괘의 아버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서, 이하의 전체 괘 하나하나에 그 의미가 스며있다.
· 곤문언전(坤文言傳) ; 곤괘(坤卦)에 대한 2절로 된 설명이다. 건괘를 제외한 62괘의 어머니 역할을 한다.
· 설괘전(說卦傳) ; 64개의 괘를 요점적으로 간단하게 설명한 글이다.
· 서괘상전(序卦上傳) · 서괘하전(序卦下傳) ; 주역 괘(卦)의 배치에 대한 설명을 한 글로서 제1괘 중천건(重天乾)을 필두로 이하 63괘의 순서의 배열의 원리를 밝힌 글이다.
· 잡괘전(雜卦傳) ; 주역 십익의 다른 전(傳)에서 다하지 못한 설명을 가한 글이다.
이렇게 하여 주역(周易)은 종래의 『역경(易經)』에 공자(孔子)의 십익(十翼)이 가미됨으로써 완전한 체계를 갖추었다. 공자(孔子, B.C 551~479년)는 47세 때 『역경(易經)』을 처음 접했다고 한다. 공자는 어떤 사람이 불쏘시개로 팔러온 ‘주역(周易)’의 죽간(竹竿)을 우연히 접했다. 그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니, 그것은 실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글로서,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때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우주자연의 원리와 인간사의 변화무쌍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었다. 공자는 경이로움 속에서 오직 6년간을 주역(周易) 공부에 몰입했다.
공자(孔子)가『역경(易經)』을 지은 문왕(文王)과 주공(周公)을 스승으로 삼은 계기가 되었다. ‘문왕과 주공은 나의 스승이요, 주역을 그분들의 혼(魂)’이라고 했다. 공자는 이 시기 혼신을 다하여 공부하는 과정을 ‘위편삼절(韋編三絶)’로 표현했다. 공자는 54세 때 자신의 도(道)를 직접 몸으로 수행(修行)하기 위해 14년 동안 주유천하(周遊天下)를 했다. 그것은 고난(苦難)의 역정이었다. 극심한 가난과 냉대 속에서도 그는 역경(易經)의 죽간을 지고 다니며, 역(易)을 사유하고 현실의 삶을 그것과 함께 조명했다. 그 사이에 집에서는 부인도 죽고 아들도 죽었다. 그는 68세에 노(魯)나라 고향으로 돌아와 73세 돌아가기 전까지 주역(周易)에 대한 글을 썼다. 그것이 바로 주역(周易)의 십익(十翼)이다.
3. 계사전(繫辭傳)
공자(孔子)가 지었다는 십익(十翼) 가운데, 「계사전(繫辭傳)」은 역(易)의 원리, 괘효(卦爻)의 사례, 점(占)치는 법 등 주역 이론을 집대성한 것으로, 주역 전반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내용들이 들어있다.「계사전」에 포함된 심오한 철학은 후대의 철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계(繫)’는 ‘붙인다, 매달다’는 말이고, ‘사(辭)’는 ‘괘사’와 ‘효사’를 말한다. ‘전(傳)’이란 ‘경(經)’에 대한 주석(註釋)이다. 그러므로 「계사전(繫辭傳)」은 성인이 64괘를 만들고, 괘사와 효사를 달아놓은 원리, 즉 주역의 원리(原理)를 전반적으로 설명(說明)해 놓은 글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계사전(繫辭傳)」의 설명은 괘사나 효사에 대한 충실한 자구(字句) 해설이 아니라, 괘사나 효사 중 한두 구절에 대한 윤리적·철학적 해석이 주종을 이룬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역(易)의 형성(形成) 원리와 실천(實踐) 원리
2) 건(乾)·곤(坤)·단(彖)·효(爻)·상(象)·길(吉)·흉(凶)·회(悔)·인(吝) 등의 용어에 대한 정의
3) 점(占)을 치는 방법
「계사전(繫辭傳)」은 한나라 때에는「역대전」이라고도 불려졌으며, 「계사」로 약칭되기도 했다. 「계사전」은 상·하 두 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주자의 「주역본의」에서는 상·하 각 12장으로 분류하였다. 학자들의 분류방법에 따라서 13장으로, 12장으로 또는 11장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도 있다. 그러나 후대에는 12장으로 분류한 것이 가장 많이 통용되었다.
<제1장> 세상의 참모습 ☞ 역(易) ; 변화(變化)의 원리
[1]-1 天尊地卑하니 乾坤 定矣오, 卑高以陳하니 貴賤 位矣오,
動靜有常하니 剛柔 斷矣라.
하늘이 높고 땅이 낮으니, 건괘(乾卦)와 곤괘(坤卦)의 성격이 정해진다.
낮은 것과 높은 것을 나열하니 귀한 것과 천한 것이 자리 잡는다.
움직였다가 정지하였다가 하는 것에 일정한 상도[법칙]가 있으니
굳세게 할 것과 부드럽게 할 것이 결정된다.
· ‘動靜有常’에서 ‘動’은 양(陽)이요 ‘靜’은 음(陰)이다. ‘常’은 ‘변하지 않는 원리’이다.
· ‘剛柔 斷矣’에서 ‘剛’은 양(陽)의 성격이요, ‘柔’는 음의 성격이다. ‘剛’는 ‘결단하다, 끊다.’ 여기서는 ‘나누어진다.’
* [강 설(講說)] —————
하늘은 위에서 높이 만물을 비추어 덮고 있고, 땅은 아래에서 낮게 위치하며 만물을 실어 키워낸다. 하늘과 땅의 이러한 역할을 상징적(象徵的)으로 표현한 것이 건괘(乾卦)와 곤괘(坤卦)이다. 이로써 건괘[☰]와 곤괘[☷]의 성격이 정해졌다. 건괘는 하늘처럼 꿋꿋하게 만물을 이끌어가는 성격을 가졌고, 곤괘(坤卦)는 부드럽게 건(乾)을 추종하는 성격을 갖는다.
하늘과 땅 사이에 만물이 각각의 자리에 위 아래로 나열되어 있듯이, 괘(卦)를 구성하는 효(爻) 역시 초효(初爻)에서 상효(上爻)까지 아래에서 위로 나열되어 있으니, 각 효(爻)의 높고 낮은 자리가 주어진다.
자연(自然)의 운행(運行)에는 일정한 법칙(法則)이 있다. 움직임이 있으면 정지함이 있다. 낮이 있으면 밤이 있고 여름이 있으면 가을이 있다. 산은 정지해 있고 물은 움직이며, 지진을 강하게 요동치고 비는 부드럽게 움직인다. 자연의 운행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것이 괘(卦)이니, 괘는 굳세게 움직이는 성질을 가진 괘와 부드럽게 움직이는 성질을 가진 괘로 분류된다. 그리고 각 효에는 굳세게 움직이는 양효(陽爻)와 부드럽게 움직이는 음효(陰爻)가 있다.
[1]-2 方以類聚코 物以群分하니 吉凶 生矣오
在天成象코 在地成形하니 變化 見矣라
같은 방위(方位)에는 같은 종류끼리 모이고, 만물은 무리를 지어 나누어지니,
여기에서 길함과 흉함이 생긴다.
하늘에서는 형상을 이루고 땅에서는 형체를 이루어 변화가 나타난다.
· ‘方以類聚’에서 ‘方’은 ‘방소(方所)’ 즉 ‘동·서·남·북 등의 방향’
주역(周易) 64괘를 포괄하는 내용을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하여 설명할 수 있다.[아래 그림] 모든 만물의 구성의 원리와 변화의 요소를 음양(陰陽)으로 나타내어 하나의 원(圓)으로 표현하고, 거기에다 오행(五行)의 작용을 덧붙여 설명한다. 한 가운데 작은 원은 태극(太極)을 상징한다. 음양도 하나의 태극이라는 개념이다. 왼쪽이 양(陽)이요, 오른쪽 부분이 음(陰)이다. 그리고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라는 오행의 운행은 목생화(木生火), 화생토(火生土), 토생금(토生金),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의 원리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은 여기에 대응하여 나타나는 자연 현상이다. 가운데 토(土)는 환절기라고 할 수 있다. 봄[春]은 양(陽)이 점점 커지는 시기로, 방향으로 동쪽이며 색은 청색으로 나타내고, 여름[夏]은 양(陽)이 가장 극성인 상태이고 방향은 남쪽이고 색은 붉은 색이다. 가운데 중심은 대지(大地)를 상징하는데 색을 황색이고, 가을[秋]은 음(陰)의 기운이 점점 커져 가는 시기로, 방향이 서쪽이며 색은 흰색으로 나타내고, 겨울[冬]은 음의 극점이며 방향은 북쪽인데 색은 검은 색으로 표시한다. 그림을 보면 여름의 극점인 하지(夏至)에서 겨울이 시작되고 겨울의 극점이 동지(冬至)에서 여름의 기운이 시작됨을 알 수 있다.
문왕팔괘도 [주역팔방위도]
· ‘類’는 같은 종류. 만물을 분류하는 범주 중에서 가장 큰 범주를 말한다.
· ‘群’은 ‘類’를 다시 작은 범주로 나누는 단위. 사람을 인류(人類)라고 한다면 그 속에 황인군, 백인군, 흑인군 등으로 나누는 것과 같다.
· ‘在天成象’에서 ‘象’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 이전의 존재의 이미지. ‘형이상자(形而上者)’
· ‘在地成形’에서 ‘구체적인 사물의 형체(形體)’를 말한다. ‘형이하자(形而下者)’
· [本義] '象'은 日·月·星辰의 등속이고, '形'은 山·川·動物·植物 등속이다. 變과 化는 易 가운데 蓍策(시책)과 卦爻가 陰이 변하여 陽이 되고 陽이 화하여 陰이 되는 것이다. 이는 聖人이 易을 지을 적에 陰陽의 실체로 인하여 卦爻의 法과 象을 만든 것을 말한 것이니 莊子가 이른바 "易으로써 陰陽을 말했다.(*)"는 것이 이것이다. (*) "易以道陰陽 春秋以道名分" -《莊子》〈天下篇〉
* [강 설(講說)] —————
대자연 속에 사는 모든 존재는 자연(自然)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해가 뜨는 방향에서 사는 것과 해가 지는 방향에서 사는 것의 삶의 방식이 다르다. 해 뜨는 동방에서 사는 것은 양(陽)의 성격을 가진 것이고 해지는 서방에는 음(陰)의 성격을 가진 것이 산다. 각각의 조건에 맞은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의 성격을 가진 것이 서방에 살면 길(吉)하고 동방에 살면 흉(凶)하다. 양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와 반대이다.
모든 생물은 무리를 이루면 살아간다. 초목은 초목대로 동물은 동물대로 무리를 이루고 있으며, 사람도 무리를 이루어 살기 때문에 사회를 이루고 나라를 만든다. 그러므로 만물은 자신이 소속한 집단의 흐름에 하나가 되면 길(吉)하고 그렇지 못하면 흉(凶)하다. 대자연 속에서의 만물의 삶을 형상화하여 그 이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주역의 괘이니, 역에서는 삶의 방식을 길흉으로 평가한다.
‘상(象)’이란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지기 전 단계에 존재하는 하나의 이미지이다. 도자기를 만들 때 도예가가 먼저 그 도자기의 이미지를 구상한 다음, 그에 따라 작업을 하여 실물(實物) 도자기가 만들어진다. 이때의 구상된 이미지가 ‘상(象)’이다. 하늘의 운행(運行)과 조화(造化)를 받아 땅이 세상만물의 생성(生成)하고 변화(變化)시켜 나가는 것이다.
[1]-3 是故로 剛柔 相摩하며 八卦 相盪하여 鼓之以雷霆하며
潤之以風雨하며 日月이 運行하며 一寒一暑하여
乾道 成男고 坤道 成女하니 乾知大始오 坤作成物이라
그러므로 굳센 것과 부드러운 것이 서로 비비고 들고, 팔괘(八卦)가 서로 움직여,
천둥과 벼락으로 고무시키며 바람과 비로 적시며, 해와 달이 운행하여 추웠다 더웠다 하여
건도(乾道)에서는 남성(男性)을 만들고 곤도(坤道)에서는 여성(女性)을 만든다.
건(乾)은 위대한 창조(創造)를 주관하고 곤(坤)은 만물을 완성시키는 일을 한다.
· ‘剛柔 相摩’에서 ‘剛柔’는 양(陽)과 음(陰)을 말하고 ‘摩’는 ‘갈다, 비비다, 연마하다’ 즉 음이 양을 비비고 들어가고 또 음이 양을 비비고 들어가 변화의 양상을 상으로 표현한다.
· ‘八卦 相盪’에서 ‘盪’(탕)은 ‘그릇 속에서 물이 끓는 양상’으로 '물이 끓을 때의 대류(對流)처럼’ 움직이고 밀고 간다는 뜻이다.
· [本義] “64괘의 始初는 剛과 柔 두 획 뿐이니, 둘이 서로 갈려[摩] 四가 되고, 四가 서로 갈려 八이 되고, 八이 서로 섞여 64괘가 되었다.”
· ‘鼓之以雷霆’에서 ‘之’는 대명사(목적어)로 여기서는 ‘천하만물’. ‘霆’(정)은 ‘천둥소리’
· ‘一寒一暑’에서 ‘一’은 한번 추웠다가 한번 더웠다가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추웠다가 더웠다가 하는 자연현상’을 표현한 말이다.
· ‘乾知大始’에서 ‘知’는 ‘주관하다, 처리하다’. 일을 주관하고 처리하는 것을 ‘知事’라고 한다
* [강 설(講說)] —————
주역(周易)의 64괘는 모두 상괘(上卦)와 하괘(下卦)로 구성되어 있고, 각 괘(卦)는 여섯 개의 효(爻)로 이루어져 있다.그래서 역(易)은 각 괘를 구성하고 있는 효의 음·양(陰陽) 관계에 따라 그 성격이 드러나고 상괘와 하괘의 관계에 따라 내용이 결정된다.
역(易)에는 번개와 천둥으로 만물의 생장을 고무시키는 것과 바람과 비로써 만물을 적셔주는 것, 해와 달의 운행과 추위와 더위 등의 모든 자연의 작용이 표현되어 있다.
또 역(易)에는, 만물이 건도(乾道)에서 생성되면 수컷 혹은 남자가 되고, 곤도(坤道)에서 생성되면 암컷 혹은 여자가 되는 등의 자연의 생성작용이 표현되어 있다. ‘☳’(진괘)가 장남, ‘☵’(감괘)가 중남, ‘☶’(간괘)가 소남, ‘☴’(손괘)가 장녀, ‘☲’(이괘)가 중녀, ‘☱’(태괘)가 소녀인 것이 그것이다.
만물이 생성(生成)될 때, 그 구성하는 재료인 수(水)·목(木)·화(火)·토(土)·금(金) 가운데, 양(陽)의 성분인 화(火)와 목(木)이 많으면 남성(男性)이 되고, 음(陰)의 성분인 수(水)와 금(金)이 많으면 여성(女性)이 된다.
하늘의 역할을 건(乾)이라 하고, 땅의 역할을 곤(坤)이라 정의한다. 건(乾)은 모든 일의 시작을 주관하고 곤(坤)은 그 마무리하고 완성하는 일을 담당한다. 건과 곤은 하늘과 땅을 상징하기도 하고 양(陽)과 음(陰)의 작용을 상징하기도 한다.
[1]-4 ‘乾以易知요 坤以簡能이니 易則易知요 簡則易從이오
易知則有親요 易從則有功요 有親則可久요
有功則可大요 可久則賢人之德이요 可大則賢人之業이니
易簡而天下之理 得矣니 天下之理 得而成位乎其中矣니라.
右는 第一章이라’
건(乾)은 쉬운 작용으로 시작을 주관하고, 곤(坤)을 간략한 작용으로 완성(完成)할 수 있다.
쉬우면 알기 쉽고 간략하면 따르기 쉬우며, 알기 쉬우면 친숙해지고 따르기 쉬우면
공을 이룸이 있다. 친숙함이 있으면 오래 유지할 수 있고 공(功)이 있으면 커질 수 있다.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어진이의 덕(德)이요, 커질 수 있는 것은 어진이의 마음이다.
쉽고 간략해서 천하의 이치가 얻어지니, 천하의 이치가 얻어지면 그 가운데에 자리를 이룬다.
· '易則易知'(역지이지)에서 앞의 '易'은 주역의 역이고 뒤의 '易'는 '쉽다'의 뜻이다. '知'는 알다
· ‘可久則賢人之德’에서 ‘德’은 ‘하늘과 하나가 된 상태를 행할 수 있는 마음의 능력’
· ‘可大則賢人之業’에서 ‘業’은 ‘사업, 일’
* [강 설(講說)] —————
하늘인 건(乾)의 작용은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사시(四時)를 운행하고 만물에 생명력(生命力)을 제공하지만 그 작용은 자연스럽고 쉽다. 비유컨대, 깊이 잠이 든 채로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은 멀미를 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렵게 힘들이면서 대처하는 것이 아니다. 갓난아이는 배고프면 먹고, 적당히 먹으면 그만 먹고, 피곤하면 잔다. 이러한 일련의 삶의 과정은 완벽하게 진행되지만 힘들여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복잡한 상황의 변화를 일일이 인식한 후 대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땅인 곤(坤)의 작용은 하늘의 작용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매우 간단하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다. 콩이 뿌려지면 콩을 자라게 하고 팥이 뿌려지면 팥을 자라게 하는 것처럼, 하늘의 작용을 따르는 것이 자연(自然)이기 때문에 ‘곤(坤)의 작용은 간단하다’고 했다.
하늘의 작용을 간단하고 쉽기 때문에 알기 쉽다. 그 방법은 자기의 의식세계를 뛰어넘어 무의식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땅의 작용 또한 간단하기 때문에 따르기 쉽다. 그 방법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나오는 소리와 명령(命令)을 듣고 따르는 것이다. 말하자면 양심(良心)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다.
알기 쉬우면 친숙해질 수 있다. 친숙해진다는 것은 ‘하나’가 된다는 말이다. 무의식의 세계로 진입하면 나와 대상 간의 구별이 없어지고, 이것과 저것의 구별이 없어진다. 의식세계에서의 사랑은 ‘나’라는 주체가 의식적으로 ‘남’이라는 대상에게 베푸는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은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나’도 ‘대상’도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의식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랑은 ‘나’라는 주체가 ‘남’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목마른 사람에게 무심히 물 한 그릇 주는 것과 같은 사랑이다. 의식하지 않고 진행되는 작용은 무한히 지속될 수가 있다. 마치 무한히 숨을 쉬고 있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땅이 만물에 생명력(生命力)을 부여하는 하늘의 일을 이어받아 만물을 성장(成長)시키면 그 공(功)은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성장에는 중단이 없으니 땅이 공(功)이 구체화될수록 그 공(功)은 커진다.
하늘의 역할처럼 ‘나’를 ‘대상’과 분리시키지 않고 사랑을 베푸는 것은 현인의 덕(德)이다. 그리고 하늘의 작용을 이어받아 일을 완성시키는 땅의 작용은 현인의 업(業)이다. 성인은 하늘과 땅과 삼위일체가 되어 건(乾)의 작용을 하면서 곤(坤)의 작용을 하는 자이다. 현인(賢人)은 성인의 경지에 근접한 사람이다. 사람이 하늘과 땅의 이치를 얻어 그 역할을 하면 삼위일체가 된다. 이것을 ‘하늘과 땅 사이에 자리를 얻어 이루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